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공복혈당 수치에 변동성이 크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려대 의대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이다영·김난희 교수와 숭실대 통계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5∼2010년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40세 이상 76만9천554명의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공복혈당 변동성이 클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오늘(10일)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대한당뇨병학회지'(Diabetes & Metabolism Journal, DMJ) 최신호에 발표됐습니다.
공복혈당은 8시간 이상 금식 후 측정한 혈당 농도로, 100㎎/㎗ 미만이 정상입니다.
100∼126㎎/㎗이면 공복혈당장애(당뇨전단계), 126㎎/㎗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각각 진단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 7년의 추적 관찰 기간 중 5만4천837명(7.1%)의 당뇨병 환자에게서 치매가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중 알츠하이머가 4만1천3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혈관성 치매가 6천892명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를 공복혈당 변동성 크기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치매 발병과의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이 결과, 공복혈당 변동성이 가장 큰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18% 더 높은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를 구분해서 봐도 이런 위험도는 각각 19%, 17%에 달했습니다.
이 같은 분석은 지난해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한 논문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당시 연구팀은 60세 이상 2천500명을 대상으로 12년에 걸쳐 진행한 추적 연구 결과, 당뇨병 환자의 치매 발생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건 당뇨병 자체가 아니라 평소 혈당이 얼마나 잘 관리되는지라고 보고했습니다.
당뇨병 자체가 치매로 악화할 위험보다는 평소 혈당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치매 예방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이다영 교수는 "국내에서도 공복혈당 변동성이 당뇨병 환자에게 모든 종류의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공복혈당을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이 치매 예방을 위한 당뇨병 치료의 핵심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