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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크라 전쟁으로 다급한 폴란드…'K-무기 도입' 바쁜 행보

폴란드 국방부는 보도문을 통해 우크라-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폴란드군이 한국 무기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침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가장 든든한 우방은 국경을 맞댄 폴란드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무너질 경우 폴란드가 직면할 안보적 위협이 크기 때문에 폴란드는 정성을 다해 우크라이나를 돕습니다. 자국 전차 400대 중 200대를 비롯해 자주포, 다연장로켓, 장갑차 등을 우크라이나에 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폴란드는 러시아의 눈엣가시이고, 현재 준전시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이 방한했습니다. 안보가 위급한 상황에서 안보 책임자가 동맹도 아닌 나라를 방문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기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무기고가 비었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뒤에도 국경선 넘어 상황이 불확실하니 무기 확보는 폴란드의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시쳇말로 눈썹을 휘날리며 K-무기 신속 도입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장관 등 연쇄 회동…"우크라 전쟁으로 한국 무기 신속 도입"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그제(30일) 오전 강은호 방사청장과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브와슈차크 장관, 강은호 청장, 손재일 대표는 각각의 참모진을 거느린 채 폴란드 국방부-방사청, 폴란드 국방부-한화디펜스의 확대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방사청과 한화디펜스는 회담 내용을 함구했습니다. 언론에 사진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폴란드 국방부는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 회담 내용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폴란드 국방부는 보도문을 통해 "국경선 동쪽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폴란드군은 한국의 무기와 같은 현대적 장비로 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한국 무기 도입을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토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무기 소요 증가로 폴란드가 우리 무기를 서둘러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입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그제 오후 이종섭 국방장관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모종의 의향서(Letter of Intent)에 서명했습니다. 의향서에는 수출할 우리 무기의 목록과 수출 조건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행은 폴란드의 우리 무기 도입 의사에 대해 "우크라이나 지원과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폴란드 국방부 보도문과 온도 차가 좀 있습니다.

한-폴란드 국방장관 회담을 마치고 우리 무기 관련 의향서를 들고 두 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어제 방산업체 연쇄 방문

브와슈차크 장관의 어제 첫 일정은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본사 방문이었습니다. 안현호 대표를 면담했고, FA-50 경공격기를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폴란드는 자국 공군의 미그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공여하고, 대신 KAI의 FA-50을 40여 대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경남 사천 KAI 공장에 전시된 FA-50 경공격기. 폴란드 국방장관 방문에 맞춰 꼬리날개에 폴란드 국기를 새겼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이어 한화디펜스의 경남 창원 공장을 찾았습니다. K9 자주포와 각종 장갑차를 눈여겨봤습니다. 한화디펜스의 최첨단 보병전투차량 레드백에도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폴란드가 제1순위로 확보해야 할 무기는 단연 전차입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창원의 현대로템 공장에 들러 K2 전차 생산라인도 시찰했습니다. 미국의 에이브럼스와 함께 우리 K2 전차 수백 대를 들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남 창원 한화디펜스 공장을 방문해 전투차량을 둘러보는 폴란드 브와슈차크 국방장관

외국 국방장관이 방한해서 이렇게 부지런히 방산업체와 정부 기관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다종 다량의 국산 무기들이 폴란드 수출길에 오를 전망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방사청이 앞장서 '쾌거', '수출 임박'이라며 호들갑을 떨만한데 러시아 변수로 분위기가 묘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국 무기 도입이 중요하다"는 폴란드 국방부와 "우크라이나 지원과는 무관하다"는 우리 국방부의 이구이성(異口異聲)에서 두 나라의 정치적, 안보적 처지의 차이가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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