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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CCTV를 유튜브로 소비하는 시대,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부뉴스 일러스트
최근 안타깝게도 실종사고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습니다. 당장 저번 주에는 가양역 부근에서 20대 직장인이 실종되기도 했고, 그 전엔 조유나 양 가족의 실종 사고가 있었죠. 경찰이 하루빨리 김가을 씨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김가을 씨가 따뜻한 가족 품으로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CCTV죠. 사건과 관련된 분들의 행적을 확인하거나 추적할 때면 CCTV에 기록된 영상 정보를 분석하는 건 필수입니다. 사건사고를 다루는 뉴스에서도 CCTV 영상이 가득해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이 CCTV를 한 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CCTV가 치안을 위해선 필요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획득한다는 그림자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구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CCTV를 유튜브로 소비하는 시대, 어떻게 생각하나요?"
 

CCTV와 함께하는 우리들


CCTV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TV의 일종입니다. CCTV라는 단어를 풀어보면 Closed Circuit TV인데, 폐쇄된 회로를 이용하는 텔레비전을 의미하죠. 모든 사람들에게 전파가 전달되는 TV와는 다르게 폐쇄된 회로를 이용하는 CCTV는 특정된 수신자에게만 전파를 쏴서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민간 기업에서 또 최근엔 집에서도 CCTV를 설치해서 범죄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죠.

우리 생활에 CCTV는 얼마나 있을까요? 마부뉴스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봤습니다. 마부뉴스 제작진들이 출퇴근하면서 하나하나 CCTV를 체크해봤는데 하루 동안 맞닥뜨리는 CCTV의 개수는 평균 89대(최대 145대, 최소 33대)였어요. 심한 경우에는 600m를 이동하는 동안 마주친 CCTV가 55대가 될 정도였는데 미처 인지하지 못한 CCTV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에 조사를 했을 땐 개인이 하루 평균 83.1회 찍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더라고요. 2021년에 진행된 실태조사에선 하루 평균 98회 찍히는 것으로 나왔고요.
길거리의 CCTV

우리의 모습이 찍히는 건 CCTV 뿐만이 아닙니다. CCTV는 그래도 한 곳에 고정 설치되어 있지만 이동형 영상기기가 등장하면서 우리 생활 속 영상 정보는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차량에 달려있는 블랙박스가 바로 이동형 영상기기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거기에 드론, 개인 스마트폰까지... 마부뉴스의 출근길에서 이동형 영상기기에 담긴 영상 정보까지 포함된다면 훨씬 더 많은 정보가 기록됐을 겁니다.

자동차에 블랙박스가 대중화되면서 교통사고 영상, 잘못된 운전 영상을 누구나 손쉽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은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블랙박스 영상으로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매일매일 레전드 영상이 업로드되는 한문철tv의 총 조회수(7월 7일 오전 9시 기준)는 무려 19억 38만 6,017회! 블랙박스 영상을 보다 보면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게 되고, 몰랐던 교통 법규를 알아가는 등 공익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블랙박스 사고 영상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모습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운전을 미숙하게 하는 운전자를 비난하거나 개인정보를 찾아내 유포하기도 하고, 자극적인 사고 영상만 전문적으로 가공하는 채널들도 있죠. 현재 진행형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도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혹시 구독자 여러분은 키이우 현지 상황을 유튜브로 본 적 있나요? 지금은 활성화된 채널이 없던데 개전 초기에만 해도 키이우의 CCTV를 송출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었거든요. 어떤 시청자는 키이우의 CCTV를 보면서 “핵 날리는 걸 보고 싶다”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우리 삶 속에 스며든 빨간 점


길거리에도, 유튜브에도, 어디에나 보이는 CCTV. CCTV는 도대체 얼마나 늘어난 걸까요? 일단 얼마나 늘어났는지 알려면 기준점이 있어야겠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CCTV가 설치된 시점으로 가볼게요. 우리나라 공공 CCTV는 2002년 12월에 최초로 설치됐습니다. 장소는 서울 강남구 논현1동. 논현동 일대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방범용 CCTV 5대가 20년 전 처음으로 설치됐죠. 그로부터 20년 뒤 지금은? 2022년 3월 기준으로 강남구에만 CCTV가 6,759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공공기관 cctv 설치 현황. 2021년 145만 8465대

범죄를 수사하는데 CCTV가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공공 CCTV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 보이죠? 2018년 전국의 공공기관에 설치된 CCTV 개수는 100만 대를 돌파했고, 2021년엔 어느새 145만 8,465대의 CCTV가 설치됐어요. 민간 부문까지 포함한다면 얼마나 될까요? 사실 민간에 설치된 CCTV는 전체 규모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한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17년 기준으로 민간과 공공기관을 합쳐 설치된 CCTV가 800만 대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은 그보다 더 늘었겠죠.

