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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행안부 경찰국 논란에 대한 팩트체크와 평가

[취재파일] 행안부 경찰국 논란에 대한 팩트체크와 평가

'검수완박' 이후 더욱 권한이 막강해질 경찰을 통제하기 위해서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논란의 내용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층위의 주장이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뒤섞여서 논의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행안부 경찰국 논란과 관련해 다양한 층위에서 제기되는 핵심적 주장의 옳고 그름 또는 적절성에 대해 따져보겠습니다.
 

 
1.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해 경찰을 통제하는 것은 1991년 경찰청 설립 후 문재인 정부 때까지 유지됐던 청와대의 경찰 직접 통제와 비교할 때 경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제도로 볼 수 있다.

[X, 거짓]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곧 '경찰 장악'이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입니다. '경찰 장악'이라는 표현은 '경찰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부당한 통제'라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안부가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통제하는 것이 지난 정부까지 이어져왔던 대통령 또는 청와대의 경찰 직접 통제보다 경찰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방식이라는 주장은 거짓에 가깝습니다.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직접 개입이 비판을 받아온 역사와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검찰에 대한 공식적인 통제 경로는  법무부 검찰국이었지만, 동시에 파견 검사 등을 통해 청와대가 검찰을 사실상 직접 통제했던 방식도 존재했습니다.

권위주의 정부, 그리고 민주화된 이후의 정부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현직 검사들은 청와대가 검찰을 통제하는 채널로 활용됐습니다. 이와 같은 청와대의 검찰 직접 통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고 많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 결과 김영삼 정부 마지막 해였던 1997년 1월에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이 금지됐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현직 검사가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서 근무했다가 청와대 근무가 끝나면 다시 검찰로 복직하는 '편법 파견'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2017년 2월 '검찰에서 퇴직한 후 1년이 지나지 않으면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할 수 없고, 대통령 비서실에서 퇴직한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검사로 임용될 수 없다'는 내용의 검사 편법 파견 금지법(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검사의 청와대 파견은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같이 청와대가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검찰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부적절한 통제 방식이라는 여론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제도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검찰의 경우 청와대가 직접 통제하는 것보다 행정부처인 법무부를 통해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경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될 것입니다. 경찰은 1991년부터 문재인 정부 때까지는 독립되어 있다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장악'된 것이 아닙니다. 청와대는 1991년 경찰청이 독립외청이 된 이후 줄곧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경찰을 직접 통제해왔습니다. 이 시스템을 윤석열 정부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행안부 경찰국을 통한 통제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행정안전부

때문에 비교의 대상은 '청와대의 경찰 직접 통제'와 '행안부 경찰국을 통한 통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찰 직접 통제에 대한 비판의 역사와 비교해보면 청와대의 경찰 직접 통제가 오히려 행안부 경찰국을 통한 통제보다 경찰의 독립성을 저해할 위험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소한 행안부 경찰국을 통한 통제가 청와대의 경찰 직접 통제보다 경찰의 독립성을 더욱 위협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2.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지난 정부 때까지 이어졌던 청와대의 경찰 직접 통제보다 '민주적 통제'의 원칙에서 더 멀어지는 것이다.

[X, 거짓]


먼저 '민주적 통제'라는 개념에 대해 분명히 해두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민주적 통제'는 국민이 선출한 공직자가 직업 공무원이 관료 집단을 통제한다는 원칙입니다. 간혹 '투명성', '책임성', '권력 분산의 원칙 준수' 등 온갖 좋은 개념을 '민주적 통제'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확한 개념 규정이 아닙니다. 논의를 혼란스럽게 만들 뿐입니다.

