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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와대 이어 빗장 푸는 '금단의 땅'…10일 개방

[취재파일] 청와대 이어 빗장 푸는 '금단의 땅'…10일 개방
외세 침략이 잦았던 우리나라는 곳곳에 외침의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울산과 순천에 남아 있는 정유재란 당시 왜성들과 몽골 침략 때 철저히 파괴된 고려 강화도성 성곽 잔해 등이 그런 예입니다. 서울 한복판에도 그런 곳이 남아 있습니다. 용산입니다. '용산'이라고 하면 흔히 미군기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용산에 외국 군대가 들어섰던 건 이보다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3세기 몽골이 고려를 침략했을 당시 몽골군은 용산 지역을 병참기지로 활용했습니다. 임진왜란 때는 왜군들이 평양전투에서 패한 뒤에는 그 지역을 주둔지로 삼기도 했습니다. 한강이 가깝고 접근성이 좋은 지리적 특성 때문인데 용산은 전시 전략적 요충지로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경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용산의 본격적인 수난사가 시작된 건 구한말부터 입니다. 임오군란 때 청나라 병력 3천 명이 주둔했고 이후 러일전쟁을 앞두고 일본이 수만 명 규모의 병영을 용산 일대에 짓기도 했습니다. 이 때 115만 평이 군용지로 사용됐는데 이 곳이 용산 미군기지의 기반이 됐습니다. 이제 미군기지는 평택으로 떠났지만 용산은 아직까지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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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 내 장교 숙소 부지 둘러보는 시민들

'한국 속 미국'…옛 용산 기지

 
우리에게 용산 미군기지는 친숙한 듯 낯선 곳입니다. 시내 한복판에 있어 자주 접하게 되지만 정작 실제로 기지 안을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90년대 용산에 카투사로 근무하는 친구가 있어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초소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는데 식당이며 극장, PX, 건물들까지 미국의 작은 도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습니다.

'비밀의 땅'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국민들은 밟을 수 없던 우리 땅 용산 부지가 열흘 동안 시범적으로 개방됩니다. 당초 지난 달 25일부터 이달 6일까지 13일 간 개방될 예정이었지만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잠정 연기된 바 있습니다. 당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시범 개방 부지에 노약자 등을 위해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나 쉴 공간 등을 설치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고, 관람 동선도 조정할 필요가 있어 개방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부지 오염 문제가 제기됐던 터라 이와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 동안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반에 시범 공개됩니다. 하루 5차례로 나눠 한 번에 500명씩 2시간 간격으로 2,500명의 관람객을 받을 계획입니다. 다만, 첫 입장은 10일 오전 11시, 마지막 입장은 19일 오후 1시로 정해졌습니다.

시범 개방 대상은 대통령 집무실 남측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 구간으로,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 받은 지역입니다. 관람객 가운데 일부는 대통령 집무실 앞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공원 진입로는 신용산역 출입구 쪽 주한미군 장군 숙소 입구와 국립중앙박물관 북쪽 입구 등 2곳입니다.
 

대통령 집무실 앞뜰 선착순 공개

  
시범 개방 첫날인 10일에는 신용산역 인근 입구에서 출입문 개방과 함께 국민의 첫 방문을 환영하는 군악대·의장대의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공원의 시작점이자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군 숙소 구역에는 곳곳에 벤치가 설치되고 플라타너스가 장관인 대통령 집무실 남측 구역에는 식음료 코너로 '카페거리'가 운영됩니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남측구역에서는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겨온 대통령실의 앞뜰을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되는데 투어 참가자는 15분마다 40명까지 선착순으로 현장에서 결정하며 대통령 집무실 앞뜰에 전시된 헬기와 특수차량 등 대통령 경호 장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반려동물 입장은 제한되며, 주류나 병 음료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예약은 본인이 직접 해야 하고 대리 예약은 안 됩니다. 용산공원 방문 신청은 관련 홈페이지 3곳( www.yongsanparkstory.kr, www.yongsanparkstory.com, www.yongsanparkstory.net)과 네이버 예약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관람 예약은 오는 5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며, 방문 희망일 5일 전부터 신청할 수 있습니다.

용산공원 시범개방 리플릿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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