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수의계약 적발돼 '교부세 삭감' 민폐 끼친 의원님

2015년 정부는 종합감사 과정에서 이러한 비위행위를 적발했습니다. 진천군수에게 "앞으로 지방의회의원과 그 배우자의 지분이 50% 이상인 업체와 수의계약하는 일이 없도록 계약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하면서 "지방계약법을 위반해 수의계약한 업체에 대해 법령에 따라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등 적정히 조치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또 부적절한 수의계약을 맺은 책임을 물어 진천군에 갈 지방교부세를 6,800만 원 삭감했습니다. 의원의 비위 행위가 지자체 재정에 손실을 끼친 사례입니다.
그러나 징계는 없었다
그러나 정식 징계를 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장 의원은 징계 의결 대신 내부 경고 조치만 받았고, 계약을 담당한 공무원은 법상 징계가 아닌 '주의' 조치했습니다. 업체는 '2개월 입찰 참가자격 제한'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습니다. 진천군과 진천군의회의 재발방지 노력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장동현 진천군의회 의장
"의원이라는 신분에서 수의 계약을 받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몰라서 일하는 사람이 그냥 받아서 한 겁니다. 군의회에서 경고인가 받았습니다."
진천군 관계자
"의원님들끼리 협의했는데 징계까지 올라갈 상황은 아니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하셨다고 합니다. 내부적으로 경고 조치만 했다고 합니다. 의원 되시기 전에 계약한 건이 훨씬 많습니다."
불법 수의계약을 맺은 지방의원들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지방계약법에 수의계약 금지 규정만 있을 뿐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례에 징계 조항을 넣은 지방의회도 있지만 '경고'나 '공개사과'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조차도 동료 의원들의 의결을 필요로 해 실제 징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부당한 수의계약으로 지방의회 의원에게 징계가 내려진 경우는 출석정지와 경고 등 9건에 불과합니다.
이번엔 '꼼수' 수의계약…"동생에게 지분 넘겨 몰랐다"

진천군 측은 의원 부부의 지분이 50% 아래임을 서류로 확인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진천군 관계자
"당시 재산 신고 자료와 등기 서류를 확인했을 때 출자 비율이 50%를 넘지 않았습니다. 법상으로 문제가 안되는 상황에서 실질적 소유까지 따지긴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장 의원은 아예 계약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장동현 진천군의회 의장
"사건 이후로 일을 아예 주지도 않고 하지도 않았어요. 사업을 계속 몇 년간 한 번도 안 하고 있고. (그럼 누가 계약을 맺은 건가요?) 그건 모르겠어요. 지분을 넘겨주고 신경도 안 썼어요. (연매출 300만 원으로 신고하신 이유는?) 그게 일을 못 했을 건데.."
그러나 의문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우선, 수의계약에 명시된 회사 주소를 확인해보니 장 의원 부부의 집 주소와 같았습니다. 그 건물은 2004년 이후 계속 장 의원 부인의 소유였습니다. 지분을 넘겼었다는 장 의원 해명과 달리 회사 주요 자산을 실소유하고 있었던 겁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집과 주소가 같은 회사에서 따낸 주요 계약 내용을 모를 수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장 의원 동생이 수의계약을 앞두고 지분 51%를 넘겨받은 뒤 3년 반 만에 모든 지분을 넘기고 퇴사한 것도 의심스러운 정황입니다. 장 의원의 재산신고 내역을 살펴보면, 지분 변동 시점에 이렇다 할 재산 증감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동생 명의를 활용해 수의계약법을 회피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장 의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회사 연매출이 30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신고했는데, 수의계약 매출액은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원 "며느리에게 지분 넘겼더라도 불법 수의계약"
당시 제명된 지방의원은 며느리에게 주식을 양도해 본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양도대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입찰 제한을 피하려고 명의신탁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관련 정황을 들어 설령 주식을 양도했다고 하더라도 지방의원의 사실상 소유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족 명의를 이용한 수의계약 꼼수도 위법하다고 본 겁니다.
"지방의원은 가족이나 가족이 지배하는 법인이 지자체와 (수의) 계약 체결을 할 수 없도록 방지할 의무를 지게 된다. 위반한 경우 불법적인 계약이 됨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법인이 법 위반의 책임을 지는 것 이외에도, 지방의원 본인도 불법적인 계약의 체결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주체로서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는 것은 법문 해석상 당연한 귀결이다."
(2017.5.16. 창원지방법원)
그러나 위 판결은 지방의회의 징계 의결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방의원이 불법 수의계약을 맺어 지방계약법을 위반하더라도 동료 의원들이 징계에 나서기 전까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겁니다. 계약 과정에서 지자체를 적극적으로 속인 경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하거나,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 유도 또는 묵인한 경우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진천군 사례는 일단 법을 무시해도 솜방망이 징계, 지분 분산 꼼수, 몰랐다고 잡아떼기라는 지방의원의 탈법적인 수의계약 공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허술한 법 규정과 지방의회의 봐주기 관행을 바꾸지 않고는 지방의원의 수의계약 문제는 절대 근절되지 않을 것입니다.
※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 팀은 지방의회 의원의 비리와 잘못된 관행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 panda@sbs.co.kr
▶ [취재파일] 내 회사로, 배우자 명의로 쑥~ "수의계약 나도 몰랐다"는 의원님들
(디자인 : 채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