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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마약 실태를 확인하려면, 이곳을 보면 된다?

마부뉴스 일러스트
혹시 6월 26일이 무슨 날이었는지 알고 있나요? 6월 26일은 UN에서 불법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정한 세계 마약 퇴치의 날입니다.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을 맞아 관련 특집 기사들이 나오고 있던데, 마부뉴스도 마약 관련 데이터를 정리해봤어요. 과거에 비해서 마약에 관련된 기사들도 많이 보이고, 마약을 투약했다는 유명인들의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 만큼 도대체 우리나라의 마약 실태는 어느 정도인지 데이터를 통해 명료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정리를 하다 보니 미처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됐어요. 생각지도 못한 이곳이 마약과 관련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마약 실태를 확인하려면, 이곳을 보면 된다?"
 

20대 마약류사범이 늘어나고 있다


우선 마약이 뭔지 간단하게 정리하고 넘어갈게요. 마약은 신경계에 작용하고, 오남용을 할 경우에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약물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마약’이라는 표현은 엄밀히 따져보면 마약류로 표현해야 맞는 거죠. 마약류 종류 중에 하나가 마약인 거거든요. 마약류에는 마약을 포함해 향정신성의약품, 대마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마약의 특성을 의존성(약물 사용 욕구가 강제적), 내성(사용하는 약물의 양이 점점 증가), 금단증상(사용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남)으로 보고 있고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마약류사범은 어느 정도 될까요? 검찰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마약류 범죄백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199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마약류사범이 10,000명을 돌파한 이후 2002년까지 4년 연속으로 10,000명을 넘겼어요. 당시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까지 강력 단속에 나섰는데, 그 효과로 2003년부터 4년간 7,000명 대로 감소했죠.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마약류사범 바차트

하지만 최근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2015년부터는 매년 10,000명 이상 적발되고 있거든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과거보다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그 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2020년엔 18,000명을 넘기면서 최고치를 기록했죠. 작년에는 그래도 2020년보다 10.5% 감소해서 총 16,153명으로 집계됐고요. 그렇다면 올해 상황은 어떨까요? 올해 5월까지 적발된 마약류사범은 벌써 5,945명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해서 마약, 향정, 대마사범 전부 증가했습니다.

특히 20대 마약류사범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1년간 마약류사범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건 30대와 40대였어요. 하지만 지난해에 처음으로 20대가 전체의 31.4%를 차지하면서 1위로 올라왔죠. 2017년부터 2,000명을 넘어서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올해 5월까지의 데이터에서도 20대가 가장 많은 상황입니다. 10대의 증가세도 심상치 않아요. 2014년부터 그 숫자가 세 자리를 넘어서더니 작년엔 450명으로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했습니다.
 
Q. 외국인 마약류사범은 어느 정도일까?

2021년 외국인 마약류사범은 71개국에서 2,339명이 단속됐습니다. 2017년 대비 150.9%, 전년 대비 19.5% 증가한 수치죠. 외국인 마약류사범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요인으로는 인터넷의 발달로 쉬워진 마약 거래,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마약류 암거래 가격 등이 있습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태국이 888명(38.0%)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504명(21.5%), 베트남이 310명(13.3%)입니다. 2019년 이전까지는 미국도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최근에는 베트남, 러시아가 미국을 앞질렀어요. 또 국제 교류가 빈번해짐에 따라 외국인 마약류사범의 국적이 점차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17년까지만 해도 34개국에서 단속 됐거든요. 5년 사이에 단속 국가가 2배 넘게 증가한 거죠.
 

숨은 마약은 여기서 알 수 있다


검찰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법적인 처벌을 받은 마약 범죄자의 수가 늘어났다는 겁니다. 실제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혹은 유통되고 있는 마약류의 추세를 파악하기엔 검찰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죠. 적발되지 않은 마약류는 확인이 안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유통되는 마약류의 수치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이쯤에서 오늘 마부뉴스 질문의 정답을 밝힐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약 실태를 확인하려면 봐야 하는 곳, 바로 하수처리장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혹시 건강검진 받아봤나요? 건강검진할 때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소변검사를 생각하면 왜 하수처리장을 봐야 하는지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너무나 간단한 검사지만 숨겨진 질병을 찾아내는 데에 매우 유용한 검사가 바로 소변검사죠. 소변검사를 도시 단위로 넓힌 게 바로 하수처리장 검사인 셈입니다. 하수에는 사람들이 흘려보낸 수많은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어요. 약물도 포함되어 있을 거고, 병균의 흔적도 남아있죠. 특히 우리나라의 하수도 보급률은 94.5%로 상당히 높기 때문에 하수처리장을 이용하면 꽤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식약처에서는 지난해부터 하수처리장의 시료를 가지고 마약류를 분석하는 하수 역학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벌써 2번째죠. 전국의 하수처리장은 2020년 기준으로 4,281곳인데 그중에 하수처리 규모와 처리 인구수 등을 고려해서 1차엔 57곳, 2차엔 정기 조사 27곳, 집중 조사 13곳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했습니다. 인구의 4분의 1 가량이 살고 있는 서울의 하수처리장은 다 포함돼 있습니다.
식약처 하수 역학 조사 결과

조사 결과,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됐습니다. 1차 조사 대상인 57곳 중 57곳에서 필로폰이 검출됐어요. 검출량을 바탕으로 필로폰 사용량을 추정해보면 일일 평균 1,000명 당 18.4㎎ 정도죠. 호주의 1,500㎎, EU의 35㎎과 비교해보면 적은 수준이긴 한데, 조사한 모든 하수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는 건 사실 충격적입니다. 올해 4월에 마무리된 2차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기 조사, 집중 조사 대상이었던 모든 하수장에서 필로폰은 100% 검출됐어요. 2차 조사를 통해 추정한 필로폰 사용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22.9㎎으로 분석됐고요.

