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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빼앗긴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법원의 낯 뜨거운 흑역사"

특허침해 소송 공동 대리를 반대하며 변호사들이 국회의원들에 보낸 문자 메시지 / 김용철 취파용
▲ 특허침해 소송 공동 대리를 반대하며 변호사들이 국회의원들에 보낸 문자 메시지
 

변호사와 변리사 정면 충돌…특허침해 소송 대리권이 뭐길래

 
지난 5월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변리사의 산업재산권 침해소송 공동 대리권 인정'을 놓고, 변호사와 변리사 업계의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변호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을 잘 모르는 변리사들에게 특허 침해소송을 맡기면 국민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 받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대한변리사회는 "고도의 기술적 발명을 다루는 특허 침해소송에서 헌법에 보장된 발명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고 산업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특허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사건에 대한 소송 대리가 필요하다. 변리사의 단독 소송 대리도 아니고 변호사와 함께 하는 공동 소송대리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변리사협회는 "위원들의 대부분이 변호사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변리사법 개정안이 또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안 통과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 2006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변호사와 변리사의 특허침해 소송 공동대리 허용 법안이 18대와 19대, 20대 국회에서 잇따라 상정됐지만 15년 동안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규정한 변리사법 2조와 8조 / 김용철 취파용
▲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규정한 변리사법 2조와 8조
 

'변리사는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변리사법 8조의 해석 논란

 
변리사법은 '변리사 제도를 확립하여 발명가의 권익을 보호하고 산업재산권 제도 및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지난 1961년 제정됐다.

변리사법 2조는 '변리사는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하여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고 그 사항에 관한 감정과 그 밖의 사무를 수행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변리사법 8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돼 있다.

변리사회는 변리사법 8조에 규정된 '소송대리인'은 특허나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으로 표현되는 산업재산권 관련 형사와 민사, 행정소송 모두를 대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고 있다. 반면, 변호사협회는 변리사법에서 허용한 소송 대리는 행정소송에 한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리사법에서 규정한 소송대리 업무는 산업재산권의 등록 업무를 관장하는 특허청을 상대로 한 소송 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특허를 예로 들자면, 변리사들은 발명자들이 특허를 신청하고 등록을 허가 받는 과정에서 행정기관인 특허청과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이 한 결정에 대한 소송 만을 대리할 수 있지, 소송 당사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다투는 특허침해소송은 대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변리사는 산업재산권의 등록 관련 심결 취소와 권리범위확인 소송만 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리사회는 변리사들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고 있는 변리사법 어디에도 변리사가 할 수 있는 소송 대리 업무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특허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은 되고, 당사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다투는 민사소송은 안된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허침해소송은 특허의 무효 여부, 특허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술적 내용과 권리의 범위, 특허의 경제적 가치와 침해에 따른 경제적 득실을 다투는 것으로 변리사들이 대리하는 업무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사들의 소송대리를 규정한 변호사법 3조와 / 김용철 취파용
변호사들의 소송대리를 규정한 민사소송법 87조 / 김용철 취파용
▲ 변호사들의 소송대리를 규정한 변호사법 3조와 민사소송법 87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최고 사법기관도 변호사 이익 대변하나?

 
변리사법이 변리사들이 소송대리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변호사법은 3조는 "변호사는 당사자와 그 밖의 관계인의 위임이나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그 밖의 공공기관의 위촉 등에 의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 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민사소송법 87조는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법률에서 별도로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는 한 변호사만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단체는 민사소송법 87조를 근거로 법원을 상대로 한 산업재산권 관련 민사소송 대리는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리사법에서 변리사도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은 산업재산권 관련 행정 처분에 관한 소송대리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반면, 변리사단체는 변리사법 2조와 8조는 변리사도 법원에서 산업재산권 관련 모든 소송의 대리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폭 넓게 인정한 1966년 서울고등법원 사건 64구 10 판결 / 김용철 취파용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폭 넓게 인정한 1966년 서울고등법원 사건 64구 10 판결 / 김용철 취파용
▲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폭 넓게 인정한 1966년 서울고등법원 사건 64구 10 판결
 
변호사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놓고 벌인 다툼에 대해 법원이 처음 판결을 내린 것은 변리사법이 제정된 지 5년이 지난 1966년 7월14일 서울고등법원이다.

