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학교폭력 가해 학생, 강제전학 보내면 그걸로 끝인가요?

이 기사 어때요?
최근 전북 익산에서 있었던 일이 세상에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친구를 발로 차거나 공격하고 선생님에게도 욕설을 하고 위협을 하는 등 쉽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일들을 벌였다는 겁니다. 그 학생은 다른 학생들에게 이런 말도 남겼다고 하는데요. 강제전학을 와 봤는데 별 거 아니다, 강제전학을 또 가더라도 내가 얼굴을 다 외웠으니까 나중에 와서 보복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학생은 이미 다른 학교에서 한 차례 강제전학 조치를 받았던 학생이었습니다.
전학 온 이 학생(A군으로 칭하겠습니다)을 맡았던 담임 선생님을 비디오머그가 만났습니다. 김학희 선생님은 이런 강제전학에 대해 "선생님들은 그래서 일명 '폭탄 돌리기'라고 하죠. 운 없어서 우리 학교 왔다고."라고 일선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줬습니다. A군은 기존 학교에서 여러 차례 등교중지 조치를 받다가 지난 5월 이 학교로 강제전학을 오게 된 것이었는데요. '강제전학',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리면 그 위원회에서는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교육을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내립니다. 그 가운데 퇴학 바로 아래 단계인 8호 조치가 (강제)전학입니다(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퇴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최고 수위의 징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대구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 이후에 대대적으로 학교폭력 대책이 발표된 바 있었는데요. 이때 피해 학생이 전학을 권고받는 게 아니라 가해 학생이 (스스로가 동의하지 않아도) 전학을 가도록 방침이 바뀌며 도입됐습니다. 차츰 늘던 강제전학 건수는 2019년 한 해엔 초, 중, 고등학교를 합쳐 2천 건을 넘기도 했는데요. 도입 10년째가 된 강제전학, 현장에선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 5월에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한 학생의 어머니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욕설과 함께 성추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이 학생, 어머니는 처음엔 가해 학생이 강제전학만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가해 학생을 마주치는 것 자체를 피해 학생이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심의 끝에 강제전학 처분을 내렸는데, 그 처분이 이행됐는지는 가해 학생의 SNS를 보고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가해 학생이 학교만 바꿔서 계속 원래 살던 곳에 산다면서, 인터넷 상에서 가해 학생이 노는 것도 너무 잘 보인다고 토로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여전히 집 밖으로 나가기 힘들어하며 두려움에 떨고 가해 학생의 반성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5년차 초등학교 교사부터 20년차 고등학교 교사까지, 비디오머그는 이 선생님들에게 이 익산 초등학교 학생 사건에서부터 시작해 강제전학 등에 걸친 현장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인 최민재 선생님은 "과거에는 학교 대 학교로, 1대 1, 비공식적으로 (학생을) 교환하듯이 했었는데 지금은 지역 교육청에서 나름대로 종합적으로 학교 상황을 고려해" 강제전학 학생을 배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각 시도 교육청(고등학생 대상)과 교육지원청(초등학생·중학생 대상)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강제전학 학생을 배치하고 있는데요. 피해 학생과의 분리를 위해 직선거리 5km 이상 등 충분한 거리를 둘 것을 기준으로 잡은 곳들이 많습니다. 또 강제전학생을 다른 학교로 보낸 적이 있는 학교부터 강제전학생을 전입시키거나, 학군을 나눈 다음 그 안에서 각각 학교 순번을 정해 한 학군에서 강제전학생이 발생하면 다른 학군의 학교(지정된 순번에 따라)로 배정하는 곳도 있습니다.
