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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원 시대는 '뉴노멀'일까…금리로 풀어본 환율

미국 달러가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 값이 폭락한 일본 엔화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설 환전소가 몰려 있는 서울 명동을 가봤습니다. 최근 엔화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답니다.

[A환전상/돌아 다니시다가 환율 게시판 보고 '엔화 너무 많이 떨어졌네' 그러면서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런데 환전소 입장에서는 엔화를 쉽게 팔 수가 없습니다.

[엔화가 비싼 상태에서 (사놨는데) 엔이 급격하게 떨어졌잖아요. 그런데 그 이후로 일본인이 들어오지 않았잖아요. 단가가 떨어질 기회가 없는 거죠.]

[B환전상/하루에 사려고 몇 팀이 와요. 그런데 없다 그러죠. 어차피 내려갔는데 사장님 같으면 팔겠어요?]

올초 115엔을 주면 1달러를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135엔이나 줘야 합니다. 엔화 가치가 18%나 떨어졌습니다.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낙폭이 큽니다. 엔화는 왜 이렇게 많이 떨어졌을까.

돈은 금리, 그러니까 이자가 낮은 곳보다는 높은 곳을 찾아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2016년 1월 이후 6년 반째
기준금리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난리지만,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낮고, 그래서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없이 돈을 계속 풀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 것과는 반대 상황인 겁니다.

금리가 낮으니 싸게 엔화를 빌린 뒤에, 금리가 높은 미국 국채나 부동산 등 달러 자산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생깁니다.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 입니다. 이 때 빌린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면서 매물이 나오는 엔화는 싸지고, 매수가 몰리는 달러는 비싸집니다.

유럽의 사정을 보겠습니다. 유럽은 뒤늦게 금리 인상에 동참했습니다.

[라가르드/유럽중앙은행 총재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물가 안정입니다. 중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2%까지 떨어뜨려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처럼 계속 금리를 올릴 상황이 못됩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을 가장 가까이서 맞아 경기 침체 우려가 큰 데다가 코로나 이후 경제 상황도 좋지 못합니다. 특히 금리를 함부로 올렸다가는 이탈리아처럼 빚이 많아 이자 부담이 커지는 나라들의 원성을 살 수도 있습니다. EU특성상 회원국들 이해 관계가 참 복잡합니다.

결국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일본도 안되고, 유럽도 안됩니다. 주요 통화 가운데 금리를 쭉쭉 올릴 수 있는 미국 달러만 '나홀로' 비싸지는 겁니다. 당연히 우리 원화도 달러에 비해 상대적 가치가 떨어지면서 1300원을 줘야 달러와 바꿀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고환율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달러 강세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면세점 물건 가격은 백화점 가격과 별 차이가 안 납니다. 사람들은 미국 직구에 선뜻
손이 나가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카드사 집계 결과 상반기 일본 직구는 21.3% 늘고 미국 직구는 18.3% 줄었습니다.

달러당 1300원이 넘은 건 금융 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하지만 인상 속도는 매우 느렸습니다. 1년 전 1150원에서 1300원까지 오는 동안 1% 이상 오른 날은 겨우 닷새 뿐입니다. 13년전에는 금융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공포감에 환율이 하루에 10% 넘게 오르는 등 변동폭이 극심했습니다.

[백석현/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과거의 위기 때는, 환율이 하루에 2~3%, 5% 이상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일부 자산 시장에서 강제 청산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공포감을 자극하고 투매로 이어지는 이런 움직임들이 환율을 그렇게 급격하게 끌어올렸던 영향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현상들은 발생하지 않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서는 달러화 변동 폭이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인 거죠.]

다만 높은 환율로 수입액이 늘어나 무역 적자가 생기는 상황은 부담입니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급락하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출 물량 자체가 줄어들 우려도 있습니다.

[최제민/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우리 경제가 대외 경기 변동에 취약한데 경기들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좋을 수가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무역 수지도 여전히 하반기에도 안 좋을 수 밖에 없고]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발표 때마다 환율은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전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으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때 쯤, 1300원 시대도 변화를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취재 : 한승구 / 영상취재 : 양현철 / 편집 : 홍경실 / CG : 서현중 성재은 전해리 권혜민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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