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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찰청장 후보 '면접' 보겠다는 행안장관…'경찰 길들이기' 논란

[취재파일] 경찰청장 후보 '면접' 보겠다는 행안장관…'경찰 길들이기' 논란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후보 면접도 필요하다면 봐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오늘(9일) 오후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를 찾았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지도부 10여 명을 격려하기 위해서 경찰청을 방문한 건데 예정된 30분을 넘어 1시간가량 접견이 이뤄졌습니다.

이 장관은 지난달 말 치안정감 승진자 6명을 상대로 일대일 면담이나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치안정감 승진 인사가 나기 전에 승진 후보군을 사전 면담했는데 승진자 6명이 모두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이어서 사실상 경찰청장 후보 '면접' 성격의 면담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행안부 장관이 총경 이상 인사 제청권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 임명 전에 따로 면담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오늘 경찰청 출입기자들이 장관에게 건넨 질문도 '면접 논란'에 집중됐습니다.

이 장관은 접견을 마치고 경찰청사를 빠져나오면서 "(차기 경찰청장 후보들 면접도) 필요하다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논란에 정면 대응한 겁니다.

행안부는 어제(8일) 설명자료를 통해서도 "경찰청 간부의 적합한 후보를 제청하는 것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역할이자 책임"이라며 "치안정감 후보자를 만난 것은 장관으로서 임명 제청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 길들이기'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상민 장관의 취임 일성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였습니다.

취임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행안부는 정책자문위원회 분과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합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제도의 개선안을 논의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경찰에 대한 통제 방안을 점검하고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교수와 변호사 등 민간인 6명과 경찰 1명을 포함한 공무원 3명으로 자문위원이 구성됐는데, 지금까지 세 차례 회의하는 동안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안건들을 보면 자문위의 구성 목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러 안건 중에서도 논란이 된 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방안입니다.
 
①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해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지휘·감독권을 부여하는 방안

② 이를 실행할 조직으로 행안부 안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

③ 경찰 감찰권을 경찰청에서 행안부로 이양하는 방안

세 가지 방안 모두 아직 논의 단계이고 최종 보고서에 담을지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논의 테이블 위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논란이 될만한 내용입니다.

이런 와중에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군을 개별적으로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찰 길들이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겁니다.

경찰은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감하면서도 이 같은 자문위 논의 내용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정치권력에 예속돼 국민을 탄압한 어두운 과거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는 지난 1991년 폐지된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 부활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치안본부가 없어진 이후 경찰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경찰을 관리해 왔는데, 경찰국을 만들어 통제하겠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셀프 감찰',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반복된 경찰에 감찰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지만, 행안부가 인사권에 감찰권까지 쥐면 경찰 길들이기가 그만큼 쉬워지고 결국 경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 마크 (사진=연합뉴스)

"경찰 통제 방식 변경은 충분한 논의 필요"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의 네 번째 회의는 내일(10일) 오후에 열릴 예정입니다.

한 자문위원은 SBS와의 통화에서 "말 그대로 자문위원회여서 결정 권한이 없다"며 "위원들 각자의 소신과 신념에 따라서 주장을 개진하는 수준"이라고 자문위 활동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이상민 장관도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방안과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 경찰 감찰권을 행안부로 이양하는 방안 등 다양한 경찰 통제 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기기도 했습니다.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지휘·통제할 장치를 마련하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겁니다.

다만, 경찰 안팎에선 경찰 통제 방식 변경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장관은 이달 중순이나 말에 자문위 결과가 나오면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는데 자문위 최종 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라도 충분히 시간을 두고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걸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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