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브스레터 이브닝(7/21) : 이자 잔치한 은행, 은행에 청구서 내미는 정부

스브스레터 이브닝(7/21) : 이자 잔치한 은행, 은행에 청구서 내미는 정부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금융사들이 올 상반기에 이자 잔치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네요. 고금리 시대에 서민은 등골이 휘는데, 금융사 사정은 정반대인 거죠. 그런데 금융사들의 표정은 되레 어둡다고 해요. 금융 취약계층 부채에 대해 고통 분담해야 한다고 정부가 은근히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죠. '관치 금융'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네요.          
 

KB금융, 상반기 순이익 '역대 최대'


KB금융지주가 올해 2분기 실적을 공시했는데요,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1조3,035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네요. 직전 분기인 올해 1분기(1조4,531억 원)보다는 10.3% 줄었지만, 이미 확정된 1분기 실적을 합친 상반기 전체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반기 이익을 거둔 거죠.

레터용 KB금융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하나·우리 등 나머지 세 지주는 내일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죠. 금융정보업체나 증권사의 예상을 보면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익이 4조3천억 원 전후가 될 듯한데요, 1분기 순이익까지 더하면 상반기 순이익이 9조 원에 육박한다고 해요. 이 수치 또한 역대 최대치라고 하고요. 
 

호실적 원인은 '이자 장사' 


금융사들의 사상 최대 실적은 이자 장사의 결과죠. KB금융의 2분기(2조7천938억 원)와 상반기(5조4천418억 원) 순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9%, 18.7% 늘었다고 해요. 이건 이자 장사라고 해도 금융지주들이 반박할 수 없는 수준이죠.

NH투자증권의 보고서를 보면 2분기 4대 금융의 순이자이익은 9조668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21.29%나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요, KB금융보다 다른 지주의 순이자이익 증가율이 더 높을 듯하네요.   

한국은행 기준금리 또 인상

이자 수익이 크게 늘어난 건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죠. 국내 기준금리는 코로나 유행 초기인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 3개월 동안 0.5% 수준으로 묶여 있었죠. 하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11개월 동안 꾸준히 올랐는데요,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기도 했죠.

레터용 기준금리

그래서 지금 기준금리가 2.25%로 올랐는데요, 각종 대출의 이자가 크게 뛰고 있죠. 지난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한 달 사이 0.40%포인트(p)나 뛰며 2%를 넘어섰다고 해요.
2010년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1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라고 하고요.

레터용 코픽스

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니까 금리는 당분간 더 오르겠네요. 이자가 오르면 대출 상승세는 둔화될 수 있는데요, 가계 대출만 그렇고 기업 대출은 성장세가 견조하다고 해요. 오늘 실적 발표한 KB금융은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의 여신이 성장한 데다 금리가 계속 올라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설명하고 있죠.
 

"취약차주 지원해 달라"는 금융당국


금융지주들이 2분기 실적발표를 시작한 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났네요.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 등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는 자리였는데요, 김 위원장은 '협조'라고 했지만 회장들은 '압박'으로 느꼈을 듯한 자리였죠.
 
레터용 금융위원장

김 위원장은 "건강한 사회공동체로의 회복을 위해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권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취약차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특별히 강조했죠. 앞서 정부가 지난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금융 취약층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25조원+α' 규모의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요, 그 프로그램에 은행들이 동참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죠.

금융지주 회장들도 정부의 금융 취약층 지원대책과 금융규제혁신 추진 방안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호응했다고 해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새 정부가 내세우는 금융개혁을 고객이 실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요, 다른 회장들도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답니다. 근데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지만 불만도 있다고 해요.
 

금융사 팔 비틀기? 관치 금융?


코로나로 서민은 등골이 휘는데 금융지주는 최대 실적을 거두었으니 여론이 좋을 리가 없죠. 특히 경영 능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이자 장사라는 쉬운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지요.    

그래서 정부가 서민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적 책임을 지라고 나서는 거죠. 이전에도 김주현 위원장은 "취약층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 중 빠진 부분에 대해선 금융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했고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며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죠. 
  
레터용 김주현 이복현

금융권에서는 실적이 좋을수록 정부의 압박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죠. 새출발기금 출연이나 저신용 청년층 채무 감면, 금리 인하 등 고통 분담 요구가 나올 수 있고, 그 재원의 상당 부분은 금융권이 떠안을 가능성도 매우 크죠.

이렇게 되면 금융권의 이자 잔치가 끝날 수도 있죠. 하반기에는 실적이 떨어질 거라는 전망도 있고요. 금융권에서는 그래서 사상 최대의 실적에도 웃지 못하고 반갑지도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해요. 

관치금융 논란도 있는데요,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며 은행들에게 부실 대출까지 떠안으라고 하면 사실상 금융사들의 팔을 비트는 것이고, 관치 금융 아니냐 이런 불만이 나온다는 거죠. 금융당국이 명시적으로 요구를 하면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니까 애매하게 '취약차주에 대한 관심'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금융지주들이 잘 알아듣고 움직이고 있죠. 

다만 금융 취약층 지원의 범위 등에 대해 정부가 똑 부러지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금융사들이 서로 눈치보기한다는 말도 들리네요. '이자 잔치'와 '관치 금융'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셈이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금융당국, ‘관치 금융’이라는 금융권의 불만. 둘 사이에서 합의점이 나올 수 있을까요?
 

오늘의 한 컷


레터용 이순신

새로운 광화문광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데요,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이순신 장군 동상의 때를 벗겨내는 세척 작업 사진이에요.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