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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주 지역에 장티푸스 확산…그런데, 발열자는 줄고 있다는 북한

[취재파일] 해주 지역에 장티푸스 확산…그런데, 발열자는 줄고 있다는 북한
북한 황해남도 해주 지역에 장티푸스와 콜레라 등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의 오늘(16일)자 보도를 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해주시에서 급성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한 것과 관련하여 6월 15일 가정에서 마련하신 약품들을 조선노동당 황해남도 해주시위원회에" 보냈다고 합니다.

장내성 전염병이란 병원체가 장의 점막에 붙어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장티푸스, 콜레라 등을 말합니다. 해주 지역에서 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것은 해주 지역에 장티푸스, 콜레라 등이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개인 의약품을 보냈다는 것은 최고지도자의 애민 정신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최고지도자가 직접 의약품을 챙길 정도의 상황이라면 해주 지역의 장티푸스, 콜레라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한 중앙동물원 코로나 소독하는 방역원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국정원, 발열자에 코로나 환자와 장티푸스 환자 섞여 있어


여기서 지난달에 있었던 국정원 보고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정원은 지난달 19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에서 4월 말부터 코로나가 많이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그 전에 백일해, 홍역,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전염병이 이미 상당히 확산돼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코로나와 관련해 발표하는 유열자, 즉 발열자 수치에는 "상당수의 코로나가 아닌 발열, 즉 수인성전염병 환자가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매일 코로나 관련 통계를 발표하고 있는데, 발열자와 사망자 현재 치료중인 사람들의 숫자만 발표할 뿐, 확진자 수는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발열자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를 곧바로 가려낼 수 없는 의료역량의 한계 때문으로 보이는데, 국정원이 보고한 대로 코로나로 인한 발열자인지 장티푸스로 인한 발열자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주 장티푸스는 심각한데 전체 발열자 수는 감소?


다시 오늘자 노동신문 보도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의약품을 보낼 정도로 해주 지역의 장티푸스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내 발열자 숫자는 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발열자는 아니더라도 장티푸스로 인한 발열자가 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매일 발표하는 유열자, 즉 발열자 숫자를 보면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되는 발열자 현황을 보면, 하루 단위 신규 발열자는 꾸준히 줄어 6월 15일 기준으로 2만 6천여 명까지 떨어졌습니다. 특히 6월 1일 이후로는 발열자가 한번도 증가한 적이 없이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해주 일대에서는 장티푸스 상황이 심각해져 발열자가 늘고 있을텐데, 북한 당국이 발표하는 전체적인 발열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김정은 주재 비서국회의 개최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모순되는 통계…진실은 무엇일까?


발열자 수와 관련해 모순이 존재한다면, 통계가 조직됐거나 다른 식으로 끼워맞추기가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상황의 호전을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지역의 발열자 수는 늘어서는 안됩니다. 발열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지역에서 방역사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증거인 만큼 간부들의 문책 사유도 될 것입니다. 어떻게든 발열자 수가 감소하는 통계를 중앙에 올려보내야 간부들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통계와는 달리 지역에서의 발열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이유를 들어 신규 발열자 발생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장티푸스 같은 것들입니다. 어차피 발열의 원인이 코로나 때문인지 장티푸스 때문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원인을 어디로 끼워맞추든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해주 지역의 장티푸스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 코로나 환자가 줄어든 뒤 새로 장티푸스가 확산하고 있는 것인지, 원인을 모르는 발열자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통계상으로만 코로나와 장티푸스의 뒤바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에게는 해주 지역에 장티푸스가 새로 확산한 것처럼 보고됐을지 모르지만 실상은 미지수입니다.

김 총비서는 간부들을 닦달함으로써 방역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의약품 보급과 의료 설비 확충 등 기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최고지도자 질타는 성과를 포장하는 통계 맞추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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