물론 하수 역학 조사가 만능은 아닙니다. 소변검사가 정확한 테스트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질병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스크리닝 테스트인 것처럼 하수 역학 조사도 비슷하죠. 전반적인 추세와 상황 파악은 가능하지만 정밀한 데이터로 활용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간접 데이터로서 활용할 수 있는 지표로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요.

 
Q. 해외에서는 하수 역학 조사 어떻게 활용하고 있어?

해외에서는 일찍이 하수 역학 조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EU는 2010년에 하수 분석 네트워크를 설립해서 지역과 시기별로 마약류가 얼마나 사용됐는지 분석해서 정책을 만드는데 이용하고 있죠.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제공해주고 있고요. 최근엔 마약류뿐만 아니라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도 하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하수 역학을 통해 전염병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나라도 늘고 있습니다.
 

투약자에겐 치료가 필요하다


마약류사범에는 밀수해온 사람, 몰래 만드는 사람, 몰래 판매하는 사람, 투약한 사람 등 여러 유형의 범죄자들이 있습니다. 그중 마약을 투약한 사람은 마약류사범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죠. 작년엔 전체 1만 6,153명 중 투약범이 8,522명. 이들이 더 이상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치료가 없다면 의존성 높은 마약을 다시 찾게 되고, 또다시 범죄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법적으로도 마약류 중독자들을 위해 치료보호규정을 두고 있죠.

문제는 제도는 갖춰져 있지만 시설은 부족하다는 겁니다. 2021년 기준으로 전국에 마약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19곳인데요, 이곳에서 마약류 중독자는 최대 1년간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개 병원 중 지난해에 100명 이상의 치료보호 실적을 갖춘 병원은 단 2곳뿐이죠. 나머지 17곳의 병원에서는 지난 1년 동안 1명 혹은 2명만 치료해줬습니다.
2021년 마약투약자 대비 치료병상 비율

2021년 기준 지정 병상수는 292개. 마약 투약자가 8,000명을 넘는데 병상은 3.4%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의존성 높은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거죠. 그렇게 되면 다시 마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거고요. 현재 마약의 재범률은 30%를 상회할 정도로 상당히 높습니다. 2021년 전체 마약류사범 중 재범 인원은 5,916명. 치료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Q. 마약류사범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2021년 기준으로 마약류사범 1심 재판 결과를 살펴보면 실형이 전체의 47.9%로 가장 높습니다. 다음은 집행유예(44.0%), 벌금(4.3%) 순이고요. 대마사범의 실형이 가장 높았는데 평균 29개월이었고, 뒤이어 마약사범 27.1개월, 향정사범 24개월로 분석됐습니다. 실형의 선고율이 집행유예, 벌금의 선고율에 비해 높은 이유는 마약류사범의 경우 재범률이 높아서 집행유예 결격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마약 잠옷을 입고 마약 김밥을 먹는 나라


마약사범도 늘어나고, 마약 검출량도 늘어나고… 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서도 마약을 접할 기회가 너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바로 마약김밥처럼 '마약'이라는 단어를 상품명에 사용하는 제품들 이야기입니다. 사실 쇼핑몰을 조금만 둘러봐도 마약이라는 표현이 붙어있는 물건들을 수두룩하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마약’ 단어가 포함된 상품들이 얼마나 있는지 한 번 네이버 쇼핑에 검색(2022년 6월 29일 기준)을 해봤습니다. 검색에 걸린 상품이 무려 27만 2,792개! 반려동물을 위한 마약 방석, 반려동물이 중독될 마약 간식, 마약 냄비 등… 생활/건강 카테고리로 분류된 물건이 11만 7,870개로 가장 많았어요. 이뿐만 아니라 마약 이불, 마약 베개, 마약 바지, 마약 잠옷 등 의류에도 많이 발견됐어요. 식품류에서도 5,000개에 가까운 상품들이 마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마약 떡볶이, 마약 핫도그, 마약 쿠키 등… 우리는 중독성 있는 상품을 표현하는 데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죠.
마약 표현이 남용되는 상황 일러스트

마약 김밥, 마약 방석으로 마약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면 마약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보다는 익숙함의 감정이 더 먼저 들기 마련입니다. 마약류사범의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기도 하고 10대 사범도 늘어나는 상황이니까,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 네이버 쇼핑을 포함한 주요 쇼핑몰에서 '마약' 키워드 검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더라고요.(참고로 네이버 쇼핑에서는 "마약&" 이런 식으로 특수문자와 함께 검색하면 여전히 검색이 되는 상황이라 분석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허청에서도 2018년 9월 이후에는 마약과 관련된 용어가 들어간 상표는 거절하고 있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마약류사범, 특히 20대와 10대가 얼마나 늘었는지 데이터로 살펴봤어요. 또 하수 역학 조사로 마약류를 분석한다는 내용도 정리해봤는데 어땠나요? 독자 여러분이 마약에 대해 흐릿하게 알고 있었던 게, 마부뉴스가 준비한 데이터로 조금은 정리가 되었길 바랍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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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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