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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약 듬뿍 바른 '장인 가야금'…전통 제작 맞나

<앵커>

지난해까지 무형문화재였던 전통악기 장인의 공방에서 가야금에 구두약을 쓴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해당 장인은 자신만의 창의적인 기법이라고 하는데, 전통 악기 제작방식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소환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천에 무언가를 묻혀서 가야금 울림통 옆면을 바르니 윤기 있는 갈색으로 변합니다.

뒤집어서 반대편도 바르고, 가야금을 눕혀서 아래쪽도 골고루 바릅니다.
 
가야금을 만드는 데 광택제로 쓰인 이 물질, 뭔가 봤더니 구두약입니다.

이달 초에 촬영된 이 영상의 장소는 지난해까지 무형문화재였던 A 씨의 공방입니다.

[제보자 : 구두약을 잔뜩 갖고 오셨더라고요. ○○구두약. 그래서 뭐 할 건가 했더니 여기다 쉘락 칠을 한 번 두 번 한 다음에 듬뿍듬뿍 바르라고 그러더라고요. 마감을 해라.]

수십 년간 가야금을 비롯한 전통악기들을 만들어온 장인 A 씨.

자신의 공방을 소개하는 사이트에서 현악기 울림통을 만들 때 전통 기법인 천연 생옻칠로 칠한다고 홍보했습니다.

A 씨는 이에 대해 "최근에는 천연 옻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용이 아닌 입문용 가야금에 한해서 올해 초부터 구두약을 일부 쓰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구두약의 왁스 성분이 악기 소리를 더 깨끗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장인들은 구두약 사용은 처음 듣는 일이라면서도 평가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에 어긋난다, 제작 기법 차이일 뿐이라는 의견이 맞섰습니다.

[가야금 장인 : 잘못하는 것이네요. 절대로 구두약을 바르지 않습니다.]

[고흥곤/악기장 국가 무형문화제 : 값싸게 나오는 것이니깐,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구두약이 사용된 A 씨의 가야금들은 학교나 학원 등에서 입문용으로 구매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가야금 A 학원 교사 : 뭔가 저희가 평상시에 신발 같은 경우에는 (구두약 발라도) 우리가 손을 많이 안 대니까 쓰는데.]

[가야금 B 학원 교사 : 저는 안 사주죠. 알면 못 사주죠.]

A 씨는 전문가용 가야금에도 구두약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SBS 취재진에게 추가로 밝혀왔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김태훈·김승태, 영상편집 : 윤태호,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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