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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일어나, 우크라이나!'…전쟁 속에서 핀 꽃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가지에 음악이 울려 퍼지고, 군복을 입은 여성이 아이를 안은 채 비장하게 걸어 나옵니다.

올해 유로비전송 콘테스트에서 이 곡으로 우승한 우크라이나 밴드가 최근 공개한 영상입니다.

원래는 작곡가가 어머니를 위해 썼던 곡인데,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가 됐습니다.

이 노래뿐 아니죠, 지금 전 세계 공연예술계에 반전 물결이 거셉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입니다.

최근 해체된 지 28년 만에 신곡을 발표했는데, 특이하게도 우크라이나 록가수 안드리 흘리우뉴크의 노래가 삽입됐습니다.

이 가수는 전쟁이 일어나자 미국 투어를 포기하고 귀국해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민중가요를 부른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요, 이에 감명받은 핑크 플로이드가 신곡으로 화답하며 우크라이나를 응원한 겁니다.

우크라이나 음악가들은 전쟁 중에도 음악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하 대피소에서도, 폐허가 된 도시 한복판에서도, 방공호로 쓰이는 지하철역에서도 연주했는데요, 우크라이나 밖에서도 음악으로 하는 응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향 공연에서 울려 퍼진 이 곡, 바로 우크라이나 국가입니다.

우크라이나 국가는 이렇게 요즘 전 세계 음악회에서 즐겨 연주하는 곡이 됐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새롭게 주목받는 공연도 있습니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거의 60년 전 초연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 최근에는 보기 힘들었는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갑자기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배경이 바로 우크라이나의 유대인 마을입니다.

러시아의 탄압으로 고향마을을 떠나는 유대인들 모습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잇따르는 난민들 참상을 떠올리게 하죠.

극 중 대사에 나왔던 지명 키예프도 우크라이나 발음인 키이우로 바꿨습니다.

역시 우크라이나와 연대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러시아 예술계에 대해서는 보이콧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클래식 음악계의 차르, 즉 황제로 불리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푸틴이 준 칠면조 고기 독점 유통권 덕분에 거부가 됐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푸틴과 밀착관계였는데요, 원래 자가용 비행기 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표명을 거부해 국제 음악계에서 퇴출됐습니다.

그가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혔지만, 국제콩쿠르연맹에서도 제명됐습니다.

역시 푸틴 지지자로 알려졌던 '오페라 여왕' 안나 네트렙코는 사태 초기, 정치는 잘 모른다며 애매한 입장을 고수하다 거센 비난에 휩싸였는데요, 뒤늦게 전쟁 반대 성명을 내고서야 유럽 무대에 복귀했지만,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그와 손절하고 대신 우크라이나 출신 소프라노를 주역으로 내세웠습니다.

응원받는 우크라이나 예술가와는 달리, 러시아 출신 예술가는 전쟁 반대를 명확히 밝혀야만 국제무대에 설 수 있는 처지가 됐습니다.

푸틴과 연관된 예술가들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재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쟁 같은 국제적 이슈, 정치 사회 문제와 예술은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예술은 그 예술이 태어난 세상을 반영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도 갖고 있으니까요.

(기획 : 이호건,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정성화·최준식, 영상편집 : 박춘배·전민규, CG : 서동민, VJ : 오세관, 장소제공 : KOTE, 영상출처 : 서울시향·서울시뮤지컬단·메트오페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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