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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계의 아인슈타인"…허준이 필즈상 예감한 대학 선배 · 동기들

"수학계의 아인슈타인"…허준이 필즈상 예감한 대학 선배 · 동기들
"모든 일에 진지하게 임하는 친구였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학을 '말'로 잘 설명하는 친구였다는 거예요. 그런 것이 사실 엄청난 실력인데…수학적 이해가 남다르다고 생각했죠."

한국계 수학자 중 처음으로 필즈상의 영예를 안은 허준이(39·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와 서울대 학부 시절과 대학원 과정을 함께 보낸 정승조 수학교육과 교수는 오늘(6일) 허 교수의 옛 모습을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수학자들끼리 하는 얘기로 "'큰 수학'을 하는, 먼 길을 가는 범상하지 않은 친구였다"는 것입니다.

정 교수는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에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아니라 이미 2018년부터 필즈상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허 교수가) 성적이 잘 안 나오고 시험을 잘못 볼 때는 있었어도 (학부 때부터) 수학에 대한 이해는 남다른 친구였다"고 단언했습니다.

허 교수가 2018년 당시 이미 여러 수학적 난제를 해결하는 등 필즈상을 받을 자질이 충분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2018년 이후 허 교수는 '조합 대수기하'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었다"며 "감히 비유하자면 새로운 물리학을 연 아인슈타인처럼, 수학의 새로운 분야를 연 친구이기에 올해는 상을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습니다.

정 교수는 허 교수의 국적을 두고 일각에서 설왕설래하는 것을 두고는 "국적이 미국이다 보니 한국인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가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에 대학교, 대학원까지 나왔으니 한국 교육이 배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또 "허 교수가 단순히 어렸을 때부터 잘하는 친구였거나 과학고 등 특목고를 나온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도 꾸준히, 진지하게 학문에 임하면 이런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개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허 교수가 석사과정을 밟던 당시 서울대 수리과학부 박사과정에 있던 정기룡 경북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허 교수를 '석사과정생 같지 않은 후배'로 회고했습니다.

정 교수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석사과정이 세계적 기준에서 봐도 커리큘럼이 빡빡해 커리큘럼 외의 것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런데도 허 교수는 커리큘럼 외에도 자기가 하고 싶고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그 모습이 대학원에서도 유명했다"고 돌이켰습니다.

그는 허 교수를 '학문적 성취가 뛰어난 후배'일 뿐 아니라 '사랑꾼', '글쟁이'로 기억했습니다.

정 교수는 "당시 지금 아내인 김나영 박사와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라 연애도 알콩달콩 잘하니 시기하는 대학원생들이 많았다"며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출장도 여러 번 다니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학교 언론사에서 일하는 것만 봐도 그랬지만 문장 표현력이나 이런 것이 수학하는 사람 같지 않고 문학적 소질이 굉장히 강하다고 느꼈다"고 했습니다.

또 허 교수의 '문학적'인 모습을 보고 수학자로서 대성할 것이라 직감했다고도 했습니다.

정 교수는 "수학적인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이 학문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허 교수의 경우 이미 석사과정생 시절부터 자기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뛰어나 언젠가 큰 성취를 할 여지가 있다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듣는 사람들이 편하게, 수학적인 내용을 글이나 말로 표현할 때 편하게 들리고 읽히게 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정확히 이해하곤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허 교수가 한국 수학계에 애정이 깊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허 교수가 방학 때마다 한국에 오곤 했는데, 그때 세미나 초청 발표 등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한국 학계에 애정도 많다"며 후배에게 감사와 축하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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