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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치해 주세요" 민원 쏟아진 이 벌레, 뜻밖의 역할 있다

<앵커>

요즘에 이렇게 생긴 벌레가 나타나 괴롭다는 시청자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암수 한 쌍이 꼭 붙어 다녀서 사랑 벌레라고 불린다는데, 별로 사랑받지는 못하고 있죠.

이 벌레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기승을 부리는 것인지, 신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은평구에 2년째 거주 중인 이혜선 씨.

최근 들어 창문을 열기가 두렵습니다.

처음 보는 벌레떼가 모여들기 때문입니다.

[이혜선/서울 은평구 : 빨리 찍고 닫아주세요.]

치워도 치워도 계속 날아오는 이 벌레, 동네 곳곳에서도 벌레떼가 출몰했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같은 피해를 겪는 이웃이 한둘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혜선/서울 은평구 : 근처 사는 분들 글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못 보던 벌레가, 파리나 개미가 합한 것처럼 생긴 벌레가 계속 나타난다. 창틀에 많이 붙어 있고 자동차에도 많이 붙어 있고 거리에도 많이 보인다….]

구청에도 이 벌레를 퇴치해 달라는 민원이 쏟아졌습니다.

[은평구청 관계자 : 그쪽 부서가 지금 그 업무 때문에 마비가 있나 봐요. 업무 마비가, 방역 때문에….]

서울 은평구뿐만 아니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역에서도 잇따라 출몰하고 있습니다.

털 파리(사랑 벌레)

이 벌레, 도대체 뭘까, 전문가들은 파리 종류 중 하나인 '털 파리'라고 설명합니다.

산간 지역에서 애벌레 상태로 살다가 여름 장마철과 같이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 성체로 진화하는데, 암수 한 쌍이 짝짓기를 한 번 하면 서로 놓지 않는 습성 탓에 '사랑벌레'라고도 불립니다.

[이강운/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 생존 기간이 한 3일에서 5일 정도 돼요. 짧은 시기에 늘 같이 붙어 다니니까 마치 사랑을 하는 것 같은….]

건조한 날씨에는 취약해 자연 사멸하기도 하는데, 올해는 번식기인 6월에 습도가 높아지며 개체 수가 줄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우려와 달리 사람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짝짓기 뒤에는 알을 민가가 아닌 땅속에 모두 낳고, 애벌레가 된 다음에는 오히려 썩지 않는 쓰레기들을 대신 분해해 주는 등 생태계 청소부 역할도 합니다.

[이강운/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 분해자의 역할은 생태계 내에서 이루 말을 할 수 없이 중요한데 그런 역할들을 하는 거니까 모양은 좀 혐오스럽더라도 생태적인 의미로 생각해서 좀 예쁘게 봐주십시오.]

지자체들은 주민 민원이 계속되는 만큼 당분간 방역을 주기적으로 할 방침입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VJ : 노재민, 화면제공 : 은평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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