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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유럽을 집단 자살로 몰고갈 수 있는 재난은?

마부작침 일러스트
결국 99일 만에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다시 돌파했습니다. 전주보다 2배로 훌쩍 떠버리는 더블링 현상은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증가세가 심상치 않더라고요. 예전의 의무 거리두기가 아니라 자율 거리두기로 이번 유행을 벗어나야 하는 만큼 우리 모두 방역을 위해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코로나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길 바랍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조금은 섬뜩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태껏 마부뉴스에서 여러 가지 재난을 다뤄봤었죠. 대형 산불, 화산 폭발, 꿀벌 실종, 심지어 우주 쓰레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난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이 재난에 대해 다뤄보려고 해요. 저번 주까지만 해도 뉴스를 지배했던 유럽의 ○○이 오늘의 주인공이죠. 그린란드의 빙하가 하루에만 60억t이 녹아버리고, 알프스의 만년 빙하가 붕괴하기까지…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유럽을 집단 자살로 몰고갈 수 있는 재난은?"

40도 폭염이 일상이 될 거라고?

영국의 2050년 기상 예측모델과 2022년 7월 비교

2년 전 영국 기상청에서 2050년의 미래 예보를 해봤습니다. 그러니까 2020년에 30년 뒤인 2050년을 가상으로 예상을 해본 거죠. 왼쪽 예측 모델을 보면 런던 지역이 무려 40℃를 기록하고 있고, 항구도시인 헐의 기온도 38℃가 되는 등… 아무리 30년 뒤라고 하지만 허무맹랑한 온도가 가득해 보입니다. 보통 영국 런던의 여름 평균 기온이 25도가 되질 않거든요. 다들 머지않은 미래에 닥쳐올 경고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7월, 28년이나 앞서서 그 기온이 현실이 됐습니다. 영국 코닝스비는 7월 19일에 40.3℃를 찍으면서 영국 역사상 최고 온도를 갈아 치워 버렸죠. 영국 기상청은 34곳의 관측지점에서 새로운 기록이 경신됐다고 발표했습니다. 40℃가 넘는 폭염이 닥치면서 피해도 속출했어요. 열차 철로가 뜨거운 열에 휘어버렸고, 도로포장이 녹아버렸죠. 영국의 기온이 40℃에 이르는 건 30년 뒤에나 가능하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기후변화가 이런 극단적인 기온을 가능케 한 겁니다.

영국뿐만이 아닙니다. 프랑스에서는 7월 19일, 프랑스 전역 64곳의 관측 지역에서 최고 온도를 기록했어요. 파리는 40.1℃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세 번째로 더운 날로 기록됐죠. 폭염의 영향으로 유럽 전역에서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와인 생산으로 유명한 보르도가 있는 지롱드 지방에서는 산불로 20,000㏊에 달하는 숲이 불타버렸죠. 프랑스뿐만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곳곳이 화마에 휩싸였습니다.
1979-2022 지구 표층온도 히트맵

유럽의 7월 폭염은 6월부터 이어져왔는데 EU 코페르니쿠스 시스템에서 분석해보니 올해 6월의 유럽은 1991~2020년 평균보다 1.6℃가 높았다고 합니다. 코페르니쿠스 시스템은 유럽우주국과 EU가 함께 운영 중인 지구 관측 프로그램입니다. 기후, 해양, 대기, 토지, 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위성을 통해 관측하고 있는데, 측정한 데이터를 전 세계에 무료로 개방 중이죠.

유럽을 넘어 지구 단위로 보더라도 이번 6월은 역대급이었어요. 위의 그림이 전 세계 온도로 그린 그래프인데, 올해 6월이 기록상 세 번째로 뜨거운 6월이었다는 사실! 위의 그래프는 지표면 온도가 월별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나타낸 건데, 기준이 되는 건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 기온입니다. 평균 기온보다 온도가 높아지면 빨갛게 표시되고, 낮아지면 파랗게 표시되는 거지. 최근 들어 빨갛게 표시된 달이 많아진 게 눈에 띄죠.

세계기상기구(WMO)의 사무총장은 이번 폭염이 뉴 노멀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폭염은 더 자주 발생할 거고 이상 기후가 아닌 정상 기후로 받아들여질 거라고 말이죠. 역대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온도로 기록된 건 1977년 그리스의 48℃였는데, 작년 시칠리아에서 48.8℃를 기록하면서 갈아치워 버렸거든요. 폭염이 반복되는 뉴 노멀이 다가온다면 앞으로 이 기록은 금방 또 깨질지 모릅니다. IPCC 특별보고서에서도 이번 세기의 폭염은 더 자주, 더 길게 그리고 더 강렬할 것이라고 경고했고요.
Q. 기상청에서 사람들한테 겁주려고 그래프 조작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40℃가 넘는 폭염으로 고생하던 영국인들 사이에 "똑같은 여름 일기 예보인데 새로운 일기 예보 디자인이 지나치게 공포스럽다"는 내용을 담은 이미지가 SNS에 돌았습니다. 40℃를 표시하는 색깔이 검은색으로 바뀌면서 폭염 공포를 조성한다는 주장이었죠. 이에 영국 기상청에선 바로 팩트체크를 해줬습니다.

