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브스레터 이브닝(7/20) : 프레임 전쟁으로 번진 '사적 채용'

스브스레터 이브닝(7/20) : 프레임 전쟁으로 번진 '사적 채용'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여권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뉴스가 많이 나오네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채용 관련 발언에 사과했고요, 대통령실의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침묵을 깨고 SNS와 라디오 출연 등을 통해 적극 방어에 나섰죠. 강 수석은 어제(19일)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반박하더니 오늘은 '엽관제' 카드를 꺼내 대통령실 인사를 옹호하는 대응 프레임을 제시했네요. 프레임 전쟁의 관점에서 '사적 채용' 문제를 살펴볼까요? 
 

"악의적 프레임"이라는 강승규


강승규 수석이 어제 SNS에 올린 글부터 볼까요.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한 사적 채용, 불공정 채용>이라는 제목으로 긴 글을 올렸는데요, 민주당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왜 악의적 프레임인지 설명하는 내용이죠. 

총무비서관실에 검찰 출신의 공무원이 이례적으로 근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체 인원 중 약 1%에 불과한 인원을 가지고 마치 검찰 출신들이 비서실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는 허위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반박했고요,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의 아들이 비서실에 근무하는 데 대해서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고 채용되었다"고 했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사진=연합뉴스)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한 사적 채용, 불공정 채용>
첫째, 대통령비서실에는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 부처의 공무원들이 파견되어 일합니다. 
(..) 전체 인원 중 약 1%에 불과한 인원을 가지고 마치 검찰 출신들이 비서실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는 허위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둘째, 비서실에서 별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주 행정요원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고 채용되었습니다.
주 행정요원은 사적 인연으로 일할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강 수석은 "더 이상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를 방치하지 않겠다"면서 잘못된 프레임의 덫에 걸려 억울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글을 마무리했네요. 
 

"사적 채용 아니다"는 반박이 먹힐까?


민주당이 프레임을 짰는지 아닌지, 또 악의적인지 아닌지 몰라도 '사적 채용'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된 건 맞죠. 대통령실 채용에 대해 사람들이 '사적 채용'이라는 관점의 프레임, 즉 '대통령실 직원 가운데 대통령이나 권력자와 사적 인연 있는 사람이 많이 채용되네'라는 인식이 생기면 그게 대통령실 채용을 해석하는 하나의 프레임이 되는 거니까요.

근데 '사적 채용'이라는 말에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아는 사람의 권력과 배경을 이용해' '꽂아넣기식 채용'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포함돼 있죠. 민주당이 공격하는 포인트가 바로 이 지점인데요, 지인 자녀들을 취업시키는 취업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점을 공격하고 있는 거죠.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이 '사적 채용'에 발끈하는 것도 이런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죠.          

그러면 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사적 채용' 프레임을 깨기 위해 어떤 전략을 썼는지 볼까요. 사적 채용 문제는 지난달 13일 김건희 여사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때부터 불거진 걸로 보이네요. 이때 김 여사가 지인을 대동하고, 자신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을 대통령실에 채용한 게 드러나 논란이 됐죠. 

봉하마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이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지인 자녀의 대통령실 채용 등 '사적 채용' 논란이 무섭게 확산한 최근까지 여권에서는 "사적 채용 아니다"는 반박하는 데 집중했죠. 한 달 넘도록. 

근데 유명한 프레임 이론가인 미국의 레이코프 교수는 상대 프레임을 깨려면 상대의 언어나 프레임을 쓰지 말라고 충고하죠.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주장한 내용인데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꼬끼리가 더 생각난다는 거죠. 그러면서 닉슨 대통령 사례를 들고 있죠.

레터용 코끼리 한 컷
국내에서는 5년 전 19대 대통령 선거 때 TV토론에서 안철수 당시 후보의 말실수가 닉슨과 같은 실패 사례라 할 수 있겠네요. 당시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질문하며 'MB 아바타 아니다'라고 강변했는데, 지금도 대표적인 토론 실수로 회자되고 있죠. 당시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도 “TV토론을 통해 아무런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하면서, 오히려 ‘MB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적폐청산에 반대한다는 이미지만 심어줬다”고 패배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죠.