당시 변호사 4명과 변리사 1명이 공동 대리한 '발명특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측이 변리사의 소송대리 참여를 문제 삼자 서울고등법원 제1특별부는 "변리사법 8조의 특허에 관한 사항이란 특허법 제7장에 규정된 (심판) 소송사건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허의 취소를 구하는 특허에 관련된 소송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므로 변리사 김창성의 소송대리행위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변리사에게 허용된 소송 대리는 특허법 7장에서 규정한 특허심판업무 관련 소송에 한정되지 않고 특허와 관련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한 소송이라는 취지의 판결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변리사가 대리한 특허침해소송들 / 김용철 취파용
▲ 변리사가 대리한 특허침해소송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이후 산업재산권 관련 변리사들의 소송대리 업무는 특허청 내부 조직으로 있던 특허청심판소와 특허청항고심판소 그리고 3심인 대법원 상고 사건을 중심으로 순조롭게 이뤄졌다. 1998년 3월1일 산업재산권의 심결취소소송을 전속 관할하는 특허법원이 생긴 직후에도 변리사들은 특허 법원을 중심으로 활발한 소송 대리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대형 특허침해사건이 늘어나고, 변리사들이 1999년부터 심결취소소송 외에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서도 소송 대리에 적극 나서자 변호사들이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에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새로 허용된 변리 법인의 명칭에 '법률'이나 '법무'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제동에 나서기도 했다.

산업재산권의 민사소송 대리권을 놓고 변호사와 변리사 단체의 갈등이 고조되자 법무부는 지난 2000년 변리사의 소송 대리는 심결취소소송으로 제한하도록 민사소송법 부칙을 개정 하려다 변리사들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변리사들이 변리사의 민사소송 대리권을 빼앗기 위해 민사소송법 87조 본안이 아닌 민사소송법 부칙을 슬쩍 개정하려는 꼼수를 썼다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법무부가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제한하려고 발의한 민사소송법 부칙 개정안
▲ 법무부가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제한하려고 발의한 민사소송법 부칙 개정안
 
변호사들과 변리사들의 갈등 속에 산업재산권의 민사소송 대리를 둘러싼 갈등은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대부분 지방법정에서는 변리사들이 대리하는 산업재산권 민사소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서울 지역 법정에서는 변리사들의 민사 소송 대리 신청서 접수를 거부했다.

고영회 전대한변리사회장은 "1999년부터 변리사들이 민사사건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소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처분과 가압류 등 보전 소송에 대리인으로 변리사 이름을 넣으며 접근했습니다. 소송대리 문제가 불거지자 판사들은 재판부 별로 대응했습니다. 의정부나 부천 등에서는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인정했지만 중앙지방법원에서는 잘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민사소송에 대한 소송대리 위임장을 내면 법원에서는 문서로 정식으로 거부하지 않고 구두로 소송 위임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소송대리 거부 사유를 문서로 명문화하지 않고 그냥 깔아뭉갰습니다. 일부 법원에서는 변리사를 소송 대리인으로 기재하고 접수하면, 대리인을 00 변호사라는 명칭으로 바꾸어 답신하기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30여년 동안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민사소송에 대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에 대해 법원이 다시 정식 판결을 내린 것은 2010년 11월4일로 1966년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정식 인정했던 법원과 같은 서울고등법원이다. '백남준 미술관'이라는 상표를 놓고 한 모씨가 경기문화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금지와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고영회 변리사가 제출한 소송대리인 선임신고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변리사의 민사소송 대리를 인정하지 않은 서울고등법원 2010나33219 판결 / 김용철 취파용
▲ 변리사의 민사소송 대리를 인정하지 않은 서울고등법원 2010나33219 판결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변리사법 규정이 심결 등에 대한 소송 뿐만 아니라 민사본안소송은 물론 형사소송에서도 변리사에게 소송 대리가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가 문언상 명확하지 않다"(문리 해석상 한계), "그동안 변리사가 실시한 법원에서의 소송 대리는 모두 특허법에서 규정하는 '심결 등에 대한 소송'에 한정된 것이었다"(연혁적 측면), "변리사법에서 소송대리 허용에 따르는 각종 의무 부과 및 제재 조항 등은 장(章) 이 아닌 수개의 조(條)에 걸쳐 규정되어 변호사법에 비하여는 훨씬 간소하게 규정되어 있다"(체계적 측면), "특허 등 침해 소송에 관하여 영국, 독일 및 일본 등에서는 변리사의 변호사와의 공동 소송대리권을 허용하고 있지만, 단독으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는 외국 입법 예는 매우 드물다", "변리사 고영회가 들고 있는 선례들은 행정사건이나 보전처분사건으로 민사본안소송의 선례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변리사에게 민사본안소송에서 소송 대리권을 허용할 지 여부는 입법자의 결단에 달린 문제이다"라고 밝혔다.

고영회 전변리사회장은 "변리사법의 규정은 해석상 명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행정소송이나 보전처분사건은 모두 민사소송이다. 변리사에 대한 의무와 제제 조항이 간단하다고 변리사에게 민사소송 대리권을 명확히 허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고 전회장은 "2010년 11월4일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 서관 30호 법정에서는 5가지 사건에 대한 재판결과가 선고될 예정이었지만, 당시 재판부는 두번째 사건이었던 '백남준 미술관' 사건까지 만을 선고하고 나머지 예정된 사건은 잊은 채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법정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따지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이는 공정한 심판자라고 자처해 온 당시 재판부가 눈을 질끈 감고 낮 뜨거운 이유를 붙여 판결을 내놓고 허둥지둥 법정을 떠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백남준 미술관' 상표 침해 사건의 원고인 한 모씨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 씨는 고영회 변리사를 포함해 16명의 변리사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12년 10월25일 '이번 상고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대리할 수 없는 사람이 대리인으로 제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상고는 민사소송법 제87조에 위배되어 부적합하다. 상고를 각하한다."고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했다.

