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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우영우'이기에 사랑스럽듯 당신도 그렇습니다

[인-잇] '우영우'이기에 사랑스럽듯 당신도 그렇습니다

장재열|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운영 중인 상담가 겸 작가

SBS 뉴스

작성 2022.07.24 10:08 수정 2022.07.26 19: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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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아시나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한 여성이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법무법인 변호사로 일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매회 펼쳐지는 드라마로 요즘 장안의 화제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여러분에게는 얼마나 익숙한 단어인가요? 아마 다소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자폐'라는 단어 자체가 익숙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정신지체아'라는 단어에 뭉뚱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는 자폐 스펙트럼과는 구분되는 '지적장애'를 일컫는 단어였음에도 자폐라는 유형 자체를 따로 부르는 말은 없었지요.

그런 인식이 아직까지도 혼재되어 있어서 일까요? 아니면 수작이었던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가 가장 먼저 각인되어서 일까요? 많은 분들이 "자폐인데 서울대 수석에 대형 로펌 변호사라는 거 자체가 판타지 아니냐?"라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 눈길을 한번 줘 볼까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스펙트럼이 넓다"라는 표현을 종종 씁니다. 제가 왜 이런 예시를 들었을까요? 자폐 스펙트럼 역시 다양하고, 또 넓은 유형 분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영우의 경우는 그 범위 중에서 '고기능 자폐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고기능 자폐란, 지적장애를 동반하지 않는 자폐 상태를 말합니다. 실제로 이 범위에 속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꽤나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교수이자 동물 인권을 위해 앞장선 학자 템플 그렌딘부터 프랑스의 유명 각본가 겸 영화감독인 레오스 카락스, 가까운 일본에서는 연간 차트 1위를 매해 갱신하는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켄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예시가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이 드라마가 미국으로 판권이 판매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왔지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활동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이 '판타지'가 아님을 인식한 채로 시청할 겁니다.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자폐에 대한 편견을 깨어주는 드라마 속 우영우. 어제는 카페에 앉아 가까운 지인과 한참 동안이나 이 드라마가 거부감도, 그렇다고 부담감도 없이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로 빵! 뜰 수 있었던 이유를 토론했습니다. 두 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눠본 우리의 작은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이 드라마가 좋은 점은 자폐인이 변호사로 살아가는 모습을 장대한 인생역전으로 그리지도 않으면서 또한 희화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 등장인물의 특징 중 하나로 여기고, 자폐라는 키워드에 함몰되지 않은 채 우영우라는 개인에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실제로 드라마 사이트에 소개된 우영우에 대한 문구는 이렇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영우는 강점과 약점을 한 몸에 지닌 캐릭터다. 영우의 강점은 우리들 대부분이 범접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하지만, 영우의 약점은 우리들 대부분이 깜짝 놀랄 만큼 취약하다. 164의 높은 IQ 엄청난 양의 법조문과 판례를 정확하게 외우는 기억력, 선입견이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영우의 강점이다. 감각이 예민해 종종 불안해하고, 몸을 조화롭게 다루지 못해 걷기, 뛰기, 신발 끈 묶기, 회전문 통과 등에 서툴다. 영우는 극도의 강함과 극도의 약함을 한 몸에 지닌 인물이자 높은 IQ와 낮은 EQ의 결합체이며 우리들 대부분보다 우월한 동시에 우리들 대부분보다 열등한 존재다. 영우는 한마디로 흥미롭다."

극도로 강한 역량과 극도로 취약한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렇구나. 양면적이고 다소 극단적인 유형의 사람이네'라는 정도의 시선으로 우영우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가 가진 귀여운 취미, 소소한 행동의 습관에서 보이는 사랑스러움이 보입니다. 어쩌면 사회가 그녀를 수식해왔을 '자폐'라는 단어를 조금만 벗어놓고 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지요.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 중에서도 사회가 수식해놓은 단어에 갇혀서, 또는 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어떠한 기질이 너무 크게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달의 뒤편을 평생 보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듯, 여러분이 가진 어떤 약한 모습 뒤편에는 '그런 당신이기에' 가진 강점도, 사랑스러움도 분명히 존재할 겁니다. 세상이, 주변 사람들이, 사회가 덧씌워 놓은 여러분에 대한 "어떤 수식어"를 떼어내는 순간, 마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폐라는 단어를 어느덧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오롯이 '사랑스러운 한 사람'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우영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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