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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가 소 트림에 관심 갖는 이유

[취재파일] 우리가 소 트림에 관심 갖는 이유
코로나 환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거리두기 조치는 해제됐다. 코로나와의 전쟁이 점점 종전 국면으로 가는 이 시점, 코로나가 기후변화에 남긴 메시지를 다시 살펴보자.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이례적인 셧다운을 감행했다. 공장들은 생산을 멈췄고 굴뚝의 매연도 사라졌다. 사라진 매연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었는데, 2020년 상반기는 2019년에 비해 배출량이 8% 감소했다. 이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었다.
축산 온실가스

하지만, 이런 감소폭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 수명이 수백 년으로 길어 배출량이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대기 중 사라지는 양보다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 셧다운은 우리의 의지도, 의도도 아니었지만 이런 초유의 상황에서조차도 온실가스 농도는 높아졌던 것이다. 실제 온실가스 농도는 계속 증가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잠정치이지만 우리나라 대표 관측소인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의 4월 관측값은 430.3ppm으로 역대 가장 높았다. 전 세계 대푯값이 되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4월 관측값이 420ppm을 넘어섰다. 코로나 셧다운 기간은 해마다 상승하는 온실가스 농도를 줄이기 위해선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축산업과 온실가스

온실가스는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서 배출된다. 크게 에너지와 산업공정, 농축산업과 폐기물 처리 등으로 나뉜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역시 에너지와 산업공정이다. 2019년 배출량 기준으로 에너지가 전체의 87%, 산업공정 7% 순이다. 농축산업은 전체의 3% 수준인데 이 중 축산업은 1.5% 전체 비율만 보면 적다. 하지만, 간과할 순 없다. 1990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고, 갈수록 고기 소비량도 증가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또 호주와 미국 등 축산업이 활발한 나라 등에선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수준으로 높다.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축산 배출량

축산 농가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반추동물인 소나 양 등이 되새김질을 하며 발생한다. 반추동물 특성상 트림과 방귀가 자주 나오는데 이때 온실가스인 메탄이 발생한다.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80배 이상 강한 기체인데, 소 네 마리를 키우면 자동차 한 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국이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대응은?

① 축산업과 함께
첫째로 육류 소비를 줄이지 않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이다. 가능만 하다면 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육류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도 해치지 않고,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타격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나온 기술들은 반추동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저감 하는 방식이다. 접근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반추동물에게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해 온실효과가 적은 다른 기체로 바뀌는 방식이 있다. 영국의 한 기업이 소에게 마스크를 씌워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런 식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물론 변환하는 기체가 메탄보다 수명이 훨씬 긴 이산화탄소이고, 마스크를 만드는 데 드는 탄소 비용까지 고려해도 친환경적인지는 의문 부호가 남는다. 또 다른 방식은 반추동물의 사료를 조작하는 것이다. 소화와 생장에 유리한 사료를 만들면 출하 시점도 당기고 발생하는 메탄도 줄일 수 있다. 미국의 연구진은 해조류를 섞은 사료를 통해 최대 80% 이상의 메탄 저감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이와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실험실 단계에서 연구가 진행 중인데 40% 정도의 저감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사료 공급의 경제성을 위해 김이라든지 미역이라든지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도 메탄 저감 효과를 보려고 했고요. 실험실 수준에서 20~40% 정도 메탄이 줄어든 것들을 후보 소재로 해, 비율을 조절해 최적 비율을 확인하고 나중에 가축 급여 시험을 진행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이유경 l 국립축산과학원 박사)

② 대체육으로
반면, 육식을 줄이자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이 목소리의 주인공들 모두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걱정해선 아니다.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채식을 하는 사람들까지 전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육식을 줄이자는 주장은 육류 소비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축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해외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육류를 미생물 단백질 등의 대체육으로 20%만 대체해도 2050년쯤 축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50%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축산 온실가스
(빨간색은 아무 노력이 없었을 때, 파란색이 육류를 대체육으로 20% 대체 시)

하지만, 이마저도 아직 정답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큰 틀의 이론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육류를 대체하는 과정과 대체육을 만드는 탄소비용 등에 대해선 좀 더 면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상대적으로 연구가 많이 이뤄진 축산업에선 반추동물을 키우는 모든 과정에 드는 탄소비용을 계산하는데 비해, 대체육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체육에 대한 탄소비용은 공장에서 대체육을 만들 때 드는 비용만 계산되고 있다.

결국 아직 우리는 이 분야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모르고 있다. 어떤 방향이 맞다고 이야기하며 강요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 또 그렇다 하더라도 많은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가 분명히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축산업이 분명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비율 중 10% 내외의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늘어나는 고기 소비량, 해당 업계에 복잡하게 연관된 모든 사람들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것이다. 저메탄사료든 대체육이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노력하며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참고문헌>
Florian Humpenöder et al., "Projected environmental benefits of replacing beef with microbial protein", nature(2022) 605, 90-96, doi.org/10.1038/s41586-022-04629-w

Zhu Liu et al., "Near-real-time monitoring of global CO2 emissions reveals the effects of the COVID-19 pandemic", nature communication(2020) 11, 5172, doi.org/10.1038/s41467-020-18922-7

국립기상과학원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 온실가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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