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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집 좋다며 때리고 기절시켜…동급생 극단 선택 내몬 10대들 실형

맷집 좋다며 때리고 기절시켜…동급생 극단 선택 내몬 10대들 실형
키 180cm에 몸무게 90kg이 넘는 고교생 A 군은 건장한 체격과 달리 유순한 성격으로 반에서 유명했습니다.

자신보다 작은 급우들이 장난을 쳐도 받아줬습니다.

"맷집이 좋다"며 A 군의 어깨를 주먹으로 치던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 눈에 샌드백을 치는 것처럼 비춰질 정도로 심하게 A 군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장난으로 포장된 폭행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습니다.

가해자들은 "때려도 안 아프다고 하더라. 맞고도 웃었다"며 죄책감 없이 A 군의 어깨를 내려치고 허벅지를 걷어찼습니다.

춤을 추라고 시켰다가 빗물이 튀었다며 뺨을 때리고 4층에서 1층까지 목마를 태우라고 했습니다.

한 명은 주짓수나 격투기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A 군의 목을 졸랐고, 동영상을 촬영하던 다른 한 명은 A 군이 정신을 잃자 "기절한 척 하지마"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이 "그렇게 때려서 얻는 게 뭐냐"고 가해자들을 말려도 폭행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가해자들은 이를 "장난이다. 걔도 같이하던 놀이였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합리화했습니다.

A 군은 친하다고 주장하던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에게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십 차례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습니다.

이 사이 '괴롭히기 좋은 녀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른 반,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그를 폭행했습니다.

A 군이 정신을 잃은 영상은 SNS 단체방에서 가해자들의 웃음거리가 됐고, A 군의 소중한 동생과 여자친구는 가해자들의 성희롱 먹잇감이 됐습니다.

A 군은 "학교에서 맞고 다니는 게 너무 서러웠다"는 편지를 남긴 뒤 지난해 6월 29일 광주 광산구 어등산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는 오늘(24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10명 중 5명에게 소년법에서 정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A 군을 가장 심하게 괴롭힌 B(18) 군과 C(18) 군은 각각 장기 3년에 단기 2년, 장기 2년에 단기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나머지 5명 중 1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80시간, 2명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가담 정도가 약한 2명은 가정·학교 위탁교육 등 처분을 하게 되는 가정법원 소년부로 사건이 송치됐습니다.

재판장이 판결을 낭독하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울먹임이 이어졌고 재판장도 A 군이 유서를 쓴 뒤 손을 흔들고 집을 나선 날을 언급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착하고 온순해서 작은 친구들의 장난을 다 받아줬고 아무도 학교에서 어떤 괴로움을 겪는지 알지 못했다"며 "결국 반복되는 폭력에 시달리다가 힘겨운 삶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음 주면 1주기가 되지만 부모님은 '차라리 내 아들이 가해자로 저 자리에서 재판받고 있으면 좋겠다'면서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피해자를 괴롭고 무너지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는 듯 여전히 법정에서 '놀이였다. 남학생끼리 그럴 수 있다며 책임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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