마찬가지로 "사적 채용이 아니다"라고 반박할수록 '사적 채용'이라는 프레임이 더 강화된다고 이해할 수 있죠. "언어가 그러한 생각을 실어나르고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레이코프 교수는 설명하고 있고요. 반박 논리가 아무리 좋아도 먹히지 않는다고 하죠.

적어도 이 이론으로는 '사적 채용'에 대한 정부 여당의 대응 전략은 실패했다고 할 수 있네요.  
 

강승규 "사적 채용 아니고 엽관제"    


상대의 언어가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반박해야 한다. 레이코프 교수의 주장을 대통령실이 따른 건 아니겠지만, 오늘(20일) 새로운 반박 언어가 나왔네요. '엽관제'인데요,  강승규 수석이 "악의적 프레임"이라는 어제(19일) 반박의 연장선에서 꺼내 일종의 프레임이죠.

강 수석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채용은 공개 채용 제도가 아니고 비공개 채용 제도, 소위 말하는 엽관제"라고 했네요. 엽관제는 관직을 사냥한다는 한자어로,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사람이나 정당이 관직을 지배하는 인사행태를 말하죠. 
 
◇ 진행자: 수석님께서 어제 SNS에 글을 올리셨더라고요. 내용을 보면 이른바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서 악의적 프레임이다, 이렇게 규정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로 이해를 하면 될까요?
◆ 강승규 수석: 경제가 매우 위중한 상황인데 지금 대통령실 채용제도와 관련해서 사실을 왜곡해서 프레임을 통해 공적 채용을 한 비서진을 사적 채용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죠. 대통령실은 공개 채용 제도가 아니고 비공개 채용 제도, 소위 말하는 엽관제라고 하는데요. 비공개 채용을 통해서 하는데 이런 부분 등이 공적 채용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검증과 여러 가지 자질 능력 등을 평가한 뒤에 채용됐는데도 사적 채용이다, 측근 지인 등을 비밀리에 채용한 것처럼 프레임을 쓰여서 보도하는 것이 또는 공격하는 것이 야당이 공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이런 저의 반박입니다. 

엽관제가 발달된 나라는 미국인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딸 이방카와 사위 쿠슈너가 백악관에 근무하면서 인사와 정책에 관여한 사례만 봐도 미국이 엽관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걸 알 수 있죠.  

백악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엽관제는 국정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인물들을 기용해 책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전문성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와 정실주의 등의 폐해도 거론되죠. 우리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 기관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생각하고 낙하산 인사를 해온 게 대표적인 폐해로 거론되고요.
 

"억지 부리지 말라"…물러서지 않는 민주당 


강승규 수석이 '엽관제'를 들고 나오자 민주당이 다시 공세에 나섰네요.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대통령실은 억지와 궤변으로 ‘사적채용’을 호도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브리핑했는데요, 억지 부리지 말고 깨끗하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네요. 
 
비공개 의총 결과 브리핑하는 오영환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억지와 궤변으로 ‘사적채용’을 호도하지 마십시오>
엽관제가 언제부터 대통령 인사의 원칙으로 통용되었습니까? 억지도 정도껏 부리기 바랍니다. 그리고 문제의 본질은 특혜채용, 정실인사입니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도 상피제가 있었습니다. 정실인사는 권력의 사유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불공정에 대해 사과하고 재방 방지를 약속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여권에서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해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사과하고 강승규 수석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라디오 인터뷰에 응하면서 '사적 채용' 불끄기에 적극 나서고 있죠. 특히 지난 일요일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처음으로 공개 브리핑에 나서는 등 정책 홍보나 이슈 대응에 참모들이 나서기 시작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사적 채용'을 둘러싸고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되면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죠. 엽관제가 윤 대통령이 주장해온 '능력주의 인사'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면도 있어서 설득력이 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네요. '엽관제' 프레임이 먹힐까요?
 

오늘의 한 컷

  
레터용 맞불집회

비슷한 시간 비슷한 곳에서 성격이 다른 집회가 열렸네요. 왼쪽은 대우조선해양 정문 근처에서 열린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이고요, 오른쪽은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조와 협력업체 대표 등이 조선소 내에서 맞불 집회하는 사진이에요.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스브스레터 구독하기+ 꼭 알아야할 이슈만 모았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