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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범으로 몰린 펜션 투숙객…5년 만에 2심에서 '무죄'

<앵커>

여행지에서 실수로 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처음 수사할 때부터 정황만으로 범인으로 지목된 것인데,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것입니다.

안희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제주의 한 펜션. 어둠 속 작은 불꽃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8분 뒤 주변이 조금씩 환해지더니 거센 화염이 차들을 덮칩니다.

[내려와, 내려와!]

이 불로 펜션 외벽과 차량 3대가 불에 탔습니다.

경찰은 화면 속 투숙객 A 씨가 담뱃불을 아래로 던져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펜션 CCTV에 불나기 30분 전부터 A 씨 말고는 근처를 오간 사람이 안 보였던 점, 흡연자인 A 씨가 소방관에게 담배를 안 피운다고 거짓말했다는 목격자 증언이 판단 근거였습니다.

A 씨는 꽁초를 버린 적도, 소방관과 대화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거주지 근처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싶다고 하자 경찰은 억지 자백을 권유하는 듯한 말을 꺼내기도 했습니다.

[담당 경찰관 (수사 당시 A 씨와 통화 중) : (혐의를) 인정하시면 제가 편의를 봐 드리겠는데….]

경찰, 검찰, 1심 법원까지 A 씨의 실화를 사실로 인정했지만 2심에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CCTV에 A 씨가 담배 피우는 장면은 포착됐지만, 담뱃불이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 없는 점, 화재 현장 근처에 많은 꽁초가 발견됐는데 다른 투숙객 조사가 없었고 다른 사람이 담배를 피웠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흡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증언도 실체가 없었습니다.

[A 씨 : 처음 수사할 때부터 저를 범인으로 몰아놓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고요.]

5년 만에 혐의를 벗었지만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습니다.

[이정도/A 씨 측 변호인 : 미진한 수사에 대한 책임이 더 이상 이런 피고인과 같은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는 그런 방향으로 제도가 흘러가야 되지 않나….]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심수현·엄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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