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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인고의 시간으로 품은 세계…전시 '전념의 회화'

[FunFun 문화현장]

<앵커>

현대 회화에서 새로운 양식으로 자리를 잡은 작가 3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반복되는 작업 과정에 전념하며 세계와 우주를 품어냅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전념의 회화 / 8월 20일까지 / 비유엠갤러리]

캔버스 위에 무심한 듯 그려진 달항아리.

세필로 그려진 가느다란 선들이 표면에 무한히 겹쳐 있습니다.

깃털들로 빽빽하게 덮은 듯 한 치의 틈도 없습니다.

나뭇잎이나 모자 같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이지만, 긴 인고의 시간 반복되는 행위 속에 담아냅니다.

복슬복슬한 털실을 한올 한올 그려서 권총의 총신을 감싸는 작업 역시 인내와 집중의 과정입니다.

세밀한 붓 터치와 정교한 색채 배합으로 사람을 해치는 무기를 무력화한 것입니다.

한반도를 형상화해 북한의 미사일까지 품어내며 사회적 메시지로 승화합니다.

30년째 지속하고 있는 한지와 숯 작업으로 우주를 담아내기도 합니다.

캔버스 위에 숯가루를 뿌린 뒤 한지를 덮어 붙이는 과정이 수십 번, 그리고는 쇠솔로 긁어내는 작업을 무한히 반복합니다.

숯과 한지가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지는 두터운 질감과 쇠솔질로 드러낸 거친 표면에 삼라만상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장르도 다르고 방식도 다른, 세 작가의 공통점은 구도자적인 전념입니다.

[박범기/BUM 갤러리 대표 : 일생을 걸고 정말 피와 땀을 녹이면서 나온 작품이 아니었나,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충분히 서로 작품을 보면서 소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 내면의 본질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기계적인 정교함과 간결함을 내세우는 디지털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작업의 정수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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