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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매체 "누리호, 중국 70년대 수준…갈 길 멀어"

[월드리포트] 중국 매체 "누리호, 중국 70년대 수준…갈 길 멀어"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 성공에 큰 관심을 보인 나라 중 하나는 중국입니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데다, '우주 굴기'를 내세워 항공·우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온 터라, 중국 매체들은 물론 중국 네티즌들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면에는 중국이야말로 우주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깔려 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누리호 발사 성공을 신속히 보도했다.

중국 매체, 누리호 발사 성공 앞다퉈 보도…"칭찬받을 만"


중국 매체들은 21일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안착하자, 발사 성공 소식을 앞다퉈 타전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이 자체 개발한 발사체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면서 "발사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2027년까지 4차례 더 발사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누리호는 중량 200톤의 3단 발사체로, 지상 600~800km 궤도에 1.5톤의 인공위성을 보낼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처음 발사됐지만 당시엔 3단 엔진의 연료가 조기 고갈돼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중국청년망과 봉황망 등 다른 관영 매체들도 "한국은 자체 기술로 실용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7번째 국가가 됐다"며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관련 소식을 여러 차례 나눠 보도했습니다. 환구시보는 먼저 누리호는 러시아 기술로 조립한 과거 나로호에 비해 운반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성공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첫 발사 실패 사유를 자세히 언급한 뒤, 이번에도 강한 바람과 산화제 탱크 센서 이상으로 두 차례 발사가 연기됐다고 중국인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중국 우주 기술 전문가이자 원로 과학자인 황즈청은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해 1차 실패 이후 로켓 3단 산화제 탱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국 유수 기업들의 역량을 동원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 이번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습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한국의 노력은 칭찬받을 만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누리호, 중국 70년대 창정 2호보다 못해…조롱해선 안 돼"


하지만 환구시보 보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 황즈청을 인용해, 한국이 항공·우주 분야에서 더 발전하려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해왔는데, 러시아가 RD-170이나 RD-180 같은 고성능 로켓 엔진 기술을 한국에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누리호의 1단계 KRE-75 액체연료 로켓 엔진은 러시아의 RD-151 엔진을 모방한 것으로, 비추력이 높지 않아 로켓 성능이 제한된다"고 했습니다.

황즈청은 나아가, "누리호의 운반 능력이 저궤도에서는 2.6톤, 태양 동기 궤도에서는 1.5톤"이라며 "중국의 창정 1호보다는 낫지만 창정 2호보다는 못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창정 2호는 중국이 1970년대 개발한 운반 로켓으로 지금은 퇴역한 상태입니다. 항공·우주 주무 부처인 국가항천국이 아닌, 중국의 일부 민영회사가 개발한 상업용 로켓의 운반 능력도 누리호보다는 우수하다고 했습니다. 황즈청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이 뛰어나지만, 로켓 엔진 기술에 필요한 산업 기반과는 다르기 때문에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은 한국을 조롱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운반 로켓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1970년대 개발된 창정 2호.

환구시보, 한국 네티즌 인용 "누리호 성공은 문재인의 공적"


환구시보는 일부 한국 네티즌의 반응을 인용해 '누리호 발사 성공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적'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습니다. 이 매체는 누리호의 발사 성공을 앞부분에 전한 뒤 뒷부분에 일부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소개했는데, "누리호 성공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업적이다",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종료돼 누리호 자체 발사가 가능하게 됐다'는 내용들입니다. 다른 매체인 관찰자망 역시 누리호의 성공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업적이라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비중 있게 전했습니다.

환구시보는 '누리호 발사 성공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적'이라는 한국 네티즌의 반응을 제목을 뽑았다.
중국의 항공·우주 기술이 우리보다 몇 단계 앞서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55차례나 로켓을 쏘아 올렸습니다. 미국(45차례), 러시아(25차례)보다 많았습니다. 중국은 또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지난해 이후 세 차례나 우주인들을 로켓에 태워 우주로 보냈습니다. 2019년 달의 뒷면에 인류 최초로 탐사선을 착륙시켰고, 지난해에는 화성에도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중국인들은 항공·우주 기술만큼은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하고 있습니다.

항공·우주 기술은 언제든 무기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견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한·중 관계를 맞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누리호 발사 성공을 지켜보는 중국의 시각이 단순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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