일단 영국 기상청에선 공포 조장이 아닌 색각 이상자를 배려하기 위해 그래픽을 리뉴얼했다고 밝혔어요. 색각 이상자는 빨강, 초록, 파랑이 혼합되어 있을 때 색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든요. 기존에 영국 기상청이 사용하던 파랑, 초록, 주황, 빨강을 혼합해서 쓰던 컬러 스케일에서 온도가 양극단으로 갈수록 빨간색 혹은 파란색이 진해지는 형식으로 바꾼 거죠.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보 접근성을 위한 개선이었다는 사실!

행동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역대급 폭염을 느낀 유럽은 어떤 대응책을 내놓았을까요? 때마침 7월 17일부터 19일까지 베를린에서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은 독일이 주도하는 연례회담인데, 전 세계의 기후변화 책임자들이 참석해서 이야기를 나눴죠.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를 포함해 40여 개국의 책임자가 모였고 COP27를 준비하는 사전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혹시 COP를 알고 계신가요? COP는 conference of Parites의 줄임말로 당사국총회를 의미합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당사국들이 1년에 한 번씩 모여서 기후를 위해 잘 준비해 가고 있는지 검토하는 총회의를 뜻하죠. 작년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COP26(26차 회의)이 열렸고 올해는 이집트에서 COP27이 열리는데, 17일부터 열렸던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은 이 COP27의 준비 회의라고 보면 될 겁니다.
공동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회담에서 UN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가장 불안한 건 우리가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공동체로서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공동 대응 또는 집단 자살, 둘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이죠. 회의에 참석한 책임자들은 공동대응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어요. 독일 총리는 앞으로 전력을 다해서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탈피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유럽투자은행 부총재는 고속도로 건설 투자 대신 친환경 운송 인프라 프로젝트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죠.

화석연료를 줄이고 친환경 운송 인프라를 지으면 유럽의 폭염이 사라지는 걸까요? 도대체 이번 유럽의 폭염 원인이 뭐길래? 폭염 당시 유럽의 포르투갈 연안에는 저기압이 분포해있었어요.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르죠? 이걸 저기압이 공기를 끌어들인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포르투갈에 위치한 저기압이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공기를 흡수했고, 북아프리카의 달궈진 공기를 유럽으로 펌핑하면서 역대급 폭염이 발생한 겁니다.

문제는 이 저기압이 좀 사라져야 폭염이 가라앉을 텐데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는 겁니다. 왜냐고요? 유럽 대륙에 공기 흐름을 완전히 막아선 거대한 고기압이 있거든요. 고기압이 제대로 블로킹을 해버리면서 유럽의 수은주가 들끓어버린 거죠. 이 블로킹 고기압은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질 때 생깁니다. 그리고 제트기류의 힘을 약하게 하는 원인이 바로 지구온난화죠. 페터스베르크 회담에서 화석연료를 줄이겠다고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유럽, 미국, 아프리카… 안 더운 곳이 없다


미국도 유럽과 같은 원인으로 생긴 폭염으로 고생 중입니다. 미국 동부에 거대한 블로킹 고기압이 버티고 있으면서 서쪽 지역에 폭염이 지속되고 있죠. 미국 남서부의 애리조나 피닉스에선 6월 수은주가 45.6℃를 찍었고 데스 밸리에선 51℃를 기록할 정도입니다. 7월까지 살인적인 폭염은 이어지고 있어요. 미국인 1억 명 이상이 폭염 경보권에 속해있을 정도죠.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 선포도 고려하고 있는데, 지금 전체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만약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되면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어서 계속 고민 중이라고 해요.

