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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빠진 그 갯벌, 운전자 잘못일까? 직접 가봤다

<앵커>

서해안의 한 지역에서 유독 차량이 갯벌에 잘못 진입해 침수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해 보니 운전자 잘못으로만 보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김지욱 기자가 현장 다녀왔습니다.

<기자>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갯벌 한가운데 SUV 차량이 빠져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달 초에도 같은 장소에서 전기차 한 대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사진 속 장소는 인천 옹진군의 선재도와 측도를 잇는 하나뿐인 도로입니다.

작은 섬마을인 측도는 최근 이른바 '캠핑 성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갯벌과 붙은 폭 4m, 길이 500m의 자갈길을 통해야만 하는데, 밀물 땐 길이 잠겨 하루에 두 번만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갈길과 갯벌의 경계를 구분하는 철책이나 표지판도 없습니다.

주민들도 종종 길로 혼동해 빠지는 일이 일어날 정도입니다.

[천병욱/측도 주민 : 나는 두 대가 빠진 거고…. 저도 여기서 20년까지 살았는데 안개가 끼고 그러면 감당을 못하죠.]

차들이 갯벌에 빠지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측도로 들어가는 자갈길을 따라가다 보면 갯벌 방향으로 마을 어민들이 만든 임시 도로가 나 있는데, 80m 정도 따라가면 막다른 길이 나옵니다.

대다수 사고들은 이렇게 들어온 차들이 다시 나가기 위해 차를 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갯벌이 언뜻 보기엔 단단해 보이지만요, 발을 이렇게 한 번 담가 보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어 그대로 갇히는 겁니다.

밀물 때까지 빠져나오지 못하면 차량이 침수되는데, 바닷물로 부품이 녹슬면서 폐차 처리되는 게 대부분입니다.

갯벌엔 견인차에 끌려나간 차량 바퀴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마을 주민이 지자체에 다리를 놓아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태수/인천 옹진군 선재1리 이장 : 예산이다 뭐다 그런 게 없다고…. 그런 연륙교가 생겼으면 이런 상황도 안 벌어질 거 같고….]

[옹진군청 관계자 : (교량 건설하려니) 1천2백억 원이 넘었어요. 그러면 옹진군의 한정된 예산으로….]

옹진군청은 이달 안에 두 섬 입구에 주의 표지판을 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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