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직원에게 특별 보직을 해제하고 다른 파트의 업무를 하도록 인사를 냈다면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전직의 필요성과 근로조건, 당사자 불이익의 정도, 협의 노력 등 부당전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대법원 2부는 복직한 발탁매니저를 영업담당으로 발령 낸 롯데쇼핑의 인사가 부당전직이라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을 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롯데마트에서 일하던 A씨는 2013년 발탁매니저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발탁 매니저'란 대리 직급 직원 중 일부에게 원래는 과장 직급 이상만 담당하는 매니저 직책을 임시로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A씨는 2015년 6월 육아휴직 1년을 신청했다가 이듬해 1월 복직신청을 했지만 점장은 '대체 근무자가 있다'며 발탁 매니저로의 복직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A씨는 재차 복직신청을 했고, 롯데쇼핑 측은 A씨를 발탁매니저가 아닌 영업담당(대리 또는 사원급)으로 발령냈습니다.
A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직과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위원회는 부당전직만 인정했습니다.
롯데쇼핑과 A씨는 이러한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도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4항을 위반한 부당전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롯데쇼핑 측은 발탁매니저가 임시직책에 불과하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업무추진비와 사택수당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은 롯데쇼핑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업무추진비는 실비변상적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고 사택은 복지후생시설에 불과하다"며 "A씨를 육아휴직 전과 다른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는 직무로 복귀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발탁매니저와 영업담당 업무는 그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휴직 전과 같은 업무가 아니더라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를 대신 부여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전보다 불리한 직무가 아니어야 하는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근로조건, 업무의 성격·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의 불이익 유무와 정도, 직무 부여의 필요성 여부와 정도,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됐는지 여부, 동등·유사 직무를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직 전후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첫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