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유행이라는데, 환경은 괜찮은 걸까?"
바람이 분다, 골프의 바람이
골프의 인기는 도대체 얼마나 늘어난 걸까요? 골프 인기를 확인해보기 위해 마부뉴스가 통계청에서 2년마다 실시하는 사회조사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 13세 이상의 일반 국민들이 어떤 레저시설을 얼마나 이용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살펴보니 2021년 레저시설을 이용한 사람은 43.5%로 2년 전보다 29.9%p나 감소했어요. 코로나19 영향이 상당한 거죠.
레저시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해수욕장을 이용한 사람들의 비율은 2019년엔 33.8%였지만 2021년엔 10%p 감소한 23.1%로 집계됐어요. 해수욕장뿐 아니라 스키장, 놀이공원, 수영장 등 대부분의 레저시설이 코로나19 여파를 직격으로 받았죠. 아래 그래프를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온천장, 스파는 그 타격이 가장 컸죠. 2019년엔 온천장, 스파 이용률이 32.5%였는데, 2021년엔 10.7%로 3분의 1 토막 났거든요.
유일하게 골프장만 살아남았습니다. 모든 레저시설 가운데 골프장만이 2019년에 비해 2021년의 이용 응답이 늘었어요. 2019년에 골프장을 이용했냐는 질문에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6%였는데, 2021년에는 그 수치가 10.2%로 훌쩍 늘어났습니다. 거의 2배가 된 거죠. 골프라는 스포츠 특성상 넓은 필드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함께하다 보니 코로나 상황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 영향을 받은 걸로 보입니다. 게다가 해외를 나갈 수 없으니 해외에서 골프를 치던 사람들도 국내에서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 수요도 고스란히 국내 골프장으로 왔겠죠.
다만 통계청 데이터로 봤을 때에는 2030의 골프장 이용 비율이 드라마틱하게 늘진 않았습니다. 20대는 2019년 1.9%에서 2021년 2.0%로 단 0.1%p만 늘었고, 30대는 오히려 2년 전 비율보다 감소했거든요. 골프 이용률을 끌어올린 건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었습니다. 고연령층에선 50대가 11.6%에서 20.2%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80세 이상의 노령층에서도 7.6%p 증가를 보일 정도로 상승세가 상당했어요.
공간을 지배하는 골프
과거에 비해 골프를 이용하는 사람은 확실히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체육시설에서 골프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1%가 채 되질 않아요. 문화체육관광부의 등록신고 체육시설업 현황 데이터를 가져와봤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골프장은 514개. 전체 체육시설 가운데 골프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0.98%밖에 되질 않습니다.
하지만 면적으로 살펴보면 어떨까요? 514개의 골프장 면적을 다 합치면 무려 5억 1,024만 8,290㎡! 골프장 면적이 전체 체육시설 중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89.7%입니다. 골프의 특성, 바로 ‘땅’ 스포츠라는 거죠. 시설에 필요한 땅이 다른 체육시설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까 과연 골프가 국내 환경에 맞는 스포츠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골프장은 지난 10년 사이에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10년 전, 2011년의 전국 골프장 면적은 3억 8,536만㎡였습니다. 2012년에 4억㎡를 넘더니 2019년에 5억㎡를 돌파했죠. 매년 꾸준히 면적을 넓혀가면서 전체 체육시설 면적의 8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어요. 10년 평균 88.2%. 2019년엔 처음으로 90%를 넘기기도 했죠. 골프장 수도 그만큼 많이 늘어났습니다. 2011년 전국 골프장은 모두 416개였지만 10년 사이에 98개가 새로 생기면서 2020년엔 514개를 찍었죠.
Q. 우리나라 골프장, 전 세계와 비교하면 얼마나 되는 걸까?
영국왕실골프협회 R&A에서 발간한 <Gofl Around the World>를 살펴봤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골프 코스는 총 38,081개로 251개국 중 206국에 분포하고 있어요. 상위 10개국에 전 세계 골프 코스의 80%가 집중돼 있는데, 여기에 우리나라도 포함됩니다. 우리나라의 골프 코스는 총 810개로 전 세계 8위를 차지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골프 코스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으로 총 16,156개를 갖고 있어요. 무려 전체의 42%를 차지하고 있죠. 그 뒤를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프랑스 그리고 우리나라가 잇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 영토가 가장 넓은 중국은 어떨까요?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아래인 상위 10위로 617개의 코스를 보유하고 있어요. 중국은 과거 강한 규제로 인해 골프 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은 생태계 파괴, 지하수 부족,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로 골프를 녹색 아편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지금도 정부 차원에서 골프 산업을 장려하지는 않지만, 중국 내부에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골프에 대한 인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골프장 잔디 = 물 + 농약
넓은 땅의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선 물과 농약이 필수적입니다. 일단 물이 얼마나 사용되는지부터 살펴볼게요. 잔디는 정말 물을 엄청나게 먹어요. 혹시 독자 여러분 중에 미국에서 잔디에 물 주면 벌금을 물게 되었다는 이야기 알고 계신가요? 미국은 2000년부터 대가뭄, 대형산불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물이 부족한 상태거든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잔디에 물을 주는 것과 세차를 1주일에 1회로 제한했습니다. 어기면 벌금이고요. 물 자체가 부족해지는 상황에 잔디에 사용되는 물이 너무 많다 보니 아예 주에서 규제를 한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잔디를 위해 하루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될까? 기후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선 18홀 기준으로 하루 평균 800~900t 정도의 물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 기준으로 한 번 계산을 해 볼게요.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골프장 홀 수는 10,077개. 한 홀당 44.4t의 물을 쓰는 셈이니, 하루에만 무려 44만 7,867t의 물이 사용되는 겁니다. 싸이의 흠뻑쑈가 공연 하루에만 300t의 물을 사용한다고 비판을 받았었는데, 전국 골프장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물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싸이는 오늘부터 2026년 7월 말까지 총 1,493일 간 쉬지 않고 흠뻑쑈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엄청나죠?
