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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직원 성추행 승려 '징계 보류'…피해자는 지방발령

<앵커>

우리나라 불교의 주요 종단 가운데 하나로 신도 숫자만 80만 명에 이르는 진각종에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고 저희가 지난해 전해드린 적 있습니다. 보도 이후 가해자에게 징계가 내려졌었는데, 최근 확인한 결과 그건 없던 일이 돼 있었고, 오히려 피해자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났습니다.

박세원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지난 2017년 진각종 재단에 입사한 뒤 수년간 같은 부서 상사였던 50대 승려 B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A 씨.

지난해 12월 29일 A 씨가 B 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SBS가 보도했고,

[8뉴스 : 진각종의 한 고위 승려가 종단 산하 재단 직원을 여러 차례 성추행한 의혹이 있어 집중 취재했습니다.]

진각종 감찰기구인 현정원은 이틀 뒤 징계위원회를 열고 B 씨에 대해 '공권정지 5년'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승려 신분만 유지하고 종단 내 모든 직책을 정지시키는 처분입니다.

하지만, 이 징계는 두 달 뒤 돌연 보류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진각종 최고지도자인 총인이 자체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며 징계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피해자가 면담을 요청해 만난 총인은 현정원 탓을 했습니다.

[진각종 총인 : (해당 승려가) 잘못했으니까 조사해보라 이거야. 현정원에서는 안 해오는 거야 지금. 그 이유는 모르겠어 내가.]

이에 대해 현정원은 SBS 취재진에게 조사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진각종 측은 지난달 17일 서울 교구청에 근무하던 A 씨를 대전 교구청으로 전보 인사발령을 내렸습니다.

카카오톡으로 인사발령을 통보받은 A 씨는 부당한 인사발령이라며 면담을 신청했는데, 면담에서 이 같은 답변만 들었습니다.

[진각종 관계자 : 배려하는 차원에서…. 어쨌든 (B씨)하고 좀 불미스러운 그런 일도 있고 하니까.]

A 씨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인사발령을 취소해달라며 보호조치 신청을 했습니다.

[A 씨/피해자 : 종교뿐만 아니라 좀 사람에 대한 환멸감도 좀 많이 생기고. 대응하는 과정이 너무… 이런 일이 또 안 일어나겠다는 보장이 없겠구나.]

진각종 측은 이번 인사발령에 대해 "지방에 근무하는 B 씨가 서울 교구청을 방문할 때마다 A 씨를 만날 가능성이 있어 최대한 분리하려는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징계 보류 조치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다시 징계위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김용우,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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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사 진행 상황은?

[박세원 기자 : 경찰은 A 씨가 고소한 B 씨를 성폭력 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혐의로 입건해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성추행 의도가 없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그동안 조사 내용을 토대로 진각종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측 입장이 엇갈리면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거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되면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다시 열겠다고 했던 진각종 징계위 개최도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 측은 자체 진상조사를 이유로 징계를 허락하지 않은 최고 승임이라고 하는 총인이나 또 사건을 조사할 여력이 안 된다고 말했던 진각종 내 감찰 기구인 현종원 모두 경찰 수사를 핑계로 시간만 끄는 것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Q. 2차 가해 정황도?

[박세원 기자 : 누군가 피해자 신원을 찾아서 피해자에게 찾아와 사건을 묻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지난해 SBS 보도 바로 다음 날에 진각종 내에서 종무식이 있었는데요. 이 종무식에는 피해자도 참석했는데 한 고위 승려가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발언 들어보시겠습니다.]

[진각종 고위 승려 (종무식) : 승단 내의 문제를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다 해종 행위에 해당되는 겁니다. 분명히 그에 대한 책임도 물을 겁니다.]

[A 씨/피해자 : 오히려 몇 주 전에도 (신도 한 명이) 방송에 난 일 그 일 다 안다고 그거 너 맞지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

[박세원 기자 : 진각종 측이 앞으로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 이런 식의 피해가 생기는 건 아닌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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