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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간 인정 못 받은 항일…소록도에 세워진 작은 기념비

<앵커>

일제강점기던 80년 전 오늘(20일), 남해 소록도 갱생원에 격리됐던 27살의 한센인이 일본인 원장을 처단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항일 운동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그 주인공인 이춘상 의사는 지금까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의거 80주년을 맞아 소록도에 작은 기념비가 세워졌습니다. 

이종훈 기자가 2년 만에 개방된 소록도에 들어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센인 부친을 따라 소록도에 강제 격리됐던 정연식 씨는, 80년 전 오늘 갱생원 스호 원장이 참석한 참배 현장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정연식/'이춘상 의거' 현장 목격 : 한센인을 죽이려고 작정하는 이 원수, 주방(스호 원장) 이놈 칼 받아라, 하면서 찔렀다고]

경악한 조선총독부는 '흉측한 불량배'의 소행으로 선전했지만, 정 씨의 기억은 다릅니다.

[정연식/'이춘상 의거' 현장 목격 : (이춘상이) 사람은 강직하지만 아주 정신이 바르고 아주 어진 사람이에요. 그 분이 오죽했으면…]

당시 법원 판결문에는 "갱생원 부정을 폭로해 환자 처우 개혁을 도모할 것을 생각했다"고 적히는 등 단순히 개인적 불만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 일제에 대한 항거 운동이었음을 시사합니다.

소록도 갱생원은 스호 원장 부임 이후, 태평양 전쟁에 필요한 송진유와 군복 등, 군수물자 조달을 위한 강제노역이 한층 강화돼 일제의 주요 병참 기지가 됐습니다.

[일제강점기 소록도 거주 한센인 (2003년 진술) : 전쟁에 쓰려고 가마니를 짠 거지. 겁나게 많이 짰거든. 가마니 짜느라고 손에 피고 묻고 이렇게 했어도 그걸 짜야 해.]

일부 일본 학계에서는 안중근에 버금가는 인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국내의 평가는 박합니다.

2003년 이후 세 차례에 걸친 독립유공자 인정 신청은 '독립을 위한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번번이 기각됐습니다.

학계에서는 '독립운동'에 대한 폭넓은 관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김재형/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 (갱생원이) 굉장히 중요했던 일본의 통치 수단이었고, 여기에 저항한 사람이죠. 이 사람이 어떻게 보면 인권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동시에 일제에 저항한 사람이기도 하죠.]

이춘상 의사 기념비가 의거 80년 만에 한센인들의 염원을 담아 비로소 소록도 중앙공원에 건립됐습니다.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지만, 이춘상 의사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도 본격적인 진상 규명에 나섬에 따라 합당한 재평가가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정근식/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 1942년의 이 행동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중요한 항일운동이었다는 걸 인정받는 거죠. 그러면 공식적으로 정부가 인정하는 의거로 자리매김되지 않을까.]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최하늘·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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