골프장은 물뿐만 아니라 농약도 엄청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골프장에서 농약을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요? 잔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죠. 환경부에서는 토양지하수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의 토양과 지하수 정보를 조사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골프장은 특별히 따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에 들어가 보면 각 골프장마다 얼마나 농약을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예전엔 골프장에서 맹독성 농약을 사용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어요.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맹독성, 고독성 농약을 사용한 건 모두 12건이나 되죠. 물론 관할하는 행정기관의 장이 인정할 경우엔 고독성 농약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를 제외할 경우에는 불법으로 농약을 사용했던 건 2번 밖에 되질 않긴 합니다. 게다가 2010년 이후에 맹독성, 고독성 농약이 검출된 적은 없죠.
불법 농약 문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농약들이 골프장에 뿌려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사용량도 골프장이 늘어나는 만큼 함께 늘어나고 있어요. 2020년 기준으로 총 사용된 농약은 모두 202.1t. 작년에 비해 8.6%나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단위면적당 농약 사용량도 계속해서 늘어나서 2020년 처음으로 6㎏/㏊를 넘겼습니다. 왜 더 많은 농약을 뿌리게 된 걸까요? 역시나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장마가 길어지고 비가 잦아지면서 농약이 빨리 씻겨나가 버리거든요. 잔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더 많은 농약을 뿌릴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게 되면 토양 오염, 수질 오염 가능성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사용되는 농약도 문제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농약은 클로로탈로닐이라는 녀석인데, 총사용량이 13.7t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녀석은 EU에서는 금지된 약품입니다. EU와 스위스는 이 농약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위험하고 독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2019년 말부터 아예 사용 금지 처리했거든요. 뿐만 아니라 꿀벌 개체수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밝혀지면서 퇴출에 속도가 붙었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허울뿐인 환경영향평가
도시를 개발한다거나, 공항을 건설하거나, 체육시설을 새로 만들거나 할 때 지켜야 하는 환경평가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동물과 식물이 잘 살고 있던 지역에 새롭게 개발을 하게 되면, 어떤 환경적 영향이 생기는지 살펴보는 제도죠. 개발 지역에 동물과 식물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부터 개발을 할 경우 어떤 피해를 받게 될지, 수질, 대기질, 소음 상태는 어떤지… 전반적인 환경 평가를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골프장도 당연히 이 제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건설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산에 나무를 자르고 잔디를 깔기 때문에 기존의 서식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숲도 많이 훼손될 거고요. 게다가 엄청난 물을 사용하기에 지하수에도 영향을 주고, 잔디를 위한 농약은 오염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골프장을 짓는 사업자들은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약속을 안 지키는 골프장이 넘쳐난다는 겁니다. 약속을 안 지킨다고 영업에 문제가 생기지 않거든요. 정부에서 명령을 내리더라도 강제성이 없어서 따를 필요도 없고, 과태료는 고작 몇백만 원밖에 되질 않아서 과태료 내고 영업하면 그만입니다. 최근 5년간 새로 생긴 골프장 26곳 중에 환경 보호 약속을 지킨 골프장은 단 9곳뿐, 나머지 17곳의 골프장에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순풍을 만난 골프에 더 센 바람을 불러일으킬 생각입니다. 2026년까지 정부가 세운 골프 인구 목표는 600만 명. 그에 따라 골프장도 늘릴 계획이죠. 물론 친환경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지금처럼 허울뿐인 환경영향평가라면 환경파괴는 불 보듯 뻔한 일이 될지 모릅니다. 그런 탓에 환경단체는 골프장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고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골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는데,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골프장에선 환경보호가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동안 마부뉴스에서는 오늘 편지를 포함해서 올림픽, 식량문제, 선거 등 여러 분야의 환경 문제를 살펴봤었는데, 혹시 독자 여러분이 궁금한 다른 분야가 있을까요? 궁금한 분야가 있으면 아래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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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