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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철거까지…'총격 트라우마' 대처하는 미국의 자세

지난 5월,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끔찍한 총격사건이 발생했었죠.

미국 연방과 지방정부는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이 학교를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 5월 24일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

총을 든 한 남성이 학교에 침입하고, 이를 보고 놀란 학생은 뒤돌아서 도망칩니다.

이날 총격으로 아이들 19명과 교사 2명이 숨졌습니다.

[글로리아/지역주민 : 너무도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매우 큰 충격을 받았고 모두가 비통함에 잠겼습니다.]

결국 미국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학교를 철거하기로 한 건데요.

시장과 대통령, 텍사스 주 상원의원도 학교를 허물고 다시 짓겠다고 했습니다.

학교를 허무는 게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는 데 효과가 있을까.

[박종석/정신과 전문의 : 일반적으로 그런 트라우마 같은 거는 시각적 요소에 자극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우리 뇌에 편도체라는 부분이 공포와 불안, 두려움을 기억하는 저장소인데요. (여기에) 어떤 트라우마와 시각적인 어떤 이미지가 오래 남아 있을수록 불안해지고 오래 고통받게 되는 거죠.

시각적 요소를 아예 차단하는 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황 증세를 완화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트라우마 자극이 먼저 차단돼야 다른 심리치료의 효과도 더 빨리, 더 크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1999년, 총격 사건이 발생했던 컬럼바인 고등학교도 사건 현장인 도서관을 아예 철거했고 17명의 사망자를 남긴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 참사 이후에는 사건이 벌어진 건물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샌디훅 초등학교는 2012년에 총격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후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다는 내용의 주민투표가 진행됐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철거가 시작됐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시민들이 이런 철거 취지에 공감하는 건 아닙니다.

현장을 다시 찾는 게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된다거나 사건이 일어났던 구역을 추모의 공간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학교를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또 트라우마 자극 요소를 없앤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총격 사건 자체를 막을 더 본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학교 철거까지…'총격 트라우마' 대처하는 미국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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