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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매체,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외교보다 경제" 훈수

중국 관영 매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나토 참석 이후 급락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매체입니다. 중국은 외교부 등 공식 채널로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 싶으면 종종 이렇게 관영 매체를 활용합니다. 외교적 마찰 등을 감안해 우회적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위 기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와 회담하는 사진을 함께 실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나토 회의 참석과 연결 지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읽힙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나토 참석 이후 급락했다'고 보도한 글로벌타임스의 4일자 기사

글로벌타임스, 윤 대통령 지지율 상세 보도…"경제 힘써야" 훈수


글로벌타임스는 연합뉴스 등 한국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에 대한 최근 여론 조사를 상세히 전했습니다. 먼저 지난 3일 발표된 리서치뷰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1%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 45%를 앞질렀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5월 리서치뷰의 직전 조사에선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률이 40%에 불과했지만 그 사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말 리얼미터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긍정적인 견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선 긍정 평가가 43%로, 1주 전보다 4% 포인트 하락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매체는 역시 한국 언론을 인용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집권 초 지지율은 81%에 달했다고 비교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내부 분열과 함께 경제 위기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경제 회복을 위해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 인터뷰를 빌어 "윤석열 정부는 경제와 민생보다는 국제 정치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한마디로, 한·미·일 동맹 강화나 나토 회의 참석과 같은 국제 외교 행보보다는 경제 회복과 민생에 주력하는 게 윤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일종의 훈수인 셈입니다.

이 매체는 한국의 경제 상황과 경제 위기 원인을 분석한 뒤,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맹목적으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협력하고 비이성적인 경제적 판단까지 한다면 한국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기사는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며, 지난해 두 나라의 교역액은 3,6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9% 증가했다"는 글로 끝맺습니다.
 

환구시보, 윤 대통령 '노룩 악수'·'눈 감은 사진' 등도 보도


이번만이 아닙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나토 정상회의에서의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환구시보는 지난달 29일 스페인에서 나토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고 악수하는 이른바 '노룩(No Look) 악수' 기사를 장황하게 실었습니다. 조선일보 등을 인용해 당시 상황을 길게 설명한 뒤, 한국 기사에 달린 부정적인 댓글을 여러 개 소개했습니다. "한국 네티즌이 '굴욕'이라고 했다"는 걸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환구시보는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노룩 악수'를 보도하며 "굴욕"이라는 네티즌 반응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환구시보는 지난 1일 자 기사에서 나토가 홈페이지에 윤 대통령이 눈을 감고 있는 단체 사진을 올린 사실, 스페인 왕실이 김건희 여사의 얼굴이 일부 가려진 사진을 SNS에 올린 사실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한 한국 언론과 네티즌의 반응도 전했습니다. 이렇게 중국 관영 매체들이 보도한 기사는 대부분 윤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것들입니다.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글로벌타임스는 "윤석열 정부가 외교적 독립성을 상실하면 한·중 관계는 악화할 것이다", "한국이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미국과 나토의 간섭에 협력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라고 거침없이 속마음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당근과 채찍 전략?


중국이 거칠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만큼 나토의 확장을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타이완과 홍콩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놓고 여러 나라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가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 나토의 주력 상대가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앞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나토의 동진(확장)에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일입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2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나토의 동진에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의 우려대로 나토는 지난달 30일 끝난 정상회의에서 12년 만에 전략 개념을 수정해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나토의 위협 대상으로 규정했습니다. 현재 4만 명 규모인 나토 대응군 병력을 30만 명 이상으로 8배가량 늘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중국의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나토가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는 데에 한국과 일본이 연결고리가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의 공식 반응은 관영 매체의 보도 수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미 미국 편임이 확실한 일본에 대해서는 격하게 반응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모습입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일본을 향해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국과 관련해선 "중국과 한국은 공히 아시아의 중요한 국가이자 서로 중요한 협력의 파트너로서 광범한 공동 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톤을 낮췄습니다. 관영 매체를 통해서는 경고 메시지를 날리면서도, 외교부 공식 채널을 통해선 중국에 등을 돌리지 말라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나토에 대한 한국의 협력 여부·강도에 따라 당근과 채찍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내비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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