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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간 분 짐도 보관해요" 돈 안 받는 '이상한' 고시원

<앵커>

형편이 어려운 사람한테는 아예 돈을 받지 않고 방을 내주는 고시원이 있습니다. 워낙 물가가 올라서 값이 안 오르는 게 없는 요즘에도 밥을 차려주고, 잠잘 곳을 마련해 준다고 합니다.

20년째 베풀면서 살고 있는 그 고시원의 원장을, 백운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문을 연 지 20년째인 경기도 파주의 한 고시원.

부양가족 없는 노인, 일용직 노동자 등 40여 명이 머물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은 아닌데, 당장 돈 낼 형편 안 돼도 일단 재우고 밥을 먹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 고시원

[오윤환/고시원장 : 방이 비어 있으니까 있는 방 그냥 내준 것뿐이고, 나 그냥 밥 먹는데 같이 밥 한 그릇, 수저 하나 놓고서 같이 먹은 것뿐인데 보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직접 사비로 요리해 식사를 내놓는데, 요즘에는 가파르게 오른 물가가 부담입니다.

[오윤환/고시원장 : 음식값이 너무 비싸요. 요새는 시장을 못 가요. 정말로 시장 가서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한 달 25만 원 남짓인 고시원비 안 내고 야반도주한 사람들도 신고하지 않고, 남기고 간 짐도 버리지 않았습니다.

[오윤환/고시원장 : 이 사람이 지금 밖에서 노숙을 하고 있나, 그럼 옷이라도 갖고 갔어야 하는데….]

그는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가 1998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직장을 잃었는데, 그때 끼니 걱정했던 경험이 이들을 돕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윤환/고시원장 : (해고된 뒤엔) 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아껴서 써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점심을 좀 굶고 그러죠. 배고픈 서러움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가 한해 800만 원 가까운 사비를 들여가며 고시원을 운영하는 건, 이곳을 찾았던 이들이 돈 모아 식당 차리고, 가정을 일구고, 실패했던 사업을 다시 일으키는 걸 봐왔기 때문입니다.

[오윤환/고시원장 : 누군가가 조금만 도와주고 관심만 가져줄 수 있다면 사람은 얼마든지 변화가 될 수 있고 새 삶을 살 수 있어요.]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이홍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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