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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달려들어 쐈다더니…부검으로 탄로 난 거짓말

<앵커>

끔찍한 동물 학대 소식 전해드릴 때가 있는데요, 목격자가 없는 사건에서는 동물의 사체가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사인을 밝힐 때처럼 동물 학대 의심 사건에서도 '부검'이 활용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는데, 국내 동물 부검 환경을 짚어봤습니다.

한소희 기자 리포트 보시고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지난해 6월 경북 경주의 한 농장에서 진돗개 한 마리가 총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자수한 용의자 A 씨는 개가 달려들어 정당방위 차원에서 공기총으로 쏘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목격자도 없어 그대로 인정될 뻔했지만, 부검에서 거짓이 탄로 났습니다.
총 맞아 죽은 진돗개 부검

탄환이 몸을 뚫고 빠져나온 사출구 형태가 결정적인 단서였습니다.

[이경현/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 : 닿는 면이 있게 되면 그 가장자리 부분이 이렇게 탄 흔적을 보입니다. 이런 부분들은 어디에 개가 기대고 있었다든지 아니면 땅에 누워 있었다든지….]

네 발로 서 있는 상태에선 생길 수 없는 사출구 형태로 미뤄 개가 엎드려 있을 때 총을 쏜 걸로 봐야 하고,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냈습니다.

법원은 이런 내용의 부검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했고, 특수재물손괴죄를 인정됐습니다.

경북 포항 한 폐 양어장에서 고양이 10여 마리를 죽인 사건에서도 어미 뱃속에 있던 고양이까지 훼손했다는 사실과 피해 고양이의 개체 수를 부검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동물 학대 수사건수와 함께 부검 의뢰 건수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국내엔 전문 부검 기관이 따로 없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동물 부검
취재 당일에도 독극물을 먹고 죽은 걸로 의심되는 고양이 부검이 진행됐습니다.

[김종호/농림축산검역본부 수의연구사 : 피하에 근육이나 다른 출혈은 없는 거 같습니다. 외력에 의한 손상이나 학대 정황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부검을 통한 육안 검사로 1차 적으로 자연사라고 판단했지만, 이렇게 조직들을 다시 한번 실험실로 보내서 질병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전국에 딱 한 곳뿐이어서 수도권에서도 김천 검역본부까지 와야 합니다.

[(부천 소사경찰서에서 오셨죠.) 네 이거고요.]

[이명헌/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 : 저희 검역본부가 산업동물에 대한 폐사축 부검이나 또 질병 진단을 함께하면서 법의학 업무를 하다 보니까 절대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늘어나는 동물 학대 수사에 맞춰 수의 법의학 인력 양성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전민규, CG : 서승현, 화면제공 :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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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소희 기자 나와있습니다.

Q. 해외 사례는?

[한소희 기자 : 네, 저희가 취재 갔을 때도 경기 부천에서 김천 검역본부까지 부검 맡기러 온 경찰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동물 사체는 택배로 보내기도 어려워서 수사할 시간 쪼개 왕복 7~8시간 운전해서 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이곳 직원들은 평소에는 다른 검역 관련 업무를 하고 있어서 굉장히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동물 피해 사건 수사를 위한 부검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이 다른 나라에는 있는데요, 이탈리아는 국립 수의 법의학센터가, 네덜란드는 국립 동물 학대센터가 있고요. 미국도 수의 법과학센터와 대학 등을 중심으로 공조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Q. 양형 기준 필요

[한소희 기자 : 네, 동물 학대 범죄는 늘어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도 커지는데, 대법원 양형 기준이 아직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재판부에 따라 형이 제각각입니다. 경의선 숲길 고양이 한 마리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에서 징역 6개월이 선고됐는데, 고양이 수십 마리를 살해해서 사진을 공유한 '동물판 N번방 사건'에서도 집행유예가 나와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학대 범죄를 밝혀내기 위한 시설뿐 아니라 양형 기준 마련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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