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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 시간에 치킨 50마리" 로봇, 인력난 돌파구 될까?

[취재파일] "한 시간에 치킨 50마리" 로봇, 인력난 돌파구 될까?
요즘 취재 다니다 보면 '사람 구하기' 너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돈을 많이 줘도 일한다는 사람이 없다고 하네요. 그만큼 일이 힘들고 고되다는 뜻이겠지만, 분위기가 예사롭지는 않습니다.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칼국숫집은 22년 동안 국내산 재료로 겉절이를 담갔는데, 그마저도 포기했습니다. 칼국수에 겉절이가 없다니. 손님들이 바뀐 공장 김치엔 거의 손도 안 댄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집의 인기 메뉴인 손만두도 당분간 팔지 않고 있습니다. 사장님도 겉절이와 만두를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한 건 아닙니다. 배추와 양념 등 각종 식자재 값도 많이 뛰었지만, 그보다도 식당일을 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탓이 컸습니다. 사장님 표현에 따르면 "일하러 왔다가도 가게 앞에 쌓인 배추를 보고 일꾼들이 도망갔다"고 하네요. 하는 수없이 반찬 만들기를 포기했지만, 단골손님 생각하면 미안해서 고개를 들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외식업계,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외식, 식당

심화하는 인력난은 비단 이 칼국숫집 만의 일은 아닙니다. 서울 양천구의 양꼬치집도 사람을 못 구해 부부 둘이서 주방일과 손님 접객까지 모두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넷이서 했던 일을 둘이서 하고 있는 겁니다. 비교적 한국인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편이었던 외국인(중국 동포) 요리사도 월급을 380만 원은 줘야 구할 수 있답니다. 직원을 쓰고 싶어도 인건비가 너무 비싸서 쓸 수 없는 자영업자도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부쩍 식당과 카페, 편의점에 무인화와 자동화 바람이 거셉니다. 식당에서 서빙하고 주문받는 로봇은 이제 다들 익숙해지셨을 거고요. 아예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조리하는 '로봇 셰프' 도입도 늘고 있어요. 한 스타트업이 만든 '로봇 치킨'은 한 시간에 50마리까지 튀길 수 있습니다. 사람이 뜨거운 튀김기 앞에 계속 서있지 않아도 되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또 다른 스타트업은 10분이면 떡볶이 5인분을 만드는 볶음 전문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매뉴얼에 적힌 대로 계량한 재료를 솥에 넣기만 하면 떡볶이가 완성되는 겁니다. 보통 100㎡ 매장을 운영하려면 직원 두세 명은 있어야 하지만, 한 명으로도 조리와 배달 주문, 손님 응대까지 가능했습니다.
 

거센 자동화 바람…"인건비 아껴서 재료에 투자"

요리 로봇

직접 실물로 본 조리용 로봇은 간편하고 편리해 보였습니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 있는 주방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요. 몇 년 지나지 않아 키오스크처럼 익숙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치킨용 로봇은 월 임대료가 110만 원 수준인데, 부담이 적지 않지만 사람 한 명 인건비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지요. 조리로봇을 활용하고 있는 한 사장님은 이렇게 절약한 인건비를 더 좋은 재료 사는데 투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로봇이 현재의 구인난을 정녕 해소해 줄 수 있을까요? 혹시 로봇이 늘어나게 되면 장기적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건 아닐까요?

일단 '로봇이 사람 일자리를 뺏는다'는 통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로봇 도입 초기에는 "자동화로 인해 임금이 줄고, 실업이 늘 수 있다"는 예측이 많았지만 로봇이 대체하는 단순 반복 일자리가 다른 일자리보다 더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로봇이 늘어서가 아니라 갈수록 노동 강도가 센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어나서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맞겠지요.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 재료비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겐 자동 로봇 대중화가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동화는 대세…달라지는 일자리 지형 대비 필요

요리 로봇

조리 부문의 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불과 5~6년 전에 극장 매표소에 아르바이트생이 많이 있었지만, 자동매표기 도입으로 지금은 1~2명밖에 없는 것처럼 일자리의 지도가 새롭게 쓰이고 있는 거죠.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분석합니다.

"디지털화와 자동화로 인해 사람이 하던 일자리가 대체되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늘어나기도 합니다. 로봇을 도입하면, 이걸 설치하고 수리하는 일자리도 생겨나는 식이죠. 더 중요한 점은 로봇이 대체 불가능한 일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사무실 앞 백반 집에서 로봇이 도입되기는 당장에 쉽지 않죠. 플랫폼 일자리나 돌봄 등 휴먼 서비스가 필요한 대면 일자리도 기계가 대체하지 못할 겁니다."
 

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문제 못 풀어…로봇과 공생하는 시대


물론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으니까, 개인이 알아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라"는 식의 해법은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이탈되는 인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정부가 변화하는 일자리 지형에 맞춰 중간 수준의 일자리를 메우기 위한 직업 교육 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를 단순한 임금 인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건 선진국에서 이미 학습된 경험입니다. '돈을 벌기 위한 것'에서 '직업하는 권리'로 일의 정의가 달라지는 시대. 일상 깊숙이 들어온 로봇과의 공생이 우리 앞에 새로운 과제로 놓여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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