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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경배 대상' 성 김대건 신부 유해, 조각조각 나눠 가졌다

'공적 경배 대상' 성 김대건 신부 유해, 조각조각 나눠 가졌다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1821∼1846) 신부의 유해가 지난 수십 년간 잘게 쪼개져 교회 기관을 넘어 개인에게까지 무분별하게 분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가톨릭 성인(聖人)으로서 공적 경배 대상인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실태 확인이 어려운 것은 물론 인터넷에 판매 글이 올라올 정도로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됩니다.

오늘(7일) 가톨릭계에 따르면 김 신부 순교 150주년을 맞은 1996년 교계에서는 김 신부의 유해 현황을 담은 자료집이 발간됐습니다.

이 자료집은 당시 교구에서 일했던 A 신부가 김 신부의 유해 이장·조사·개봉·밀봉 과정 등을 담은 교계 자료와 직·간접 인터뷰 등을 토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자료집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과거 김 신부의 유해가 언제, 얼마나, 누구에게 분배됐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이런 현황은 크게 2가지로 정리돼 있습니다.

먼저 A 신부가 1996년 서울대교구 문서 등을 통해 확보했다고 밝힌 김 신부의 유해 분배 목록을 보면 서울대교구 소속 본당 약 90곳을 비롯해 수도권 성당, 수녀원, 기념관 등 총 141곳이 유해를 분배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목록에는 사제 개인의 이름도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김 신부 유해 일부를 보관해오던 B 수녀원이 김 신부의 유골을 잘라 분배한 기록을 담은 분배일지에는 수령자가 총 209곳으로 나타납니다.

이 분배일지는 B 수녀원 관계자가 1969∼1996년 수기로 작성한 것입니다.

수령자 중에서 본당 등 교회 기관 40여 곳을 제외하곤 모두가 신부와 수녀, 신자로 추정되는 개인입니다.

신부가 약 30명, 수녀 45명, 신자 30여 명입니다.

1983년 유해를 분배받은 것으로 기록된 군종 신부 57명을 포함하면 김 신부 유해를 분배받은 개인은 160명을 넘습니다.

당시 소속이 적힌 군종 신부를 제외하면 수령자 정보는 유해 수령날짜와 분배받은 유해 부위, 수령자의 성(姓)과 세례명 정도로 제한적입니다.

이런 정보만으로는 이들이 현재도 유해를 보관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가톨릭교회의 근본 법규인 '교회법'은 큰 신심으로 공경하는 유해는 교황이나 교황청을 뜻하는 '사도좌' 허가 없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양도나 영구 이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황청 기구인 시성성은 2017년 하달한 '교회의 유해: 진정성과 보존' 훈령에서 성인이나 복자의 몸, 그 몸의 주요 일부 등을 '중요한 유해'로, 작은 일부나 이들이 지녔던 물건을 '덜 중요한 유해'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유해의 경우 적절한 유해함에 봉인해 보관하며 거룩하고 경배가 용이한 장소에 모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덜 중요한 유해의 경우도 봉인된 함에 보관하며, 신심으로 보전하고 경의를 표하며 어떤 형태로든 미신이나 매매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최근 언론 통화에서 과거 김 신부의 유해가 어떻게 개인에게 많이 분배됐는지를 묻는 말에 "분배받은 분 중에는 선조가 순교자인 (후손의) 경우도 있고, 순교 150주년 같은 큰 행사 때는 그런(분배) 요구들이 있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교구 관계자는 "(개인) 분배된 가장 큰 이유는 가까이서 성인 유해를 공경하고, 기리며 곁에 있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말로는 (유해를) 공경한다고 했지만, 관리하는 부분이 많이 부족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지역 교구 소속의 한 사제는 "성인의 유해를 사제나 수녀가 나눠 갖는 것은 전통이자 관행이다. 다른 가톨릭 국가에서도 그렇게 한다"면서도 "평신도가 분배받는 것은 안 되며 유해를 인터넷 등에서 사고파는 것도 명백한 교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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