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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10건' 학대 어린이집, "아이가 문제" 2차 가해까지

<앵커>

경기도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 어린이집의 두 달 치 CCTV를 분석한 결과 학대로 의심되는 것이 200건이 넘었고, 피해 아이들도 8명이나 됐습니다.

먼저, 박예린 기자입니다.

<기자>

줄을 서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더니 머리채를 잡고 넘어뜨립니다.

누워 있는 아이를 일으켜 머리를 미는가 하면, 팔을 거세게 잡아끌어 의자에 앉히더니 머리를 밀어 이마가 책상에 부딪힙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해 12월 초, 5살 손자의 몸 곳곳에서 상처를 발견한 할머니는 어린이집 원장에게 CCTV 열람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C 군 할머니 : (원장이) 엉덩이 한 대 치고 잠 안 잔다고 발목을 잡아서 한 거는 제가 봤습니다. 그런 (학대) 행동은 안 했으니까 CCTV를 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이후 상처가 또 생겼고, 선생님이 때렸다는 손자 C 군의 말에 어린이집에서 확인한 CCTV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C 군 할머니 : 제가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슬프다는 생각, 우리 (손자)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에….]

C 군 부모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보육교사 A 씨가 C 군 외에도 같은 반 아이 7명을 학대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두 달 치 어린이집 CCTV 영상에서 확인된 학대 의심 건수만 210여 차례입니다.

[피해 아이 어머니 : 울분이 터지고 그러니까 이거를 지금 알았던 거 사실 저도 지금 너무 화가 나는데….]

피해 아이들은 트라우마로 심리 치료 등을 받고 있습니다.

[피해 아이 어머니 : 저희 아이가 아직까지도 무서워하는 단어가 선생님, 어린이집 그런 단어를 들으면 아직까지도 거부 반응을….]

A 씨는 왜 이런 행위를 했는지 묻는 SBS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육교사 A 씨 : 보도가 왜 나가야 하나요?]

경찰은 교사 A 씨와 원장 B 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김세경,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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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CCTV를 확인하기 전까지 부모들은 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어린이집의 원장은 오히려 사건을 덮는 데 더 급급했고, 피해 아이와 그 가족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어서, 신용식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월, C 군에 대한 학대 정황을 인지한 경찰은 파주시청에 해당 어린이집 전수조사를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시청은 어린이집에 공문을 전달했는데, 원장 B 씨가 보내온 답신에는 뜻밖의 서류가 있었습니다.

다른 학부모들이 전수조사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 아이 아버지 : '(원장이) 아동 학대 전수조사 서류에 만약 동의하시게 되면 그 문제 아동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이 여러 가지 굉장히 힘든 일을 겪게 된다'라는 식의 설명을….]

알고 보니 원장 B 씨가 전수조사를 막기 위해 다른 학부모들을 회유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C 군과 부모에게 2차 가해를 한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피해 아이 아버지 : '어떤 문제 되는 아이가 있었고 그 문제 되는 아이의 부모들까지 자꾸 어린이집에 시비를 건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피해 아이 어머니 : 굉장히 모자라고 약간 자폐아라고 저도 설명을 들었어요. 좀 폭력적인 기질도 있고.]

학부모들은 이달 초 경찰로부터 CCTV 분석 결과를 듣고서야 다른 아이들도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피해 아이 아버지 : 저희가 CCTV를 봤을 때의 그 충격은 진짜 이루 말도 못해요. 인간이 어떻게 이러한 두 얼굴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할 수 있나.]

B 씨는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말을 아꼈습니다.

[B 씨/어린이집 원장 : 저는 할 말이 없는데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운영은 중단됐고, 원장 B 씨의 자격 정지 등에 대한 행정 처분도 진행 중입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김세경·이용한,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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