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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 모 씨가 관용 여권을 받은 근거는 "원활한 공무 수행"?

"신 씨는 기타 수행원…별도 규정 없어, 편의상 분류"

여권은 소지자의 국적 등 신분을 증명하는 공문서의 일종입니다. (외교부 여권 안내 홈페이지 참조) 여권은 세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 여권과 외교관 여권, 그리고 관용 여권. 아래 사진 중 가운데 있는 것이 전자 여권으로 발급되는 관용 여권입니다.

대한민국 여권 (전자 여권) (사진=외교부 여권안내 홈페이지)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 모 씨가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방문에 동행했을 때 소지한 게 관용 여권이었습니다. 대통령실에 채용될 뻔 했다고 하나, 어쨌거나 신 씨가 공무원은 아닙니다. 민간인 신분이던 그는 어떻게 관용 여권을 소지할 수 있었을까요? 외교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제시한 것은 여권법 시행령 7조입니다. 7조를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신 씨는 이 가운데 어디에 해당할까, 답안을 골라보시죠.
 
[여권법 시행령 제3장 관용 여권]

1. 다음 각 목의 구분에 따른 사람으로서 공무로 국외에 여행하는 사람과 해당 기관이 추천하는 그 배우자, 27세 미만의 미혼인 자녀 및 생활 능력이 없는 부모
가. 공무원
나. 한국은행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의 임·직원 중에서 관용 여권을 소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외교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
2. 한국은행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의 국외 주재원 중에서 관용 여권을 소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외교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과 그 배우자 및 27세 미만의 미혼인 자녀
3. 정부에서 파견하는 의료요원, 태권도사범, 재외동포 교육을 위한 교사와 그 배우자 및 27세 미만의 미혼인 자녀
4. 「외무공무원법」 제32조에 따라 재외공관에 두는 행정직원과 그 배우자, 27세 미만의 미혼인 자녀 및 생활 능력이 없는 부모
5. 외교부 소속 공무원 및 「외무공무원법」 제31조에 따라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다른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이 가사 보조를 받기 위하여 동반하는 사람
6. 그 밖에 원활한 공무 수행을 위하여 특별히 관용 여권을 소지할 필요가 있다고 외교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

답은 6번.

즉, 신 씨가 "그 밖에 원활한 공무 수행을 위하여 특별히 관용 여권을 소지할 필요가 있"었던 사람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문구를 다시 풀어 쓰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음표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이 설명을 받아들인다고 해보겠습니다. 이제는 필연적으로 다음의 질문이 따라 붙습니다. 신 씨는 '원활한 공무 수행'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시행령에 따르면 관용 여권의 유효기간은 5년입니다. 다만 '그 밖에 원활한 공무 수행'으로 관용 여권을 발급받은 경우에는 유효기간이 2년이라고 합니다. 외교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3년도 될 수 있습니다. 통상 정상 순방 행사를 수행한 이들의 관용 여권이 처분되는 방법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관련 업무를 계속 하게 될 이들은 별도로 반납하지 않고 소지하지만, 일회성이라면 행사 이후 반납한다고 합니다. 신 씨의 관용 여권은 현재는 반납된 상태로 전해졌습니다. 신 씨의 관용 여권이 몇 년짜리였는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나토 '성과'가 아니라 신 씨 수행만 주목을 받으면서 대통령실도 유쾌할 리는 없어 보입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사적 수행'이라고 비판하자 "탁 모 씨 발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신 씨가 민간인인 것은 맞지만, 절차를 거쳐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만큼 부당한 프레임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는 편의상 정상 행사의 수행원을 주요 수행원/특별 수행원/실무 수행원 등으로 구분해 왔다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이야기한 기타 수행원은 실무 수행원에 포함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간 기타 수행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은 통역, 주치의 등입니다. 통역과 주치의는 '원활한 공무 수행'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다고 대부분이 수긍할 것입니다. 그런데 신 씨가 그런 역할을 했는지는 지금까지 드러난 정보로 알 수가 없습니다. 수행원 종류를 구분하는 데 있어 애초 법적 근거나 내규는 없습니다. 이현령비현령입니다. 기타 수행원이었다는 항변을 들어도 명쾌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찝찝함이 남으면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다자 외교 데뷔 무대였던 나토정상회의 일정. 치열해야 할 외교 담론의 장 대신 설정샷과 민간인 수행 논란이 결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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