고영회 전변리사회장은 "상고심은 대리인 강제주의가 아니다. 대리인은 절차상 요건으로 본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설령 대리인 자격이 없는 사람이 상고를 한 것이 확인되더라도 대리인을 보정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판결을 했어야 한다. 대리인 자격을 이유로 대법원이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각하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 2개월 전인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조 모 씨 등 변리사 7명이 제기한 위헌심판 청구에 대해 '특허침해소송은 소송 대리에 있어 고도의 법률지식 및 공정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소송이다. 특허침해사건 소송 대리에 대한 전문성, 공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여 소송당사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에게만 특허침해소송의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것은 그 합리성이 인정되며 입법재량의 범위 내라고 할 수 있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은 심결취소소송에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관련 조항들의 체계나 입법 연혁에 비추어 합리적인 해석이다."라며, '심판청구를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다만 '특허침해소송은 첨단기술의 실체 파악 없이는 사안의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한 전문성이 있는 사건이다.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소송대리를 허용함으로써 소송의 신속화 및 전문화를 도모하고 소송당사자의 권익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동흡 재판관의 소수의견을 공개했다.
 
특허청 <지식재산 총계연보 2020년><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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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특허출원 규모 추이
 

변리사 특허침해 소송대리 갈등…"국가 발전과 국민편익 우선해야"

 
지난달 11일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호사와 변리사가 공동 대리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보냈다. 해당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되기 하루 전이었다.

법원행정처는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에서 "특허침해소송은 복잡한 민사법적 쟁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변호사 고유의 소송대리 영역이다.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 대리가 이뤄질 경우 공정한 소송 수행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필수적인 의무를 회피하거나 잠탈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고, 공정성과 윤리성에 반하는 소송 대리가 이뤄질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지식재산권 분쟁을 겪은 국내기업 10곳 가운데 9곳이 중소벤처기업이며, 중소벤처기업의 80%가 특허분쟁 발생시 최대 애로사항으로 '변리사를 침해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없음에 따라 비용이 늘어나고 소송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심결취소소송과 침해 소송은 모두 변리사들이 대리하는 권리범위 판단과 침해여부 판단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며 변리사와 변호사의 특허침해 소송 공동 대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선진국의 변리사 특허침해소송대리 허용 현황 / 김용철 취파용
▲ 선진국의 변리사 특허침해소송대리 허용 현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과 문화가 융합해 고도의 제품화 서비스를 창출하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 세계 각국은 특허와 상표, 디자인,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무기로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지식재산권을 선점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총괄 기구를 두고 관련 제도의 선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자연과학과 공학을 전공한 특허전문변호사(Patent Attorney)가 특허소송을 전담하고, 영국과 유럽연합, 중국은 변리사에 모든 특허 소송의 단독 대리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지식재산 관련 소송의 신속화와 충실화를 위해 지난 2002년 4월부터 변리사와 변호사가 공동으로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유럽연합은 내년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소송 단독 대리와 기술판사 도입을 특징으로 하는 유럽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을 출범할 예정이다.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의 복잡한 특허 관계도 / 김용철 취파용
▲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의 복잡한 특허 관계도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박성필 교수는 "법률의 문언적 해석으로는 변리사가 산업재산 소송대리권을 모두 가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산업재산권 관련 소송은 종류를 불문하고 변호사든 변리사든 대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명쾌할 것입니다. 특허침해소송의 경우 여러 관점에서 난이도가 높은데, 변호사협회는 법률적 전문성에 착안해서 변호사 대리 원칙을 주장하고, 변리사회는 기술 전문성을 강조해서 변리사 소송대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 경제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난이도가 높은 산업재산권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두 자격을 모두 가진 자가 대리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특허출원 규모 면에서 중국, 미국, 일본 이어 세계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특허침해소송에서 특허권리자의 승소 비율은 16%로 일본 45%, 독일 6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등 특허권의 보호 수준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특허침해소송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는 지적을 받는다. 배상 금액과 승소 비율이 낮은 국내보다는 해외로 특허 소송 장소를 옮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국경이 사라진 글로벌 시대, 국가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 지식재산의 글로벌 허브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의 선진화가 급선무다. 문을 닫고 낙후된 법률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으면 법이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대한민국의 법률 시장도 고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허침해소송 대리 업무를 둘러싸고 변호사와 변리사들이 이권다툼을 벌이기 보다는 서로 협력해 국가 발전과 국민들의 편익을 제고하고, 법률 서비스 수준을 고도화해 시장을 확대하는 법조계의 열린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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