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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심 길러주려고" 지원금 수억 빼간 위탁모

<앵커>

아이가 집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 다른 가정에서 일정 기간 아이를 맡아 키우는 위탁 가정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났거나 집에서 아이를 학대한 경우 이런 위탁 가정에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지내는 아이들이 현재 900명이 넘는데 정부는 위탁 가정에 매달 보조금을 주고 지역사회에도 후원금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강원도에서 아이들에게 써야할 돈을 빼돌린 사례가 드러나 지자체가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G1방송 백행원 기자입니다.

<기자>

4살 때부터 위탁가정에서 자란 22살 A 씨의 계좌 내역입니다.

매달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돈을 빼 간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11년 동안 인출된 돈은 1억 2천 600여만 원.

자치단체와 각종 후원단체에서 A 씨에게 지급한 지원금과 후원금을 A 씨의 위탁모가 빼간 겁니다.

A 씨는 자신 명의의 통장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위탁 가정 출신 A 씨 : 저희가 알게 된 건 위탁기관에서 말을 해줘서 그때 알게 된 거고 그전까지는 엄마 말만 믿고 있었죠. 심지어 성인이 됐을 때는 지원이 없다고 들었거든요.]

A 씨와 함께 자란 다른 위탁 아동 2명도 마찬가지 일을 겪었습니다.

위탁모가 빼내간 위탁 아동 3명 몫의 각종 지원금은 확인된 것만 4억 원이 넘는데, 이 돈을 양육비로 썼다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위탁모가 냉장고에 있는 음식에는 손대지 말라고 해서 중고등학생 때부터 버스비로 받은 돈을 먹을 걸 사는 데 쓰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까지 한 시간 거리를 수시로 걸어서 통학해야만 했습니다.

옷이나 신발도 스스로 벌어서 사입어야 했다고 아이들은 진술합니다.

위탁모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은 건 자립심을 길러 주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합니다.

[위탁모 : 유대인 속담에 그런 게 있잖아요. 고기를 잡아서 먹여주지 말고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 말에 의해서 지금까지 살아왔고요.]

아이들은 위탁모가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해 온 행동이 위선이었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은기 G1방송·박종현 G1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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