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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9월 '줄파산 공포'…파산 선고, 얼마나 걸릴까?

기준금리가 모든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2년 동안 빚내며 버텨온 자영업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시간입니다. 오는 9월이면 2년 5개월 동안 지속됐던 자영업자 금융 지원마저 종료될 예정입니다. '성실하지만 불운한' 자영업자 줄도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4월까지 접수된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1만 3천464건으로 10년 내 최저 수준입니다. 코로나 전인 2019년 4월(1만 5천124건)과 비교해도 훨씬 적습니다.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5월 기준 435조 3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이중 자영업자 금융 지원 정책에 따라 대출 연장·상환 유예 상태에 있는 채무 원금은 꾸준히 늘어 지난 1월 기준 133조 8천 억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빚은 크게 늘었는데 파산은 줄어든 상황입니다. 파산이 줄어든 건 경기가 좋아지거나 자영업자들 벌이가 나아진 탓이 아니라, 금융 지원 정책에 의지해 버티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고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코로나 금융 지원이 끝나고 금리 인상 추세가 장기화되면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는 자영업자들이 쏟아질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개인 파산 소요 기간 (사진=대법원 전산자료,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 제공)

그렇다면 지금 파산 신청을 한다면 얼마 만에 선고가 나올까요? 답은 '사는 곳마다 다르다' 입니다. 대법원 통계를 가져왔습니다. 법원마다 편차가 컸습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선고된 사건들을 기준으로, 전국 유일의 도산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은 파산 신청에서 선고까지 평균 2.8개월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가장 빠른 곳은 광주지법으로 2.7개월 걸립니다. 반면, 가장 느린 제주지방법원은 평균 10.1개월이나 걸렸습니다. 지역에 따라 4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개인 파산: 개인인 채무자가 개인사업 또는 소비활동의 결과 자신의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경우 그 채무의 정리를 위해 스스로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를 개인파산이라고 합니다.

면책 소요 기간 (사진=대법원 전산자료,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 제공)

면책 역시 법원에 따라 최대 2배 이상 소요 기간 차이가 납니다. 가장 빠른 서울회생법원에서는 평균 8.5개월이면 채무자가 면책 결정을 받고 새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제주도에 사는 자영업자들은 면책 결정까지 평균 17.1개월이 걸립니다.

*면책: 자신의 잘못이 아닌 자연재해나 경기변동 등과 같은 불운으로 파산선고를 받은 '성실하나 불운한' 채무자에게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서 파산절차를 통해 변제되지 않고 남은 채무에 대한 채무자의 변제책임을 파산법원의 재판에 따라 면제시킴으로써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을 도모하는 제도입니다. 법인이 아닌 개인만 가능합니다. 파산 선고 사실이 신원증명서에 기재되거나 공무원으로 취업할 수 없는 등, 파산 선고로 인한 불이익이 모두 사라집니다.

파산부터 면책까지, 서울 자영업자는 평균 11.3개월이 걸리지만 제주도 자영업자는 2년 하고도 3.2개월이 더 걸립니다. 1년 4개월이나 차이가 납니다. 재기를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다른 지역 주민이 서울회생법원에 사건을 접수하는 꼼수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복수의 파산관재인에 따르면 서울에 고시원을 얻어서 주소지를 옮기거나, 서울에 있는 지인의 집에 살고 있다는 무상 주거 확인서를 떼서 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관할 지역 주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키면 파산 신청 기각 사유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단축을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일선 파산관재인들은 법원마다 처리 속도에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로 채무자를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을 꼽습니다. 한 파산관재인은 "회생법원은 패스트트랙 절차가 자리를 잡아 채무자의 빠른 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채무자와 파산관재인 선임 비용만 협의가 되면 거의 바로 선고를 내려줄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다른 법원들은 채권자의 권리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어 채무자의 상환 능력과 구비 서류들을 꼼꼼히 살펴보느라 시일이 더 많이 소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업무량도 다소 차이가 났습니다. 올해 4월 기준 파산 단독 판사 1명 당 개인 파산 사건 수는 법원에 따라 최대 6.3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물론 개별 사건을 심리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 재판부의 독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무조건 빠르다고 바람직한 것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관할 법원이 다르다는 이유로, 코로나에 쓰러진 '성실하지만 불운한' 자영업자들이 재기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도 괜찮은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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