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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일하는 곳에 소변기 3개, 세면대에선 흙탕물"

"더위도 벅찬데" 노동환경 더 고통

<앵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오늘(26일) 충북 청주의 기온이 35.4도, 서울도 33.1도까지 올랐습니다. 대구 경북내륙에 폭염 경보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고 한동안은 푹푹 찌는 날이 이어질 텐데요. 이런 날씨에도 밖에서 열기를 피하지 못하고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건설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까지 겹쳐 더욱 어려움이 큽니다.

김지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33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작업은 이어집니다.

[손영섭/건설 노동자 : 요즘 거의 쓰러지기 직전입니다. 일찍 마치고 돌아가서 가족들과 삼계탕이라도 한번 먹고 싶습니다.]

더위와 싸우기도 벅찬데, 부족한 편의시설은 노동자들을 더 힘들게 합니다.

2백여 명이 일하는 현장에 화장실은 단 2곳.

소변기는 세 개밖에 없는데 관리가 하나도 안 되고 있고, 씻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세면대에도 이렇게 흙탕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현/건설 노동자 : 층수가 지금 제일 높은 게 15층 정도인데 (화장실 가는데) 15분 정도가 걸려서 많이 참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른 한 곳은 시공사 직원 10여 명만 쓸 수 있게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습니다.

더위를 피할 휴게시설도 부족합니다.

'근로자 휴게소'라고 번듯한 간판을 내건 컨테이너.

출입구는 건설자재로 막혀 있고, 그나마 열리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철제 지지대 사이에서, 작업장 시멘트 바닥에서 쪽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장현/건설 노동자 : 안에서 해체하는 작업을 해요. 이제 잔해물 같은 게 떨어져서 많이 놀라곤 합니다.]

[최길현/건설 노동자 : 해체 작업을 하는데 좀 힘들게 했거든요. 몸이 이상하더라고 그때부터 계속. 콘크리트 친 데, 슬래브 밑에 이런 데 앉아서 잠깐잠깐 쉬었다가….]

이달 대구의 한 건설 현장에서 보름 간 두 명의 노동자가 더위로 숨졌습니다.

폭염과 싸워야 하는 건설노동자들은 인간다운 노동 환경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건설현장 편의시설 확충을 요구하는 진정을 냈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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