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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밖 '인공심장'으로 버틴 아기, 그리고 찾아온 '기적'

<앵커>

지금까지 무겁고 답답한 소식이 많았는데요, 이번에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던 한 아기가 있었습니다.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바라며 1년 넘게 인공심장으로 버티던 어느 날, 아기의 작은 몸에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먼저 그 사연을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올해 3살인 순후의 심장은 엄마의 자궁에서부터 잘 뛰지 않았습니다.

[권기훈/순후 아버지 : (순후를)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진짜 그런 고민은 수없이 했죠. 안 했다 그러면 그건 거짓말인 것 같고….]

[윤정은/순후 어머니 : 아이가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부모로서 포기는 있을 수 없고….]

태어나 정밀 검사해보니 심장 기능은 정상의 17%, 방법은 심장 이식뿐이었습니다.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몸 밖 인공심장으로 버티는 것도 험난했습니다.

[조성규/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인공 심장을 다는 거 자체도 되게 고민이 많이 됐어요. 체중이 작은 애들한테 이거를 다는 게 위험 요소가 되거든요.]

체외 인공심장을 떼 내는 첫 시도는 절망적이었습니다.

[권혜원/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인공심장) 기계를 떼고 나서 며칠 후에 이제 갑자기 아기가 호흡곤란이 심하게 오면서 폐출혈도 생기고….]

400일,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기간, 체외 인공심장을 차야 했습니다.

[윤정은/순후 어머니 : (첫 실패 때) 낙담을 했죠. 어떻게 보면 진짜 조금 기대는 했거든요.]

엄마와 순후는 코로나에 감염돼 격리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윤정은/순후 어머니 :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엉엉 울면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그때가 제일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순후의 몸집이 커져 더 큰 인공심장으로 교체해야 했을 때 기적의 새싹이 움텄습니다.

[조성규/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인공심장을) 교체하는 순간에 잠깐 멈추잖아요. 이거를. 근데 그때 너무 심장이 잘 뛰는 거예요. 한 번 다시 해봅시다.]

6개월 후에는 기적이 꽃 폈습니다.

심장 이식이 필요 없을 만큼 회복된 겁니다.

[권혜원/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심장) 이식만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6개월 째쯤 되니까 정상인의 심장 기능의 한 3분의 2 정도까지 따라잡게 돼서….]

[권기훈/순후 아버지 : 진짜? 이게 꿈은 아니겠지. 순후가 몸은 조금 아프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얘는 진짜 행복한 아이라고….]

태어난 지 544일 만에 병원 밖 세상을 만난 순후는 자신을 돌본 어른들에게 '고마움'을 선물했습니다.

[조성규/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순후의 심장한테 또 고마워서 400일 기다렸더니 돌아온 게 너무 고맙고….]

[순후 안녕, 사랑해요.]

심장병 아기의 기적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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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Q. 의학적으로 굉장히 드문 사례인 거죠?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서울대병원이 조사를 해보니까 국내에서 28명의 심장병 아기에게 몸 밖 인공심장 치료를 했는데 회복된 건 3명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심장이식까지 필요할 정도로 안 좋았는데 회복한 건 순후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성규/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이건 정말 기적입니다.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뭔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저 기적의 이유를 찾는다면 순후와 비슷한 아기에게는 치료 지침서가 될 겁니다. ]

Q. 의료진들이 아마 그 기적의 이유를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심장병 아기와 의료진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서울대병원은 우선은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비결로 꼽았습니다. ]

[권혜원/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심부전 약물치료를 굉장히 세게 했어요. 성인에서만 승인이 된 어떤 심부전 약재 이런 거를 병합해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전문의 : 또 서울대병원이 외국 논문을 샅샅이 찾아보니까 똑같은 심장병을 앓아도 심장 조직검사에서 특정 소견이 있으면 결과가 좋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조성규/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제가 순후를 (심장) 조직 검사를 다시 거꾸로 병리과에 의뢰를 해서 물어보니까 회복하는 그룹에 해당이 되는 거예요.]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하고 생명을 잘 유지해 주면 스스로 나올 수 있는 아이가 있다는 걸 서울대병원이 이번에 알아낸 겁니다.]

Q.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될까?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출산 전 검사에서 심장 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으면 60%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국내 보고가 있습니다. 아기는 심장 기증자를 찾기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겠죠. ]

[권혜원/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심장) 이식하지 않고도 이렇게 좋아져서 기계를 뗄 수 있는 사례가 생겨서 우리가 심부전 치료에 조금 다른 시각을 갖게 되지 않았나.]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전문의 : 순후의 사례가 환자와 부모에게는 희망을 주는 동시에 선천성 심장병을 조금은 긍정적으로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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