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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신 수습 봉사자 "고문 흔적 뚜렷, 집단학살 분명"

<앵커>

우크라이나 소식입니다. 러시아군이 공습을 퍼붓다가 철수한 수도 키이우 인근에선 지금도 적지 않은 민간인 시신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SBS 취재진은 그동안 수백 구의 민간인 시신을 직접 수습했다는 봉사자를 어렵게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안상우 특파원이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키이우 북서쪽의 작은 마을 미로츠케.

사흘 전, 이 마을 숲에 있는 러시아군이 사용하던 참호 근처에서 민간인 시신들이 발견됐습니다.

러시아군에 의해 집단학살 된 것으로 보이는 시신 여섯 구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러시아군의 전투 식량 상자도 보이고요, 반대편에서도 추가로 한 구가 발견됐습니다.

러시아군이 이곳에서 철수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또다시 시신 일곱 구가 더 발견된 것입니다.

대부분 무릎과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었고 부패한 상태였습니다.

이곳에서 SBS 취재진은 지난 4월부터 민간인 시신 수백 구를 직접 수습했다는 자원봉사자 볼로디미르 씨를 만났습니다.

인터뷰 요청에 어렵게 입을 뗀 그는 러시아군이 퇴각한 첫날 거리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보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볼로디미르/자원봉사자 : 그들이 거리 위에 계속 널브러져 있도록 방치할 수 없었고, 누군가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피해를 분명히 밝혀야만 했습니다.]

그가 수습한 시신들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시신들에는 고문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남아 있었습니다.

[볼로디미르/자원봉사자 : 총을 한 번에 쏴서 죽인 게 아닙니다. 러시아군은 처음에는 다리를 쐈고 그래서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뒤에는 목을 졸랐고 서서히 질식시켰습니다.]

그는 러시아군이 무고한 민간인들을 무참히 살해한 건 명백한 집단학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볼로디미르/자원봉사자 : 제노사이드는 민족이나 국가 전체를 말 그대로 괴롭히며 살인하는 겁니다. (러시아군도) 우리를 굴욕적으로 복종시키며 파괴하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씨는 집단학살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집단학살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볼로디미르/자원봉사자 : 오늘은 우크라이나인들을 향해 제노사이드를 저질렀지만, 내일이면 러시아군은 또 다른 나라를 선택할 것이고, 그 나라에서 똑같은 범죄들을 저지를 겁니다. 이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이곳에는 어린아이도 묻혀 있고, 함께 차를 타고 피란을 떠났다가 러시아군의 총탄을 피하지 못해 한날한시에 함께 죽은 가족도 있습니다.

볼로디미르는 이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건 정말 고통스럽지만, 러시아군에 의한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SBS와 인터뷰했다고 답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임지수, 영상편집 : 김호진)

▶ 러 집단 학살의 진실을 알리려 처음으로 마이크 앞에 서다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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