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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 옮기고도 가혹행위, 결국 뇌사…구치소는 '깜깜'

<앵커>

구치소에서 지내던 20대가 동료 재소자들한테 폭행을 당해서 뇌사에 빠졌다는 소식, 저희가 얼마 전에 전해 드렸습니다. 검찰이 수사를 한 결과, 피해자는 구치소 안에서 한 달 가까이 폭행과 괴롭힘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의 공소장 내용, 안희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5월 21일 아침, 구치소에서 동료 재소자 2명에게 맞아 두 달 넘게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재소자 A 씨.

[구치소 관계자 (사고 당일 재소자 가족과 통화) :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나와서 쓰러졌대요.]

검찰 수사에서 가해자들의 범행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폭행은 쓰러지기 전날 오후부터 이어졌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A 씨 목을 여러 차례 때렸고, A 씨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는 이유로 또다시 폭행했습니다.

목을 낫게 해야 한다며 억지로 물 2리터 이상을 마시게 했는데, 이튿날 아침 점검 시간에도 목소리가 회복되지 않자 "구치소 직원 앞에서 대놓고 아픈 척하면 어떻게 하냐"며 또 폭행했습니다.

"연기한다"며 화장실로 끌고 가자, A 씨는 뛰쳐나가 쓰러졌고, 혼수상태에 빠진 겁니다.

4월에도 다른 방 재소자들에게 맞아 방을 옮긴 A 씨를 가해자들은 집요하게 괴롭혔습니다.

빨래 심부름, 어깨 주무르기 등도 A 씨 몫이었고, 이른바 원산폭격 같은 가혹행위도 일삼았습니다.

방을 옮기고 20일 넘게 괴롭힘이 이어졌지만, 구치소 측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교정 당국은 최근 관련 직원 일부에 대해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경징계를 내렸습니다.

[A 씨/재소자 아버지 : 사람 취급도 안 하고 어떻게 잔혹하게 그렇게 대우한 걸 생각하면 진짜 너무 끔찍하고…개선해야 된다고 말로만 계속 나오면 뭐 하겠습니까.]

중상해와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들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9일 열립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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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희재 기자 스튜디오 나와 있습니다.

Q. 재소자 폭행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요?

[안희재 기자 : 그렇습니다. A 씨가 쓰러지기 일주일 전, 수원구치소에서는 동료에게 구타당한 재소자가 한 달여 만에 숨졌고, 또 사흘 전에는 원주교도소에서도 대낮에 같은 방 수용자에게 맞아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 10년 치 통계를 보면 재소자 간 폭행은 교정시설 안, 전체 범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2012년과 비교를 하면 지난해에는 600여 건으로 약 2배 늘었는데, 올해는 이미 460건을 5월에 넘어섰습니다. 피해를 입어도 선뜻 신고하기 어려운 내부 분위기에다가 또 과밀 수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외부 접촉이 장기간 차단이 되면서 불만이 커진 영향도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Q. 근본적 해결책은 없을까요? 

[안희재 기자 : 한동훈 장관이 취임 후 첫 행보로 교정 시설을 찾아서 재소자 폭행 심각성을 언급을 하면서 가해자를 엄벌하겠다, 이렇게 강조를 했습니다.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폭행 피해에 취약한 재소자들을 선별해서 분리 수용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천구치소 사건 경우에도 A 씨의 말과 행동이 어리숙한 걸 보고 가해자들이 괴롭히기 시작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거든요. 구치소 책임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권위도 지난 4월, 수용자 간 폭행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교도관의 주의 의무와 책임을 지적을 했는데, 재소자 심리와 성향을 발 빠르게 파악해서 대처할 수 있도록 교정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 역시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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