'민주적 통제'를 선출된 권력의 관료 집단 통제라는 의미로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이 청와대 조직을 통해서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과, 대통령 자신이 임명한 국무위원인 행안부 장관을 통해서 통제하는 것이 '민주적 통제'라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민주적 통제'가 아니고, 지난 정부 때까지의 (청와대를 통한) 통제 방식은 '민주적 통제'였다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민주적 통제'를 넘어서, 민주주의 국가의 바람직한 제도 운용을 평가하는 다른 가치 기준을 적용해보면 청와대의 직접 통제보다 행안부를 통한 통제가 오히려 적절해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행안부 장관은 청와대 참모들과 달리 인사청문 과정을 통해 국회가 임명 과정을 일정 부분 감시하거나 통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청와대 활동보다 행안부의 활동이 국회나 언론의 상시적 감시와 견제에 더욱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따라서, '투명성' 또는 '책임성(accountability)'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행안부 경찰국을 통한 통제가 청와대의 경찰 직접 통제보다 낫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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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행안부 경찰국 설치는 야당의 반대를 의식해 정부조직법 개정이라는 정도(正道)를 피하고 시행령 개정이라는 편법 또는 불법적 우회 수단을 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O, 대체로 사실]


행안부 경찰국 설치가 윤석열 정부 주장처럼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주장대로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법률적 논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법률적 쟁점에 대해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내무부(현 행정안전부)의 사무에서 "치안"을 삭제하고, 내무부 치안본부를 폐지하고, 경찰청을 독립외청으로 새롭게 설치한 1991년 입법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행안부 경찰국을 설치하는 것이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깔끔하고 정확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설사 현재의 법률에 근거하더라도 시행령 개정만으로 경찰국 설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1991년에 경찰청을 독립외청으로 만들면서 의도적으로 행안부의 소관업무에서 "치안"을 삭제한 입법 취지를 감안하면, 정부조직법 자체를 개정하는 것이 정치적, 역사적 정당성을 얻기에 훨씬 바람직한 방법이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국회 다수당, 특히 지금의 민주당처럼 마음만 먹으면 대부분의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 다수당이었을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서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추진했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 측 인사들은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동안 경찰을 통제해왔던 민정수석실까지 폐지한 만큼, 권한이 과거보다 커진 경찰에 대한 통제를 공백 상태로 둘 수 없고, 따라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라도 신속하게 새로운 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상정되는 국무회의를 개회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야당, 특히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과의 정치적 협상을 통해서 국정 어젠다를 관철하는 것은 대통령의 핵심적인 정치적 책임입니다.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대통령이 편법적 수단을 택하는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만약 야당으로부터 경찰국 신설 등에 대한 양보를 받아낼 만한 정치적 능력이 부족했다면, 애초부터 민정수석실의 기능을 대체할 조직을 만들어놓지도 않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지적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국, 시행령 개정을 통해 행안부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를 떠나, 정치적 그리고 정책적 결단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시행령 개정을 통해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것은 편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4. 과거 정부에서는 무시됐거나 경찰의 반대에 부딪혔던 방안이지만, 이제라도 총리실 산하에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실질적 권한을 가진 경찰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 △, 평가하기 어려움]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개념만으로는 방안의 적절성을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합의제 행정기구는 장관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관료조직이 아니라, 정치적 또는 사회적 여러 세력이 추천하는 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작동되는 행정기관을 말하는 것인데, 어떤 방식으로 위원회 인적 구성을 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성 여부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일본 등 외국에는 합의제 행정기구의 형식으로 '실질적 권한을 가진 경찰위원회'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라마다 경찰을 통제하는 모습은 너무나 다양한 만큼, 어느 한 나라에서 통했던 방식이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경우를 볼 때, 과연 각 정치세력 또는 사회적 세력이 각각 추천하는 위원들로 구성되는 '합의제 행정기구'가 목표하는 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하거나 행정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불과 얼마 전까지 정권을 잡고 있을 때는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에 대해 무관심했거나 사실상 반대했던 정치세력이 정권이 교체되자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이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태도가 바뀐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찰위원회는 1991년 경찰청 설립과 함께 치안정책과 예산편성을 위해 구성된 합의제 기구입니다. 그러나 경찰위원회는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실질적으로는 청와대가 경찰의 인사와 예산평성, 치안정책 등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일각에서 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되거나 경찰 측의 반대로 좌초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라는 이슈에 대해 가장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주장 몇 가지에 대해서 팩트를 체크하고 적절성을 평가해봤습니다.

지금까지 과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든 면에서 사실에 부합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경찰국 신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모두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중요한 이슈에 대한 논쟁이 한일전 축구 경기와 비슷한 모습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사들까지도 결론적으로는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 얽매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팩트체크라는 형식까지도 우리 편을 응원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해석은 독자의 권리지만, 이 취재파일은 그렇게 읽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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