강제전학생 보낸 학교부터, 순번 정해서 순번대로. 이런 원칙은 현장의 다음과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듯 보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박효천 선생님은 최근 촉법소년 나이의 한 학생이 문제 소지가 큰 일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고 언급했는데요, 그 일대의 학교에 '우리 학교에서 그 아이를 받을 거냐'는 소동이 일었다고 합니다. 한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공식적으로 우리 학교에선 받지 않겠다고도 했단 겁니다. 실제로 학교폭력 사안이 불거지고 강제전학이 거론되면 '님비 현상' 같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너무 멀리 보냈다고, '건강권과 학습권을 제약했다'며 학교를 다시 배정하라는 인권위 결정을 받은 곳도 있습니다. 여러 차례 친구를 때리고 돈을 빼앗은 중학생이었는데, 당초 이 지역에서는 강제전학생을 다른 학교로 보낸 적이 있는 두 학교가 이 학생 배정 학교로 거론됐다고 합니다. 한 학교는 8km, 다른 한 학교는 25km 거리였는데, 8km 학교는 이미 한 학생을 강제전학으로 받은 상황이라 이 중학생은 25km 거리의 학교로 가게 됐습니다. 해당 지역 교육 당국에선 이 기준과는 별도로, 보다 가까운 9km 거리 학교에도 따로 협의를 했었는데, 그 학교 구성원의 반발로 인해 결국 학생은 25km 거리, 왕복 3시간 학교로 최종적으로 가게 됐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희성 선생님은 이런 강제전학 제도에 대해 사실상 퇴학이 되지 않는 의무교육 상황에서 가장 수위가 높은 처벌로서의 의미는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공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등학교 교사인 왕건환 선생님은, '폭탄을 돌리다보면 아이가 힘이 약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과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학생 하나가 학교 전체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생기고 공권력이 그걸 제한하려고 하면 '학생 인권 침해', '아동 학대'라고 해서, 선생님들이 손을 놓고 있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취재진이 만난 피해 학생 학부모, 현장 교사, 학교폭력 상담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제전학 자체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이었습니다. 다만 이들은 좀 더 확실한 분리, 가해 학생에 대한 관리가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는 걸 강조했는데요. 김석민 푸른나무재단(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폭력SOS센터 팀장 역시 비슷한 점을 언급했습니다. 사이버폭력이 일상화하면서,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의 SNS에 들어가서 악의적인 댓글을 달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충분한 거리를 두고 전학을 가야한다'라는 정도의 규정만 있기 때문에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학교 외의 다른 곳에서 마주치는 경우도 많단 겁니다. 가해 학생에 대한 관리에 있어서도, 학교를 옮기더라도 충분한 교육을 받아서 나름대로 가해 학생이 인지를 하거나 반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몇 시간에서 며칠 짜리, 기관에 스스로 출석해서 받는 강제성 없는 교육이 아니라 치료까지도 염두에 둔 구속력 있는 체계의 필요성이 그래서 제시됩니다. 위기 학생들을 소규모로 품는 '공립형 대안학교'가 그런 공간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난 전북 익산 A군의 담임 선생님도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적어도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든 다음에 보내 달라는 겁니다. 우선 A군에게는 출석정지 10일과 특별교육 30일이라는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30일 동안 A군은 인근 대학병원 정신과에 마련된 상담·치료기관에서 통원 상담 및 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이후 선생님은 한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습니다. "저와 대다수의 아이들을 걱정해주셨던 것처럼 그 아이도 안쓰러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선생님은 그 동안 이번 일에 대한 보도에 "가해 학생은 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부분이 빠져 있었다고도 언급했는데요. 글을 쓰게 된 전제 조건은 무조건 피해 학생 부모님들의 동의라면서(즉, 피해 학생들에 대한 분리 등의 조치가 확실하게 이뤄진 뒤에야 이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겁니다) 가해 학생이 '모두가 내 적이 아니다'라는 건 적어도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고, 선생님은 덧붙였습니다. 이후엔 대안학교나 위기행동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문 시설 등을 아이가 머물 곳으로 찾아보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강제전학 제도의 효과는 보장하면서도 부작용을 완전히 보완할 수 있는 완전한 대안이 있을까. 이 질문엔 아직 물음표가 많습니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강제전학의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데에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소한, 교사가 현장에서 가해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 또 가해 학생을 전학 보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책임감 있게 교육하고 치료하는 것이 뒤따라야 할 겁니다. 그럴 때야만이 강제전학이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보통의 학생을 보호하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취재·구성 : 박하정 김유미 / 영상취재 : 홍종수 신동환 / 편집 : 김인선 / CG : 서현중 안지현 전해리 성재은 / 제작 : SBS 디지털탐사제작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