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덜란드에 ASML 구세대 장비도 중국 수출 제한 압박"

미국이 세계적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ASML의 장비에 대한 중국 판매 추가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이 지난 5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ASML이 만드는 구형 심자외선, DUV 노광장비의 중국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고 전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으로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 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는데, 이런 조치를 구형 장비에까지 확대해달라는 의미입니다.

블룸버그는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그레이브스 부장관이 네덜란드 펠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방문해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와도 만났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니콘 DUV 노광장비의 중국 판매 금지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DUV 노광장비는 EUV 같은 최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 PC, 로봇용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보편적인 기술장비 입니다.

미국의 요청을 네덜란드가 수용하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나 화훙 반도체 등 중국 반도체 업계는 물론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 굴기'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습니다.

민간 싱크탱크인 타이완 경제연구원의 존슨 왕 애널리스트는 노광장비가 중국이 가장 대체하기 힘든 장비여서, 해외 조달이 막히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도 멈춰 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네덜란드 정부는 독일, 벨기에에 이은 3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관계 훼손에 대한 우려로 아직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은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ASML의 대변인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면서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문에 대해 논평하거나 추측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협박 외교', '기술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미국을 비판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미국이 국가의 역량을 남용해 협박 외교를 한다는 증거고, 전형적인 기술 테러리즘"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이 과학기술과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 이데올로기화해 다른 나라에 대해 기술봉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고, 각국은 과학기술 자립 자강을 가속할 것"이라며 "남의 길을 막으려는 시도는 결국 자신의 길만 막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