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골프장이 캐디한테 돈을 받지 않고 일하도록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골프장 측은 손님한테 민원이 들어와서 그 캐디한테 다시 교육을 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는데, 제보 내용 김보미 기자가 취재해봤습니다.
<기자>
지난 1월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 캐디 교육생으로 입사한 20대 남성 A 씨.
무급으로 진행하는 3개월 교육을 마치고 지난 4월부터 정식 캐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쯤 지난 뒤 A 씨는 캐디를 관리하는 골프장 담당자로부터 호출을 받았습니다.
담당자는 A 씨가 골프 클럽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고객 민원이 들어왔다며 벌칙으로 재교육을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합니다.
[A 씨 : 뙤약볕에서 말이 9시간, 10시간이지 보수도 따로 안 받고. '너는 벌을 받는 거'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괴롭힘이라고밖에 안 느껴졌어요.]
열흘이 지나도 무급으로 일하는 상황이 변하지 않자, A 씨는 담당자를 찾아갔습니다.
계약 조건과 규정이 적힌 입사 서류를 보여달라고 하자 담당자는 거부했습니다.
[A 씨-골프장 담당자 (면담 당시 녹취) : 저한테 한번 보여달라고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보여줄 의무 없어 가.) 저는 그걸 봐야 될 권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왜 무슨 권리 나가라고. 얘 문 열어라. 나 얘랑 대화 더 이상 하기 싫거든.)]
결국, 퇴사를 결심했는데 유니폼과 무전기 대여 등 명목으로 입사 당시 골프장에 냈던 예치금 60만 원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근속 1년을 채우지 않았고, 퇴사 의사 통보 뒤 2주간은 일을 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예치금 반환을 거부한 것입니다.
[A 씨 : 근무 시 1년을 꼭 채워야 한대요. 근무 일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안 준다고). 손해를 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골프장 측은 "재교육의 필요가 있어서 캐디 교육생 근무 방식으로 2인 1조로 일했기 때문에 일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김용우,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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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보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담당 부처, 정부 기관에 이야기한 것은 없나?
[김보미 기자 : 네, A 씨는 지난 20일에 고용노동부에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고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골프장 캐디는 현행법상 특수고용직에 분류돼 근로기준법이 정의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보호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기쁨/노무사 : 법 적용 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에 설령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법을 검토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김보미 기자 : 따라서 캐디가 계약할 때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골프장 측이 제시하는 규정이나 근로 조건 등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캐디를 관리하는 골프장 관계자들이 부당한 행위를 하더라도 그냥 참거나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Q. 다른 데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
[김보미 기자 : 네, 맞습니다. 제가 캐디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봤는데요, 눈이 쌓이면 돈을 받지 않고 제설 작업을 나가야 한다는 글도 있었고, 캐디를 관리하는 골프장 담당 부서가 노골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양승완/전직 캐디 : 상하 관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저희 캐디들을 배치해주고 이런 사람이다 보니까. '너희들이 2만 원씩 내' 걷어서 자기 용돈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경기과 직원들 사 먹고.]
[김보미 기자 : 재작년 9월에는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일하던 20대 캐디가 상사의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안전망을 넓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