유럽에 뜨거운 공기를 제공하던 아프리카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아프리카 동쪽에 뽈록 튀어나온 아프리카의 뿔, 그러니까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 지역은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죠. 우기인데도 비가 오질 않아서 심각한 상황입니다.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만 1,800만 명. 가뭄으로 700만 마리 이상의 소, 염소, 낙타 등의 가축들도 폐사하면서 사람, 동물 가릴 것 없이 폭염에 피해를 보고 있어요.
8월 1일 유럽, 아프리카 열 스트레스 지수 시각화

문제는 아프리카가 여러 대륙 중에서도 인구도 많고 가장 더운 지역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미국, 유럽은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지만 아프리카는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폭염이 더 치명적이죠.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마부뉴스가 직접 UTCI 데이터를 분석해 비교해봤습니다. UTCI 데이터는 인간의 열 스트레스와 실외 조건에서의 불편함을 온도 지수로 표현한 건데, 46℃를 넘는 경우엔 검붉은색으로 표시된 "극도의 열 스트레스", 38℃를 넘기면 빨간색으로 표시된 "매우 강한 열 스트레스" 이런 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작년 8월 1일의 UTCI 데이터로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을 그려보면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열 스트레스에 휩싸인 검붉은 아프리카 대륙이 보이죠?
유럽, 아프리카 열스트레스지수 비교

이번엔 아프리카와 유럽의 1년 치 데이터를 가지고 추가 분석을 해봤어요. 아프리카와 유럽이 1년간 일평균 기온이 32℃가 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는데, 결과는? 아프리카는 6월만 넘어가면 전체 대륙의 15% 이상이 32℃가 넘는 열 스트레스에 노출되지만, 유럽은 가장 극심할 때에도 전체 대륙의 1.6%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지난 5년간 유럽인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3일 정도만 매우 강한 열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유럽 외 사람들은 매년 65일 동안 받고 있는 상황이죠.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Randall : 대략적인 너비가 6~9km예요. 지구 전체에 피해를 줄 겁니다. 집 한 채가 아니라요.

Jack Bremmer : 그럼 그 피해가 뉴저지 해안에 있는 제 전처 집까지 미칠까요? 그 집도 내가 산 거라고요.
(Brie가 Jack의 팔을 장난스럽게 친다)


Kate : 죄송한데 저희 말이 어렵나요? 저희가 하려는 말은… 지구 전체가 파괴될 거란 얘기예요!

Brie Evantee : 여기선 나쁜 소식도 가볍게 다루는 편이라서요.

Jack Bremmer : 약도 달아야 먹기 편하죠.

Kate : 지구 전체가 파괴된다는 소식은 재밌으면 안 되는 거예요. 무섭고 불편해야 할 소식이라고요. 매일 밤 지새우면서 울어야 해요. 우리 모두 100% 뒈진다잖아요!


위에 정리한 스크립트는 영화 <돈 룩 업>의 일부입니다. 혹시 <돈 룩 업> 보신 독자 있으신가요? 간단히 <돈 룩 업> 설명을 해보자면, 지구가 곧 혜성 충돌로 멸망할 것을 알게 된 천문학자 랜달과 케이트가 있습니다. 혜성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많이 보는 생방송 아침 토크쇼에 출연을 했죠. 랜달과 케이트가 혜성의 위험성을 설명하지만 토크쇼 진행자들은 무시하고 가십거리 정도로만 다뤄버리죠. 그런데 갑자기 왜 <돈 룩 업>이야기를 하냐고요?

2022년 7월 14일. 영국 GB News에 존 해먼드 기상 캐스터가 출연했습니다. 존은 곧 닥쳐올 폭염의 위험성을 경고했죠. "다음 주 초 40℃가 될 수 있습니다. 수천 명은 아니더라도 수백 명이 초과 사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이에요. 그러자 앵커가 이런 발언을 합니다. "우리 모두는 날씨에 대해 행복하길 바랍니다. 기상학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서 그런지, 여러분 모두를 약간 운명론적이고 파멸의 선구자로 만들었나 봐요." 영화 <돈 룩 업>이 현실이 된 이 클립은 수요일까지 트위터에서 2,600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돈룩업 비교

전문가들은 목소리 높여서 경고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듯 받아들이는 상황. 여러 사회 문제들이 있지만 특히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요?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이번 폭염을 통해 정부에 경종을 울리고 민주주의 국가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길 희망한다고 말했어요. 민주주의는 개개인의 표에서 나오는 만큼 유권자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인 거죠. 물론 거대 기업과 큰 국가 단위에서 결정되는 정책 변화가 필수적이겠지만 그것만 바라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우리 모두가 조금씩, 조금씩 노력해야 할 겁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유럽 폭염을 데이터로 정리해봤어요. 마부뉴스가 이번 주 독자 여러분에게 묻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여러 사회 문제 중, 구독자가 느끼는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나요? 사실 기후 위기 외에도 일자리 문제부터 양성평등까지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사회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잖아요. 여러 문제 속에서 독자 여러분은 기후위기가 어느 정도의 우선순위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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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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