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고2 수학 성취수준별 비율](http://img.sbs.co.kr/newimg/news/20220727/201685862_1280.jpg)
학업성취도 평가…등급 나누기에서 탈피하려면?
"나의 학습 유형을 알아보자"…MBTI 같은 학습종합진단검사
![오산 매홀중학교 워크숍, 학력진단 결과표 내용](http://img.sbs.co.kr/newimg/news/20220726/201685677_1280.jpg)
요즘 초등학교에선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데다가 중학교 1학년에는 진로 탐색을 위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면서, 사나흘에 걸친 전과목 시험은 중2 1학기 중간고사가 처음입니다. 처음 경험하는 정식 시험에 자괴감을 주는 성적표까지, 중2는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검사 결과를 설명하는 워크숍에 열심히 참가했습니다.
![오산 매홀중학교 워크숍, 학습종합진단검사 표지](http://img.sbs.co.kr/newimg/news/20220726/201685680_1280.jpg)
![오산 매홀중학교 워크숍](http://img.sbs.co.kr/newimg/news/20220726/201685675_1280.jpg)
송예표 /오산 매홀중학교 2학년
"검사 결과를 받고 흘려버리는 친구들도 많은데 워크숍을 통해서 나에게 맞는 학습법을 파악해서 활용하면 좀 더 진로 목표를 성취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백승아 / 오산 매홀중학교 2학년
"제 학습 방법에 대한 단점이나 장점을 들었거든요. 장점은 더 발전시키고 단점은 고쳐서 할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셔서 그렇게 하다 보면 성적이 자연스럽게 오를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을 갖게 될 거 같아요. 학습 태도에서 제가 집중력이 약한 부분이 있다고 나왔거든요. 저의 단점을 알았으니까 이제 그걸 고쳐서 하면 되는 거잖아요"
MBTI처럼 재미로 하는 검사가 아닐까 했는데, 지난해 같은 검사를 받고 심화 수업을 들었던 학생의 학부모는 아이를 지도하는데 뿐만 아니라 아이 스스로 공부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아/ 오산 중3 학부모
"검사 결과지에 보면 아이에게 칭찬을 좀 많이 해주고 인정도 많이 해주라고, 주변 사람들의 인정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나와있더라구요. 집에서 아이가 스트레스 받는 부분을 저에게 계속 얘기했을 때, "엄마, 공부했는데 이 부분은 정말 모르겠어" 라고 얘기했을 때, 제가 공부를 대신해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때 아이한테 "너는 할 수 있어. 00아 너는 할 수 있어" 라고 얘기해줬을 때 아이가 좀 더 편안하게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 아이는 '학습플래너' 같은 걸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상담을 받고 나서 '학습플래너'를 쓰면서 시간 관리를 하는 걸 보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오산시가 발벗고 나선 이유…"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부분은 자기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이라고 생각해요. 그 효능감이 있어야 그 다음으로 내가 무얼 해야겠다는 동기를 생각해낼 수 있고요, 동기를 생각해내야 그 다음에 목표라는 것이 생길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게 꼭 학습이 아니어도 자기 인생에 뭔가의 목표를 찾을 수 있다는 이 프로젝트는 성공한 프로그램입니다. "
오산에서 실시하는 학습종합진단검사와 이어지는 워크숍은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뭘 하더라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노은영 팀장의 설명에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가르치는 이유가 단순히 상급학교 진학이 목적이 아닌데, 오랫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제대로 지원해 끌어올려야 하는 것도, 단순히 점수 문제가 아닌데 말입니다. 학교 공부라는 게 결국은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이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도 "나도 뭔가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효능감을 가져야 미래의 삶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을 겁니다. 진단 검사 결과를 놓고 진행하는 워크숍에서도 수학.영어 만점이 목표가 아니라, 현재 자신의 점수보다 살짝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걸 이루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작은 성취가 모이면 어느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란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처음 태어나서 6-7개월일 때 삶은 달걀을 주면 완전히 으깨 버려요. 돌이 됐을 때는 삶은 달걀을 이제 손에 쥘 수 있게 되거든요. 아이들이 뭔가 손에 쥘 수 있었을 때의 성취감, 이처럼 하나하나 성장기를 거치면서 단계별로 가질 수 있는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서 아이들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에요…. 아이가 정말 어렸을 때 부모들이 삶은 달걀 한 번 손에 쥐는 걸로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최고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가 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아주 작은 것에 만족하며 성취감을 느끼던 학부모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이 성취한다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일 수 있으니 목표를 조금씩 조금씩 낮게 잡고 아이들의 행복을 생각하면서 변화를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중학교 2학년부터 성적 때문에 자존감이 꺾일 수 있는 학생들에게 절망 대신 효능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면, 그리고 이들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낼 수 있다면 수 천만 원의 투자는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자치단체가 자기 효능감, 유능감을 가진 지역 인재를 키우기 위해 나서는 건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학습에 대한) 자신감은 2-3시간의 워크숍으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희가 작년부터 학습 심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요 7번에 걸쳐 2-3개월 동안 진행합니다. 그러면 자기 관리라든지, 자기 효능감이 올라갑니다. 그 부분은 (사후 효과 조사) 수치로도 확인해볼 수 있고요, 아이들이 스스로 적은 소감문에서도 그런 문장들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
학업 부진 원인도 알 수 있다!…국가적으로 확대 시행한다면?
![오산 매홀중학교 워크숍, TV화면(결과표 사진)](http://img.sbs.co.kr/newimg/news/20220726/201685679_1280.jpg)
그렇다면 정부 차원에서 학업성취도 평가만 할 게 아니라 오산시의 학습종합진단검사 같은 원인 진단도 함께 해야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오산교육재단의 노은영 팀장은 국가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변별 검사로 진행되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사실 저희가 지금 쓰는 검사는 진단 검사이기는 한데요, 가끔 변별 검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거든요. 진단 검사라는 건 성적을 1부터 10까지, 등수라면 1등부터 100등까지 쫙 매기는 게 진단 검사라면, 변별 검사는 패스/논 패스로 결정하는 검사이거든요. 그래서 학습 방법에 있어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들은 변별 검사로 해서, 아이들에게 '너는 이만큼 수치가 높고 너는 이만큼 수치가 낮아'가 아니라 '이 정도까지는 괜찮고, 여기는 뭔가 좀 도움이 필요해' 라는 식으로 변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은 초등학생이 정서적인 측면에서 불안정하고 학습 역량도 떨어지는 결과를 얻었다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초등학교 5,6학년에 대해 변별 검사를 실시하면 좋겠다고 노 팀장은 덧붙였습니다. 단순히 학업 스킬을 가르쳐주기 위해 프로그램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학업 부진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서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돕는다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