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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위헌 결정 안 따른 재판, 취소 가능"…2번째 대법 판결 취소

헌재 "위헌 결정 안 따른 재판, 취소 가능"…2번째 대법 판결 취소
30년 넘게 대법원과 갈등을 빚어온 '한정위헌' 결정이 헌재의 적법한 권한임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확인하면서 1997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대법원의 재판 결과를 취소했습니다.

헌재는 오늘(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법원의 재판'을 헌재의 심판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재판소원금지 조항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구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법원의 재판 결과에 문제가 있으니 바로잡아달라는 헌법소원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법원의 재판이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르지 않았다면 헌재가 개입해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헌재는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하고 있다"며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헌재가 법률의 위헌성 심사를 하면서 합헌적 법률 해석을 하고 그 결과로서 이루어지는 한정위헌 결정도 일부위헌 결정"이라며 "헌재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에 해당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한정위헌이란 헌재가 "어떤 조항은 위헌"이라고 선언하고 통째로 없애버리는 '단순위헌' 결정과 달리, 법 조항은 그대로 둔 채 "법원이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보는 변형 결정입니다.

일부위헌은 특정 조항의 일부 어구만 위헌으로 집어내는 결정입니다.

이 가운데 유독 한정위헌이 문제가 돼왔습니다.

대법원은 단순위헌 결정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유효하지만 한정위헌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는 형식이고,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헌재는 한정위헌이 적법한 결정 형식이기 때문에 법원과 국가기관이 헌재의 법률 해석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 A씨는 2003년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위원에 위촉됐는데, 골프장 등의 재해영향평가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2006년부터 2007년에 걸쳐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A씨는 2011년 첫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뇌물수수죄를 규정하는 형법 129조는 1항에서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공무원'을 처벌한다고 규정하는데, 자신은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설치된 위원회의 위촉위원이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헌재는 이듬해 "형법 129조 1항의 '공무원'에 제주특별법상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놓았습니다.

A씨는 한정위헌 결정에 따라 2013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A씨는 2014년 다시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8년 동안 사안을 심리해온 헌재는 법원이 한정위헌 결정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헌재는 "2012년 한정위헌 결정을 했고, 이는 형벌 조항의 일부가 헌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일부위헌 결정으로 법원에 대해 기속력이 있다"며 "재심 기각 결정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한 것은 1997년 이길범 전 국회의원이 관련된 소득세법 사건 이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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