그렇다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의 CCTV 개수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영국의 보안 정보업체 컴패리텍의 2021년 데이터를 가지고 시각화를 해봤습니다. 전 세계의 주요 대도시 134곳의 공공기관 CCTV 수를 비교해봤는데 우리나라는 서울과 부산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더라고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공 CCTV가 설치된 도시는 중국의 베이징이었습니다. 설치된 CCTV가 무려 115만 대! 아래 그래프에서 왼쪽에 가장 많은 점으로 찍힌 베이징이 보이죠? 베이징은 상하이와 더불어 유이하게 100만 대가 넘는 곳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서울의 CCTV는 7만 7,564대로 39위, 부산은 780대로 117위를 기록했어요.
주요 도시별 총 CCTV 개수, 단위면적당 CCTV 개수

상위 10개 도시 중에 3곳을 제외한 7곳이 모두 중국일 정도로 중국은 CCTV 대국입니다. 어떤 보고서에선 전 세계 CCTV의 54%가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할 정도더라고요. 하지만 워낙 중국의 땅덩이가 크니까 CCTV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으니 단위면적당 CCTV 개수로도 비교해봤습니다. 위 그래프의 오른쪽 그림을 보면 될 거예요. 그랬더니 가장 많은 CCTV가 설치된 도시는 인도의 델리였습니다. 제곱킬로미터 당 설치된 CCTV가 705.2대로 압도적이죠. 베이징은 70.1대로 15위를 기록했는데, 서울보다 낮은 수치였어요. 서울은 단위면적으로 보면 128.2대로 전 세계 11위였고요. 상대적으로 서울은 다른 도시들보다 면적 대비 촘촘하게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CCTV를 설치하면 범죄가 줄어들까?


공공기관에 설치된 CCTV 대수도 늘어나고 있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빽빽한 정도가 낮지 않은데... 이렇게 CCTV 설치가 늘어난 이유는 대부분이 공공 치안과 범죄 예방을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과거에 비해 공공의 치안은 나아졌을까요? 아까 위에서 그렸던 연도별 공공 CCTV 현황 그래프에다가 선 그래프를 얹어봤습니다. 선 그래프가 나타내는 건 범죄 검거율입니다. CCTV의 설치가 늘어난 만큼 검거율도 올라가야 맞을 것 같은데, 실제 데이터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2008년과 비교해보면 2020년 검거율은 더 떨어졌으니까요. 그렇다면 CCTV는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 걸까요?
공공 CCTV 설치 현황과 검거율

CCTV의 범죄예방 효과를 다룬 논문들을 한 번 가져와 봤습니다. 서울 관악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논문에서는 CCTV 1대를 설치하면 절도 범죄가 1.23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어요. 강남경찰서를 중심으로 범죄를 분석한 논문도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나니 43%의 강도가 줄어들었다고 나와있죠. 확실히 CCTV로 인한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결과인 겁니다. 반면 이런 논문도 있어요. 방범용 CCTV 설치 지역과 미설치 지역을 비교 분석해본 건데, CCTV 설치가 5대 강력 범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고 나왔어요. CCTV는 통제 수단일 뿐 범죄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CCTV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이번엔 시곗바늘을 2015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혹시 2015년에 발생했던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 기억나시나요? 이 폭행사건 이후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되면서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당시 아동학대 예방과 근절을 위해 CCTV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보육교사의 초상권과 사생활 침해 의견이 맞붙었지만 아동폭력을 막기 위해선 CCTV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설치 규정이 포함된 법 개정이 이뤄졌어요. 그렇다면 그때 이후 아동학대는 줄어들었을까요?
학대피해아동 보호현황

보건복지부의 <학대피해아동보호현황> 자료입니다. 아동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동학대를 한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 그래프로 그려봤어요.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2015년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이후에도 보육교직원에 의한 아동학대 건수는 줄지 않았습니다. 2015년 427건에서 2019년 1,384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죠. CCTV 설치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아동학대가 포함되어 늘어난 것도 있겠지만, 설치 의무화가 5년 넘게 지났어도 숫자가 줄지 않은 건 그 영향만으로 보긴 어렵죠.

전문가들은 CCTV가 모든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CCTV 뿐만 아니라 보육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범죄를 줄일 수 있는데, CCTV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외의 부분은 소홀히 대하기 마련이거든요. 당장 보육교사 자격 취득과 채용 단계에서 학대와 훈육을 구분하지 못하는 보육교사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동학대 범죄는 줄어들지 않겠죠. CCTV 설치와 함께 근원적인 범죄 해결을 위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개인정보 vs 범죄예방, 당신의 선택은


구독자 여러분들은 혹시 작년 말에 우리나라 정부가 출입국 인공지능 개발을 목적으로 민간 업체에게 얼굴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정부는 인공지능이 알아서 위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골라내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국내외 심사정보 1억 7,000만 건과 CCTV 영상까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민간 기업에게 제공했어요.
개인 정보를 침해하는 CCTV

CCTV 이야기를 하면 항상 따라다니는 개인의 초상권과 개인정보가 침해될 수 있다는 인권 이슈, 개인의 위치정보가 국가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감시 이슈 등… CCTV 설치로 인해 우리가 미처 놓치고 있는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블랙박스가 필수품이 된 지 오래지만 아직까지도 블랙박스를 포함한 이동형 영상기기에 대한 규제 법안이 처리가 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우리의 개인 영상 정보는 수많은 CCTV와 블랙박스에 찍히고 있겠죠.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CCTV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설치된 공공 CCTV가 얼마나 되는지, 전 세계 도시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인지 알아봤어요. 구독자 여러분들은 CCTV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공공의 안전을 위한 제도로서 CCTV는 필요한 걸까요? 아니면 범죄 예방 효과가 갈리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CCTV는 지양해야 하는 걸까요? 구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을 아래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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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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