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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엉뚱 질문 잘하던 고교 자퇴생, 수학계 노벨상 주인공 됐다

[Pick] 엉뚱 질문 잘하던 고교 자퇴생, 수학계 노벨상 주인공 됐다

허준이 옛 과외교사가 전한 대입 시절 허준이 학생 이야기

김성화 에디터

작성 2022.07.06 13:44 수정 2022.07.06 16: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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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사진=연합뉴스)

"'수학계 노벨상' 허준이, 허튼소리도 잘하고 엉뚱한 질문 잘하는 학생이었다"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을 품은 허준이(39)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의 옛 과외교사가 허 교수의 대입 수험생 시절을 떠올리며 이처럼 말했습니다.

허 교수가 고교를 중퇴하고 대입 준비를 하던 당시, 수학·과학 과외교사로 1년가량 개인 교습을 한 김철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느 학생들과는 달랐던 허 교수의 대입 시절 추억을 전했습니다.

허 교수는 서울 상문고에 다니다가 자퇴한 후 홈스쿨링을 받다가, 2002년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입학했습니다.

과외 당시 서울대 물리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던 김 교수는 허 교수가 수능을 대비하며 과외를 받던 때부터 어려운 수준의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었다며 "물리 쪽에서 난이도가 높았던 참고서 '하이탑'과 '수학의 정석'을 붙잡고 쭉 같이 뗐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습니다.

요즘 인기가 많은 문제풀이형 수능 대비 교재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기본 개념들을 철저히 다루는 교재들입니다.
 
"어려운 수준의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었지만, 강남의 학원에서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을 보는 느낌하고는 많이 달랐습니다. (...) 틀에 갇힌 생각보다는 약간 허튼 소리도 하고 계속 질문을 하는 친구였고, 공부할 때는 '왜 이래야만 하는가'를 묻는 등 엉뚱한 질문을 곧잘 했어요. (...)

(수학이나 물리를) 잘한다고 말하려면 정답을 잘 맞히고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이 푸는 것이 기준일 텐데, 그 기준에 비춰서는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솔직한 마음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또 김 교수는 고교 시절 시인을 꿈꿨던 허 교수의 남다른 문학적 감성도 전하면서 여느 또래들과는 다른 독특하고 자유로운 기질이 어릴 때부터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에 김 교수는 "정말 진심으로 제 일인 것처럼 기쁘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입시가 요구하는 스킬(수능 문제풀이 기술)과 필즈상 받는 건 별 관계가 없는 거 같다. 우리 학생들도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한 것 같다"며 한국 수학의 발전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 시상식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뒤 메달과 함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제 포기할지 알고 매일 다른 방법으로 실패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화성에서 얼음을 찾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확인한 것과 비견될 만한 수학계의 업적을 세웠다"

'필즈상 수상' 허 교수의 업적에 대한 수학계의 평가입니다.

세계수학자대회 126년의 역사에서 한국 수학자로는 역대 최초로 필즈상의 영광을 안은 허 교수는 올해 만 39세로 미국에서 출생한 후 2살에 한국으로 건너 와 초등학교부터 대학원 석사 과정까지 모두 한국에서 교육을 마쳤습니다.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및 물리천문학부 학사,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석사를 마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와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허 교수는 박사 과정 중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 오래된 난제들을 하나씩 증명하면서 수학계에 명성을 떨쳤습니다.

리드 추측은 채색 다항식을 계산할 때 보이는 계수의 특정한 패턴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1968년 제기된 대표적인 수학계 난제 중 하나였습니다.

허 교수는 수상 직후 소감에서 스스로 즐거워 하는 일인데 의미 있는 상까지 받으니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하면서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도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언제 포기할지 알고 자기 스스로에게 친절하면서 매일 다른 방법으로 실패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한편, 올해 2월 국제수학연맹이 한국 수학 국가 등급을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상향하면서 수학계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높아진 가운데, 허 교수의 이번 수상은 한국 수학의 위상을 한껏 더 드높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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