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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뼈 자르는 건 잔인한 짓"…유해 관리자의 간절한 호소

카톨릭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의 유골을 잘게 조각낸 뒤 개인이 보관하며 공경하는 방식이 온당치 않다는 목소리가 공개됐습니다.

오늘(7일) 가톨릭계에 따르면 A 신부가 김 신부 순교 150주년인 1996년 발간한 김 신부의 유해 현황 자료집에는 김 신부 유해 일부를 보관하며 분배업무를 담당했던 B 수녀원 유해 관리자의 호소가 담겼습니다.

A 신부는 1996년 5월 B 수녀원이 관리해오던 김 신부의 남은 유해를 인수했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는 김 신부 유해 중 슬개골 좌우와 척추뼈 일부, 머리카락, 옷자락 일부 등을 당시 인수 목록으로 적으며 B 수녀원 유해 관리자의 토로를 옮겨 적었습니다.

"자신은 더 이상 유해 보관 및 분배작업을 맡고 싶지 않다. 이유는 성인의 뼈를 조금씩 짤(자)른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너무 잔인한 짓이고, 못 할 짓으로 여겨지고, 정서에 맞지도 않다. 그러기에 여럿이 나눠 기도하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이라도 남은 유해를 한곳에 모아 큰 유리관에 봉안하여 참배하는 이들이 전체적으로 보며 기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자료집에는 유해 분배와 관련해 혼란스러워했던 사제의 일도 접할 수 있습니다.

A 신부는 1996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신학교 외 다른 곳에도 유해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남기면서 과거 김 신부의 시성(諡聖·가톨릭 순교자의 탁월한 신앙과 성덕을 공식 인정해 성인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위해 교황청에 유해를 가져간 것으로 알려진 한 사제와 한 통화 내용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이 사제는 김 신부의 정강이뼈를 모 주교로부터 받아 교황청으로 가져갔으나, 유해를 서양식으로 분배해서 나눈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교황청에) 한국적인 풍습을 이야기하고 다시 가져와 그 주교에게 돌려줬다는 것입니다.

A 신부가 자료집을 펴낸 건 25년 전이지만 지금도 가톨릭계가 곱씹어볼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A 신부는 자료집 말미에 유해 현황 조사과정을 돌아보며 자신이 몸담은 가톨릭계에 진심 어린 당부를 전합니다.

그는 '나오는 말'을 통해 "성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 조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모든 사항은 기록으로 남겨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으며, 교구 사무처를 중심으로 모든 허락과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교회는 유해 봉안 관리에 대한 경험 부족을 극복하고 보다 철저한 유해 봉안 관리를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A 신부는 "유해를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금하고 개인소유 유해는 모두 회수해 교구 사무처에서 모아 새로운 차원에서 공경의 방식과 관리의 자리가 마련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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